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양회 신부.
지구 상 가장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아프리카, 그 중에서 또 더 소외된 이들이 모여 산다는 모잠비크와 아직도 지진의 피해를 극복하지 못한 채 고통에 허덕이고 있는 라틴아메리카 아이티에 ‘생각’을 키우고 ‘희망’을 심는 학교가 들어섰다. 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 땅 위에, 전염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면서도 또 끊임없이 새 생명이 태어나고 있는 모잠비크 땅 위에, 주님의 이름으로 학교가 지어진 것도 한 사람의 ‘생각’ 때문이었다.
생각의 주인공은 광주대교구 북교동본당 주임 김양회 신부다. 사제로서의 소명에 대해 스스로에게 되묻던 어느 날 김 신부는 신학교 입학 면접 때의 일화를 떠올렸다. “왜 사제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라고 답했었다. 하지만 과연 사제로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오히려 봉사를 받고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김 신부의 마음을 꼬집었다. 그 처음의 생각은 ‘봉사를 받았으니 그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또 다시 ‘아프리카에 학교를 짓자’는 결심으로 발전했다.
#불러라 희망의 노래를!
결심은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활비를 조금씩 모아봤지만 그 돈으로는 학교는커녕 교문도 짓지 못할 수준이었다. 김 신부는 주님께서 주신 탈렌트를 통해 뜻을 이루고자 했다. 17년 동안 세상에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 자신의 사진작품을 들고 상경해 2007년 가을 서울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당시 김 신부가 주임을 맡고 있던 광주대교구 금호동본당에 후원회도 꾸렸다. 주님의 섭리는 김 신부의 뜻과 함께했다. 2년 만에 3억5000만 원이 모였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김 신부는 이 돈을 고스란히 아이티와 모잠비크로 보냈다. 직접 학교를 짓지는 못하지만 현지 수도원과 연계해 설계에서부터 완공, 축성식까지 손수 챙겼다. 건축장비가 전무한 상황에서 착공 2년여 만에 아이티에 학교가 들어섰다. 아이들의 미래가 지진 등에 의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최고급 자재를 써 튼튼하게 지었다. 학교 이름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훗날 아이들이 성 김대건 신부의 영성을 본받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아프리카 모잠비크에도 학교를 짓고 있지만 전염병이 돌아 완공과 축성식이 늦어지고 있다고 김 신부는 전했다.
2011년 9월 24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학교 축성식이 열리던 날, 아이티 작멜(Jacmel) 교구의 작은 마을에 기쁨의 잔치가 벌어졌다. 먼 한국 땅에서 날아온 한인 사제 앞에서 아이티의 아이들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옷을 골라 입고 기쁨의 노래를 불렀다. 온 마을 주민이 몰려와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아무리 나눠도 마르지 않는 기쁨의 샘물을 나눠 마셨다.
“교회의 본질은 ‘나눔’입니다. 그리고 그 나눔에 ‘우리’라는 선을 그어서는 안 됩니다. 나보다 높은 곳을 찾아가긴 쉽지만, 나보다 낮은 곳을 들여다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할 때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인격과 일치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제게 주어진 소명에 충실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겸손한 김 신부의 웃음은 지난 20여 년간 그가 카메라를 통해 발견하고 사진 속에 담아온 세상처럼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