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일 아침 10시30분, 어김없이 가족기도가 시작된다. 시편부터 시작해 다니엘 찬가를 이어갔다. 성경 봉독 순서. 분위기가 심상찮다. 이어진 ‘메아리’ 시간이 되어서야 의문은 풀렸다.
“아빠가 하느님의 영을 잠시 잊고, 내 자신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을 취했어, 노엘라 너무 미안해. 아빠도 매일 기도하고 노력해도, 나약한 사람인지라 한순간만 방심하면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버리고 마는구나….”
주일 아침, 가뜩이나 분주한데 빨리빨리 각자 단장을 하고 기도준비를 시작하지 않는 모습에 아빠 장창호씨가 화를 내고 꿀밤을 한 대 때렸다고 한다. 순식간이라 장씨 스스로도 당황했지만, 당시에는 달리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화가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아빠의 솔직한 사과에 혜지 양도 장씨의 말을 우선 경청했다. 그리고 자신이 느낀 감정에 대해서도 풀어냈다. 부부는 그런 딸의 모습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고 솔직하게 말해주어 가장 고맙다고 입을 모은다.
장창호(필립보·48)?박선화(안젤라·47)씨 부부는 여섯 자녀를 두고 있다. 처음 이들 남매를 만난 이들은 눈부터 휘둥그레 뜨곤 한다. 장가브리엘(가브리엘·20)·필순(카리타스·19)·윤지(미리암·17)·혜지(노엘라·16)·은지(에디트·12)·현지(끼아라·9). 부부에게는 혼인으로 맺어진 후 하느님께 받은 가장 큰 선물들이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일까?”
“하느님을 신뢰한다면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여섯 남매는 누구랄 것 없이 자유롭게 대답을 이어나간다. 간혹 대답하기가 부담스럽거나 자신이 없어 눈치를 볼 때도 서로 생각하고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격려해준다. 사실 이 시간이 부담스러워 아빠의 눈을 피하는 자리에 서로 앉으려고 소리 없는 쟁탈전이 벌어지곤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감정들도 가족들은 스스럼없이 내놓고 서로를 격려한다. 이들 가족은 오늘도 말씀 안에서 또한 전례 안에서 현존하는 하느님에 대해 대화했다.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오늘 하루도 하느님 안에 살기 위해 각자의 마음도 다진다.
이러한 기도는 현재 네오 까떼꾸메나도(neo-catecumenado)의 영성을 살아가는 가정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네오 까떼꾸메나도는 그리스도교 입문 여정의 하나로 작은 공동체를 형성, 그 공동체가 가정을 돕고, 가정이 또 교회를 돕고, 나아가 사회를 구원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독려하며 살아하는 신심단체다. 특히 네오 까떼꾸메나도 영성의 길을 걷는 이들은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수하는데 큰 무게중심을 둔다. 가정 안에서 이어지는 이 신앙으로서 ‘가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증언을 교회 안팎에 전하는 주역이 되는 것이다.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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