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7시. 겨울이라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에 장난감 칼을 허리에 찬 꼬마와 할머니가 성당에 들어섰다. 하나, 둘 모여드는 신자들은 30여 명을 넘어섰다. 수원교구 평택대리구 사강본당(주임 문석훈 신부)의 금요일 밤 ‘성경공부반’ 풍경이다.
신자 대부분이 ‘포도농사’ 등 농업에 종사하다보니 겨울 농한기를 이용해 성경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어두운 교리실에 등이 켜지고, 신자들은 두꺼운 성경의 마르코복음을 펼친 채 칠판을 바라본다.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하신 예수님 말씀은 ‘비켜라’가 아닌 ‘뒤로 가라’라는 말이에요. 베드로에게 사탄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너의 생각을 주장하지 말고 ‘나를 따라와라’하는 뜻으로 해석해야 해요.”
신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시골본당의 특성상, 대부분 학생들이 어르신들이지만 안경을 코끝에 걸친 채 하나라도 더 받아 적기 위해 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사제의 옷 앞, 뒤에는 십자가가 있어요. 내 십자가를 지고 내 안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동참한다는 뜻이에요. 우리 모두 내 욕심을 비우고, 내 십자가를 질 준비가 돼야겠지요?”
사강본당의 성경공부에 대한 열의는 금요일뿐만이 아니다. 매주 월요일, 성경통독반을 만들어 나눔교리교사의 지도 아래 성경통독을 한다. 본당은 성경을 지도할 나눔교리교사 양성을 위해 올 1월부터 6개월간 교육을 진행했다.
조현옥(아녜스·교육선교분과장)씨는 “성경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신자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어 즐겁고 좋다”며 “본당의 많은 분들이 성경공부에 대해 열의를 보이고 계신다”고 말했다.
50분에 걸친 1교시 수업이 잠시 중단되고 다과시간이 시작됐다. 신자들은 차를 마시고 저마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주임신부와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며 말씀 안에서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간다.
문석훈 주임신부는 “신학교에서 신약성서연구반에 참여하면서 성경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느꼈다”며 “성경을 잘 이해한다면 영적생활을 더 즐겁고 활기차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도’가 유명한 농촌마을에 ‘말씀송이’가 영글었다. 담소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2교시가 시작됐다. 오늘도 사강본당 신자들은 ‘열공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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