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리구(대리구장 최재용 신부)는 9일 권선동성당에서 제1회 사회교리주간 특별기획 토론회를 열었다.
“교회,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10,37)-를 주제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성찰’에 관한 박동호 신부(서울 신정동본당 주임, 서울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의 주제발표와 황경훈 박사(우리신학연구소 아시아신학연대센터 실장)의 토론,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신자들의 속내에 대한 고찰’에 관한 박문수 박사(한국가톨릭연구원 부원장)의 주제발표와 배은주(지타·서울 목4동본당) 씨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 천주교 신자들의 신앙관이 ‘마음의 평화’에 치우쳐 개인주의적인 신앙생활이 횡행하고 교회와 세상은 별개의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사회교리를 잃어가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되짚어봤다. 또한 이러한 세태 속에서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의 사명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적 교리가 바로 사회교리이며 한국교회가 사회교리를 더욱 강조해야함을 확인했다.
첫 번째 주제발표에서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해 학술적이고 과학적이기보다 체험에 바탕을 둔 관찰과 성찰에서 이야기를 풀어낸 박동호 신부는 현재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밝히고, 또 이러한 문제점들이 사회교리를 외면하게 하고 있음을 보다 생생하게 전했다.
박 신부는 주제발표에서 200주년 사목회의 의안에서 제기된 ▲교회의 대형화 ▲교회의 중산층화 ▲교회의 세속주의화 등의 원인으로 성경의 사유화(私有化)를 들며 성경을 주관적·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사유화를 통해 성경은 역사와 공동체를 벗어나 ‘개인 감성의 대상’이 된다고 했다. 또 이 사유화는 ▲신앙생활의 개인주의화 ▲교회와 세상의 분리 ▲여가활동으로서의 신앙 등의 문제를 불러 신자들이 교회에서 정서적·심리적 만족만을 추구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신부는 이러한 풍토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회는 정서적·심리적 불편을 주는 주제, 즉 사회교리를 피하게 되고 교리의 일반적·추상적인 면을 중심으로 가르치게 됐다면서 사회교리 기피 현상을 조장하는 일에 교회와 성직자들의 책임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박 신부는 “교회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사목헌장」을 통해 인간의 존엄함과 공동선을 다루고 좀 더 구체적으로 혼인과 가정, 문화, 경제사회 생활, 정치공동체 생활, 평화와 국제 공동체에 대한 교회의 공식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 사실을 아는 교우는 거의 없다”며 “사회교리는 교회 시작부터 존재했으며 내적 쇄신과 외적 복음선포 사명의 핵심이었음에도 교회는 일반적 가르침만 전하고 사회교리를 알리는데 소홀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문수 박사는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한국인의 정치의식’과 ‘한국인의 종교의식’에 대한 통계와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국 천주교 신자들의 ‘교회의 사회 참여에 대한 인식’을 분석하고 사회교리가 중요한 이유를 밝혔다.
각 통계 및 설문자료를 통해 천주교 신자들이 대체로 정치에 무관심하고 보수적인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교회의 사회참여에 대한 적극성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한 박 박사는 천주교 신자들이 교회의 사회문제개입에 불편해하는 가장 큰 이유로 ‘성속이원론’을 들고 ▲소수화에 대한 두려움 ▲자선으로의 도피 ▲성속이원론의 연장에 있는 영성운동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이러한 현실에 사회교리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대책은 아니더라도 ▲복음의 연성(軟性)화·탈역사화 방지 ▲교회 내 분열 방지 ▲성속일여 강화 ▲교회의 기득권층화 방지 등을 위한 백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박사는 “사회에서 장애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정의로운지를 고민할 때 자녀 중에 장애아가 있을 경우 장애자녀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이 당연함을 생각하면 쉽게 풀리듯 사회교리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교회는 중립적인 곳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리스도인이 믿는 하느님은 모든 이에게 동등한 구원의 가능성을 주면서도 가난한 이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하느님”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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