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수원교구 권선동본당(주임 현민수 신부) 솔밭한성구역의 한 가정. 구역장을 비롯한 신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곧 시작될 대림시기 구역판공성사를 위한 준비를 위해서다. 깨끗이 치워진 방은 어느새 고해소로 변하고, 거실의 앉은뱅이 탁자는 거룩한 제대로 변한다. 마치 고해성사로 깨끗이 씻기고 성체성사로 거룩하게 변할 우리의 몸과 마음처럼.
어둠이 내리고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구역 식구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사제가 도착하자 판공성사가 시작됐다. 어색함이 감돈다. 성당도 아니고 고해소도 아니었다. 하지만 신자들은 이곳에도 살아계신 하느님이 함께하심을 믿는다. 그 믿음 하나로 고해소로 나아가는 머뭇거림을 이겨냈다. 7시30분이 되자 판공성사를 잠시 중단하고 구역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손과 손이 만나는 미사다. 주님의 기도는 모든 구역신자들이 손을 마주잡고 바쳤고 평화의 인사 때는 한 사람 한 사람 그 온기를 잊을 새라 손을 꼭 쥐며 인사했다. 그리고 양형영성체를 통해 예수님의 손을 잡았다.
성찬의 나눔이 끝나고 다시 판공이 시작되자 또 다른 나눔이 준비된다. 신자들이 각자의 가정에서 정성껏 준비해 가져온 음식들이 가득하다. 오랜만에 보는 이웃들의 얼굴이 정겹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담소가 이어진다. 5000명을 먹이신 기적은 아니더라도 나눔의 기쁨은 열두 광주리에 가득하다.
이명희(로사·임광3구역장)씨가 입을 열었다. 이씨는 “본당 미사 때는 신부님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렇게 가정에서 마주보고 손을 잡으며 함께하니 아주 가까워진 기분”이라면서 “아파트의 삭막함 속에서도 이웃과 음식을 나누며 함께하니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약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구역판공성사의 모습이다. 11월 29일 본당 주임신부와 보좌신부가 1개 구역씩 나눠 방문하며 시작한 구역판공성사는 총 16개 구역을 방문하고 9일 끝을 맺었다.
현민수 주임신부는 “이번 구역판공을 통해 그간 비어있던 구역장 반장 자리가 채워지고 구역민 스스로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큰 기쁨을 느꼈다”면서 “앞으로도 48개 구역 모두를 방문해 우리 본당 소공동체가 활성화 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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