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같이 앳된 얼굴, 수줍은 미소를 지닌 이미례(루시아·49·서울 일원동본당)씨가 사회복지사의 손을 꼭 잡고 인터뷰를 위해 마련된 병원 자원봉사자실로 들어왔다.
사회복지사에게 몸을 의지해 조심스레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기는 이씨는 시각장애 1급이다. 어리기만 했던 초등학생 시절, 뜨거운 물이 담긴 그릇을 들고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혀 그 물을 몽땅 뒤집어썼다. 얼굴에는 화상의 흔적이 드리웠고, 점차 시력이 떨어졌다. 20여 년 전부터는 빛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씨가 보는 세상은 암흑으로 변해버렸다.
당시 사고로 잃어버린 것은 시력만이 아니었다. 화상은 이씨의 고운 얼굴도 앗아갔다. 이미 초등학교 이전 전신 화상을 입었던 이씨는 가난한 시골 살림에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빨간약(머큐로크롬)’으로 화상 상처의 쓰라린 고통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화상 흉터는 이씨 인생에 낙인과 같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안마자격증도 땄지만 온몸에 화상을 입은 이씨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겨우 지인의 도움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했고, 매달 나오는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비만 보태고 있는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7년 전 즈음부터 눈에 안압이 오르고 염증이 생겨 수술을 받아야했다. 비류관(눈물, 콧물이 흐르는 신체 기관)까지 막혀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태였다. 당시 살던 지역 본당을 통해 무료로 수술을 받기로 하고, 먼저 한쪽 눈의 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경과를 지켜보고 수술하자던 남은 한쪽은 임대아파트를 찾아 이사를 하게 되면서 그 기회마저 흐지부지돼버렸다. 여전히 수술은 숙제처럼 남아있는 상태다.
여리고 작은 몸집 하나로 이처럼 고된 삶을 이겨내 온 이씨에게 가족은 또 다른 흉터다. 평생 아물지 못할 흉터다. 일찍이 부모님이 차례로 돌아가시고 8명의 언니들 중 현재 생존해 있는 언니들(4명 정도로 추정)에게 어렵사리 연락을 건네 봤지만 바로 전화를 끊고, 번호를 바꾸는 등 이씨를 외면해버렸다.
현재 이씨는 수술 후 더욱 심해진 빈혈과 성대 결절 등으로 꾸준한 치료를 요하지만 수급비만으로 빠듯한 살림에 치료를 받거나 약을 타 먹는 것조차 사치다. 당장 병원비도 임대아파트 월세를 미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씨는 하루를,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미소만큼은 잃어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숨 쉴 수 있는 하루를 주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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