「허다한 마음 중에 예수님 성심 홀로
우리의 걱정 알고 위로해 주시네…」
예수님 성심 성월 첫째날 미사를 봉헌한 후
제의방에 들어오니
가톨릭 신문사에서 보내온 비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김 안젤로 주교님께서 선종(2002. 6. 1. 10:30)하셨으니
추모시를 이틀 안으로 보내달라는…
제대 앞에 모셔놓은 예수님 성심상 앞에서
연도 (특히 성인 호칭기도를 바칠 때) 를 바치는 동안
주교님으로 승품(74. 11. 21) 되신 후 첫 사제 안수(74. 12. 7)를 받은
아들 신부로 28년 동안 주교님을 뵈온
세월의 흔적들이 떠올라 간신히 연도를 마쳤습니다.
「주교님 홀로 큰 십자가 지시고
사제들의 근심 걱정을 위로해 주시며」
당신에 대해서는 표현을 잘 하지 않으시던
옛날의 아버지요 할아버지 같은 삶의 모습은
고향 마을을 지키는 아름드리 정자(亭子)나무이셨습니다.
사제들에게는 모든 일을 맡기시며 지켜보시는 옛날 아버지의 마음으로,
교우들에게는 내색은 하지 않으시지만 잔정이 많은 시아버지의 마음으로,
당신에게는 가난함과 절약을 통하여 큰 일을 내다보시며 준비하셨기에
267명 사제와 55만명의 신앙 공동체(140개 성당)의 밑거름이 되신
김 안젤로 주교님!
선종하신 주교님을 병원에서 주교좌 성당으로 모셔올 때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들, 급히 달려온 교우들이 오열하며 눈물을 흘리는 동안
아들 신부의 마음에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처럼 느꼈습니다.
수원교구와 특히 한국 천주교회에 큰 업적을 이루시고 편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어느 원로 신부님이나 주교님보다
큰 십자가를 짊어질 수 밖에 없으셨던 주교님!
시대적 아픔(70∼80년대 민주화 운동)과
교회적 십자가(70∼80년대 신자 급증에 따른)를 끌어 안으셨던 주교님!
하느님의 일만을 가슴에 안고
온갖 풍상(風霜)을 다 겪으시며 살아오신 주교님!
한 믿음과 열정으로 섬겨온 하느님께서
십자가의 무게와 그 숫자만큼의 상급을 주시리라 믿사오니
어서 하느님 품으로 떠나시옵소서, 안식을 누리시옵소서…
「이 신부! 다른덴 괜찮은데 다리가 아퍼!
이 신부! 얼마 안 남았나봐! 머리가 아퍼」하시며
일년 반동안 선종을 준비해오신 주교님!
8순(1922. 6. 4 生) 잔치상을 저희가 차려드리려 했는데
하느님께서는 55만명이 아니라
당신 나라의 수 천 수 만의 순교자들과 성인 성녀들,
운무(雲霧)처럼 수를 셀 수 없을 만큼의 무수한 천사들을 시켜
천상 잔칫상을 성대히 마련하신 하느님의 깊은 뜻을 알면서도
뜨거운 눈물을 흘리오니
인간적인 이 아픔을 위로해 주시옵소서.
견진성사 때마다 「아기를 많이 낳으라」고 하신 말씀따라
5남매, 6남매까지 낳은 어머니 (수지 성당 신 율리안나) 들의 열정과
묵묵히 당신의 뜻을 받드는 사제들과 수도자들의 믿음이
주교님께서 못다 이루신 일들에 꽃 피우고 열매를 맺으오리니
안젤로 주교님!
이제는 하느님 품 안에서 편히 쉬시옵소서.
영생 영복을 누리시옵소서.
천국에 가셔서도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하시며 기도하실 안젤로 주교님!
당신을 믿고 따르는 수원 교구의 사제와 수도자들,
55만명의 교우들을 위해 빌어주소서!
아버지 하느님과 천상의 어머니 성모님께…
이 M. 요셉(규철) 신부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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