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교회의 의장 박정일 주교가 장례미사 고별식을 주례하고 있다.
지난 5일 엄수된 제2대 수원교구장 고(故) 김남수(안젤로·80) 주교의 장례미사는 74년 11월부터 97년 6월 은퇴하기까지 23년간 55만여명에 이르는 수원교구민들의 영적 선익과 구원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해온 고인의 삶을 추도하며, 주님 안에서 안식을 누리기를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자리였다. 이날 미사에는 수원교구민을 비롯해 비보를 듣고 달려온 전국 각지의 신자 7000여명이 참례해 목자 잃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리며 애도했다.
주교단 27명 공동 집전
○…정자동 주교좌 3층 대성당에서 거행된 이날 영결미사는 오전10시에 시작됐으나 오전8시부터 신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9시가 되자 성당 안이 신자들로 가득 찼다. 교구측은 미처 성당에 입장하지 못한 수도자와 신자들을 위해 1층 소성당에 대형화면을 설치 미사에 참례하도록 배려했다.
이날 미사는 주례자인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를 비롯해 김수환 추기경, 교황대사 모란디니 대주교, 박정일 주교, 정진석 대주교, 이문희 대주교, 두봉 주교, 경갑룡 주교, 김창렬 주교 등 주교단 27명이 공동 집전했다. 또 한국 평협 이관진 고문을 비롯해 한국 평협 여규태 회장 등 평협 회장단들과 국회의원, 기관단체장 등 교회내외 인사들도 다수 참석했다.
한편 이날 장례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는 하루 전인 4일 빈소를 찾아 교구 사제단과 교구민들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고 고인의 안식을 기원하는 추도미사를 집전했다.
박정일 주교 고별식 주례
○…영성체 후 기도가 끝나고 주교회의 의장 박정일 주교는 제대 앞에 안치된 고인의 관(영구, 靈柩)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을 하면서 고인과 마지막 작별인사를 뜻하는 고별식을 주례했다.
영구 주위에 둘러서 있던 김주교의 조카 김옥래(로사·75)씨를 비롯한 유족들과 사제단 대표들은 고별식이 진행되는 동안 촛불을 밝히며 고인의 평화와 안식을 기원했다. 이어 김남수 주교와 소신학교 동창인 윤공희 대주교의 고별사와 김수환 추기경, 교황대사 모란디니 대주교, 수원교구 사제단 대표 김영배 신부, 평신도 대표 양철화 수원 평협 회장의 조사 등이 이어지면서 성당 안팎은 깊은 슬픔에 잠겼으며 여기저기서 울먹이며 흐느끼는 모습들이 보였다.
장지행렬…1000여명 참석
○…12시께 고별식이 끝나자 고인의 유해는 리무진 영구차에 실려 장지로 출발. 김주교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성당 주위로 둘러선 교구민들은 침묵속에 고인의 천상행복을 간구하며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바쳤다. 이어 운구 행렬은 오후1시께 장지인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 성직자 묘지에 도착했다. 운구 행렬이 도착하자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성수를 뿌리고 분향을 하면서 무덤 축성 및 하관예절을 집전.
유가족을 비롯해 장지까지 따라온 1000여명의 참례자들은 무덤 무덤 주위에 둘러서 고인의 유해가 땅속에 묻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며 눈물을 글썽이었다.
노구를 이끌고 이곳을 찾아 마지막 가는 고인의 모습을 지켜본 김아면(아가다·80) 할머니는 『그동안 우리 교회와 교구를 위해 헌신하시다 하늘 나라에 가신 김주교님께서 이젠 주님의 은총 속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최주교의 정성과 사랑
○…한편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교구장 직무로 바쁜 가운데서도 올 1월 뇌출혈로 김남수 주교가 대전 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던 5개월간 2주에 한 번씩 빠짐없이 병문안을 다니며 전임 교구장에게 각별한 사랑과 정성을 쏟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시외버스를 타고 김주교 병문안을 다녔던 최주교는 뇌출혈로 언어소통이 힘들었던 김주교에게 교구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하는 한편, 김주교의 쾌유를 기원하며 기도를 바쳤고 강복을 주었다고. 이밖에 김주교와 소신학교 동창으로 각별했던 윤공희 대주교를 비롯한 한국교회 주교들도 대부분 한번 이상 병문안을 다녀가며 남다른 동료애를 보여주기도.
중국 지린교구, 특별미사 봉헌
○…생전 김남수 주교로부터 정신적, 물질적으로 큰 격려와 도움을 받았던 중국 지린(吉林)교구 쟝한민 주교가 조의문을 보내 눈길.
쟝주교는 조의문에서 『저는 오늘 김남수 안젤로 주교님의 임종소식을 접하고 그분의 떠나심을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귀 교구와 함께 저희도 훌륭한 한 목자를 잃었다』며 수원교구민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고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분의 임종을 애도하면서 그러나 그분은 천국에서도 당신이 손수 시작하신 자매 교구간의 우의와 왕래, 협조관계의 주보가 되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 장주교는 조의문 말미에 『주교님의 영혼이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6월 5일 지린교구 모든 본당에서 특별미사가 봉헌되며 모든 교형자매님들이 두손 모아 기도드린다』고 밝혔다.
▲ 지난 6월 1일 선종한 김남수 주교 장례미사가 5일 정좌동 주교좌성당에서 7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히 거행됐다.
▲ 주교단이 입장하여 고인을 위해 분향하고 있다.
▲ 교구사제단이 고인의 영정과 유해를 운구하고 있다.
▲ 교구대표와 유가족이 무덤에 헌화하고 있다.
▲ 최덕기 주교가 하관예절 후 무덤에 취토(取土)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