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미사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시간에 미사 가방을 챙기고 구충제와 해열제, 말라리아 약을 준비하고 오토바이를 점검합니다. 오늘은 공소 방문을 나가는 날입니다.
우기에는 우거진 수풀과 진흙길 때문에 공소 방문을 다니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건기가 시작되자마자 교리교사들과 일정을 맞추고 공소 방문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는 표 신부가 구오아텡(Guoateng)에 다녀왔고, 금요일에는 한 신부님이 간호봉사자와 함께 빤게우(Pangeu)에 다녀오셨고, 오늘 제가 갈 곳은 빤아비에이(Panabiei)라는 곳입니다.
떠나기 전에 구글 지도를 열어 빤아비에이라는 곳이 혹시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 지도에 같은 이름의 지역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아강그리알에서 북동쪽으로 10km 정도만 가면 되는 곳이었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출발합니다. 제 앞에는 길을 안내해줄 피터 공(직원)과 마이클 루엣(아강그리알 공동체 대표)이 오토바이 한 대로 앞장서 달리고 있고, 저는 특별한 동행, 가톨릭신문의 주정아 스텔라 기자님과 함께 그 뒤를 따라갑니다. 주 기자님은 아강그리알 미션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에서 먼 이곳까지 날아오셨습니다.
빤아비에이로 가는 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어서 풀도 많이 자라있고 길이 좁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천천히 조심하며 달립니다. 나뭇가지에 팔이 긁히고 다리도 부딪힙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내가 왜 반팔 셔츠만 입고 왔을까? 장갑도 좀 끼고 올 걸….’ 후회해도 늦은 일,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달립니다. 그나마 헬멧을 쓰고 와서 얼굴로 달려드는 벌레와 나뭇가지는 방어가 됩니다.
떠나기 전 지도를 확인했을 때는 마을 방향이 북동쪽인 것으로 알았는데, 달리다 보니 방향이 좀 이상합니다. 초반에는 동쪽으로 가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부터 남쪽으로만 내달립니다. 제가 알고 있던 것과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이상하긴 하지만 앞서 가는 피터와 마이클을 믿고 따라갑니다. 나중에 마을에 도착해 사진을 찍고 위성좌표를 확인하니 아강그리알에서 거의 정남쪽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구글 지도에 마을 위치가 잘못 표기된 것이었죠.
좁은 길을 한참 달리다보니 넓은 들판이 나옵니다. 탁 트인 들판은 기분을 상쾌하게 해줍니다. 또, 좁은 길에서 나뭇가지를 피하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잔뜩 긴장했던 마음도 풀립니다. 그리고는 시속 40km까지 달려봅니다. 길이 아주 좋은 것은 아니어서 그 이상 속도를 내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시원하고 좋습니다.
숲길과 들판을 번갈아가며 한 시간 이상을 달렸는데 앞 오토바이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10km는 충분히 달리고도 남을 시간인데…. 그 후로 달린 만큼을 더 달리고 나니 저 멀리 나무 밑에서 북치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저희의 방문을 알리는 북소리이죠.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계기판의 숫자는 24km.
아강그리알에서 정남쪽으로 깊이 들어온 공소. 빤아비에이입니다.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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