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코이메테리온(Koime terion)’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카타콤바’(Catacombae), 즉 지하묘지는 이탈리아 로마에 5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피아 가도에 위치한 성 갈리스토 카타콤바는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진다.
이곳은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서 기도하고 신앙을 지켜온 장소다. 성지순례 차 로마를 찾는 이들에게는 필수 코스이기도 하고, 관광차 로마를 방문한 이들도 유적지 방문 차원에서 반드시 찾아야 할 곳 중 하나로 꼽혀진다.
살레시오회 염동규(도미니코) 신부는 갈리스토 카타콤바에 ‘한국어 안내’ 표지판이 붙게한 첫 한국인 사제 안내자라고 할 수 있다. 5년 전 한국인 수사 한 명이 6개월 정도 안내를 한 적은 있으나 사제가 가이드 소임을 맡아 부임한 것은 처음이다. 갈리스토 카타콤바를 관리하고 있는 살레시오수도회가 한국인 방문객 안내를 위해 한국관구에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간 성지순례 차 로마를 찾은 이들은 담당 가이드와 함께 카타콤바를 찾지만, 개인 관광으로 와서 카타콤바를 방문한 한국인들은 영어 등 외국어 안내를 들어야 했다. 그만큼 카타콤바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을 듣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제 그 갈증을 염 신부가 해소해 주게 됐다.
지난 8월 발령을 받고 갈리스토 카타콤바를 지키고 있다는 염 신부. “목숨으로 하느님을 증거하며 죽어갔던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의 열절한 신앙을 소개하고 그 가치를 설명하는데서 보람이 크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인 방문객 대부분이 가톨릭, 개신교 등 그리스도교 신자라 할 수 있지만 개인 여행객 비중도 20% 정도 된다고 했다. 가이드 없이 와서 설명을 청해오는 개인 관광객은 하루 보통 7~8명 정도다.
카타콤바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염 신부는 ‘자기 희생을 통한 믿음의 증거로써 세상을 변화시킨 신앙의 힘’을 역설했다.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그 참혹한 박해를 받으면서도 하느님 나라와 영생을 믿었기에 거부감 없이 죽음을 받아들였고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을 용서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그러한 광경에서 로마인들은 서서히 변하게 됐다고 봅니다.”
염 신부는 앞으로 카타콤바를 찾는 이들에게 “성직자의 입장에서 세상이 줄 수 없는 영원한 가치에 대한 의미를 보다 잘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1977년 수도회 입회 후 1992년 사제로 서품된 염 신부는 서울 살레시오 청소년센터 전신인 서울 살레시오 근로청소년회관 관장을 맡았으며, 미국 플로리다 템파 한인본당 주임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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