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수단 룸벡교구 아강그리알본당 산하 빤 아비에이 공소에서는 예수성탄대축일을 준비하며 몇 년만에 유아세례식이 봉헌됐다. 본당 공동사목자 정지용 신부가 물로 씻는 예식을 집전, 부모가 아기를 위해 대신 신앙고백을 하고 있다.
남수단 아강그리알 마을에 사는 레베카 니안꾸에르 듀얼(Rebecca Nyankuer Duol)은 15살 중학생이다. 아기 아빠는 아기의 잉태와 출산을 기꺼이 받아들였지만, 가난에 찌든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우간다에 가서 학업을 마쳐야 했다.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기약도 없다. 사실상 가난 때문에 버림받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레베카의 아버지는 그녀가 어린 시절 선종했다. 남자 형제 3명은 모두 목동이 되어 들판에서 지내고 있다. 다행히 그녀는 ‘교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 수녀회’가 운영하는 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아기를 가진 후 학업을 중단한 상태다. 현재로선 레베카의 어머니 안젤리나 아옌(Angelina Ayen)씨가 혼자만의 힘으로 이들 모자를 돌보고 있다. 아옌씨는 수녀회 아강그리알 분원 주방일을 도와주고 받는 수고비로 가족들의 끼니를 어렵사리 마련하고 있다. “수녀들과 아강그리알본당 신부들은 가난으로 웅크리고 있는 이들 모자에게 먼저 다가가 분유를 건네고 함께 기도했다. 다행히 미숙아였던 아기는 이들이 알음알음 도와준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젖도 나오지 않고, 집안 살림은 빠듯하고…. 레베카는 자신에게 맡겨진 생명을 어떻게 돌봐야할 지 막막했지만, 아기의 눈을 보면 함께 웃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선물로 받은 아이를 안고 성당으로 갔다.
아기의 세례명은 프란시스. 본당 공동사목자인 표창연 신부의 세례명을 본따 지었다.
대림시기를 앞두고 룸벡주 아강그리알(Agangrial)과 구오아뗑(Guoateng), 빤 아비에이(Pan Abiei) 등지에서는 연이어 유아세례식이 마련됐다.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축복하기 위해 각 세례식마다 신자들이 모여들었다. 하느님 앞에 아이들을 봉헌하며 이 아이들이 살아남기를, 보다 건강하기를, 교회의 든든한 기둥이 되기를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현재 남수단 인구 중 16%가 5살 이하의 어린이다. 10살 이하를 집계하면 32%를 넘어선다. 이 또한 그리 정확한 통계는 아니다. 깊은 숲속 곳곳에 모여 사는 이들의 수를 모두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해 일부는 어림잡은 통계 수치이기 때문이다. 통계와 관계없이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또 죽어나간다. 빈곤한 살림의 가장 큰 희생양은 어린아이들이다. 현재 남수단 전 지역에서 운영되는 아동전문병원은 단 한 곳뿐이다. 게다가 영아 사망률은 1000명당 102명꼴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영아 사망률은 1000명당 3명 남짓이다. 또 유니세프 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평균 30초마다 한 명씩 말라리아 감염으로 사망하고, 그중 유아 사망률은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남수단에서는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보다 버려진 고아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부모가 죽으면 친척들이 아이들을 데려가 키우는 남수단 원주민들의 풍습 덕분이다. 하루 한 끼를 먹으며 근근이 살아가고, 매순간 학비와 병원비 등을 걱정해야 하지만 남수단의 어린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성탄트리를 꾸며본 경험도, 캐럴을 들으며 축제를 열어본 경험도 없지만, ‘니알리치’(Nhialic, 하느님)가 그들과 함께하고 계심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수단 선교에 도움 주실 분 : 신협 03227-12-004926 천주교 수원교구
문의 : 031-548-0581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생명은 전 세계 곳곳에서 탄생하고 있다. 그 모든 생명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작열하는 땡볕 아래 맞이하는 남수단교회의 예수성탄대축일. 꽁꽁 언 몸으로 마구간을 찾아든 성모 마리아와 요셉의 힘겨움까지 체감할 순 없지만,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아기 예수를 맞이하는 설렘과 기쁨은 매한가지다. 옷가지 몇 개와 냄비, 그릇이 전부인 가난한 살림살이를 꾸려가지만,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생명의 선물’은 각 가정마다 새로운 희망을 전해준다. 아프리카 남수단교회의 희망인 어린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