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시대적 어려움 안에서도 한국 가톨릭교회는 인간이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사랑 나눔과 공동선의 실현, 생태 보전 등의 활동에 힘을 기울이며 사회의 등불을 밝히는데 앞장서왔다.
특히 한국교회는 올해 사회회칙 ‘새로운 사태’ 반포 120주년을 기념해 사회교리를 바탕으로 한 교회의 사명을 환기하고 실천하는데 박차를 가했다. 무엇보다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사회교리 주간’을 제정, 사회 안에서의 교회 및 신자들의 역할,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 증진을 향해 보다 큰 물꼬를 텄다.
또한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이 위치한 마산 수정만 조선기자재공장 건립 문제가 3년 6개월의 대장정 끝에 사업단지 조성 포기로 결정, 교회 안팎에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각 교구 ‘한 끼 100원 나누기’등 다양한 나눔 봉사 활동이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의 꺼지지 않는 군불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면모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지난 한 해 동안 이어온 사회사목 분야의 여정을 종합해본다.
■ 사회교리 확산의 디딤돌 다져
올 한 해 한국교회 사회사목 관련 분야에서 거둔 가장 큰 열매로는 ‘사회교리 주간’ 제정을 꼽을 수 있다. 이로써 한국교회 안에서도 사회교리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보다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주교회의는 지난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사회교리 주간을 제정, 대림 제2주일인 인권주일부터 한 주간을 사회교리 주간으로 정한 바 있다. 전국 각 교구는 올해 첫 사회교리 주간을 지내며, 사회교리에 대한 의식을 고양하는 첫 단계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사회교리는 정치, 경제, 인권, 노동, 평화, 환경, 생명 등 각 사회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복음적 시각으로 성찰하고 정리한 교회의 공식 가르침이다. 한국교회 내에서는 지난 1995년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사회교리학교를 시작, 사회교리 확산에 힘써왔다. 또한 2000년대 들어 각 교구별로 사회교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제주교구와 의정부교구도 정규 사회교리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이에 앞서 김수환추기경연구소는 올해부터 시민아카데미 강좌를 개설, 교회 내 뿐 아니라 교회 밖에도 ‘인간답고 정의로운’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교리 확산에 힘을 싣고 있다.
■ 생명환경 수호에 박차
지난 한 해 한국사회는 사상 초유의 구제역 사태로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축산업 근간이 휘청될 만큼 상당한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교회는 타 종교계 및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환경재앙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실천을 촉구해왔다. 이어 교회는 그릇된 축산정책과 소비자 식생활 문제 등의 근본 원인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또한 올 한 해, 이웃나라 일본을 비롯해 터키와 태국 등은 대지진과 홍수로 인해 수많은 인명과 생활터전을 잃는 불행을 겪었다. 이에 한국교회는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과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등을 통해 긴급구호기금을 지원했으며, 중장기적인 복구와 재활사업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군기지에 맹독성 물질인 고엽제를 매립한 범죄사실이 드러나면서 교회 정의평화 관련 단체와 활동가, 시민단체 등이 전면에 나서 진상규명에 힘쓴 바 있다.
4대강 개발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꾸준히 지속됐다. 4대강을 되찾기 위한 생명·평화 기도회 및 생명평화미사는 각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봉헌, 생명의 고귀함과 환경수호의 필요성 등을 확산하는데 이바지해왔다. 또 지난 10월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 연대’도 출범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수정의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원이 위치한 마산 수정만 조선기자재공장 건립 계획이 전면 취소되면서, 지역민들의 삶터를 지키고 환경을 수호하고자 하는 교회의 의지에 더욱 밝은 희망의 불을 밝혔다.
▲ 4대강 사업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 생명·환경 파괴에 대해 교회는 지속적인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사진은 8월 11일 강정마을 중덕해안에서 봉헌된 ‘생명·평화를 위한 미사’ 모습.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주례로 봉헌된 이날 미사에는 1000여 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위 두 사진)
▲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범 종단 성직자 선언 및 생명·평화 기도회.
■ 다문화가정과의 연대 노력
올 한 해 각 교구별 다문화사목은 보다 체계적이고 폭넓게 이어져 눈길을 끈다.
우선 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는 이주민들 생활 고충 해결뿐 아니라 나아가 영적 돌봄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따라 수원교구는 이주민사목센터 내에 미션센터 문을 열었으며, 다문화가정을 위한 혼인강좌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 저소득층 다문화가정을 후원하는 ‘참 고마운 가게’도 자발적인 협약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
대전교구도 이주민사목 영역을 확대, 이주민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대전교구 이주사목부는 지난 9월 꽃동네대학교와 ‘결혼이민여성 학위 취득 지원협력 협약식’을 맺고, 이주민 여성들이 보다 발전적인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인천교구도 이주민 노동자 자녀 돌봄 공간을 마련해 이주노동자 자녀들이 우리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으로 커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울러 부산과 춘천교구, 대구대교구 등도 이주사목센터와 쉼터 등을 갖추고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 올 한 해 각 교구별 다문화사목은 보다 체계적이고 폭넓게 이어져 이주민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열린 인천교구 다문화가족 캠프에 참가한 가족들이 놀이를 즐기는 모습.
■ 빈민·노동사목의 재도약
사회 곳곳의 그늘 아래서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이들도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빈민·노동사목 분야 각종 단체 및 시설 등은 해를 더할수록 깊은 연륜을 바탕으로, 시대 상황에 맞춘 사랑 나눔의 구심점이 되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대표적인 벗으로 활동해온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는 올해 한국 도입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활성화와 회원 영성 강화 등을 모색한 바 있다.
특히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사랑 나눔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재)바보의 나눔은 지난 2월,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원 사업을 확정 발표하고 나눔 정신을 구체화하는 발걸음을 본격적으로 내디뎠다. 바보의 나눔은 사업 분야뿐 아니라 종교, 인종, 국가도 초월해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침으로써 더욱 눈길을 끈다. 또한 모금과 지원, 배분의 투명성과 공정성도 인정받아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법정기부금단체’로도 지정된 바 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도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도시빈민 등을 위한 새로운 사목적 지원에 힘써나갈 것을 다짐했다. 한국교회에서 유일하게 인천교구가 제정한 노동자주일은 올해 10주년을, 인천교구 부천 가톨릭노동사목은 30주년을 맞아 노동의 올바른 의미와 정의로운 실현 등을 환기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 새터민 지원, 노인사목 인프라 구축 등도 꾸준히 발전
아울러 서울·대구대교구, 수원을 비롯한 인천, 원주교구 등은 새터민들의 사회적응과 내·외적 복음화를 능동적으로 지원, 하나된 지역공동체 실현에 지속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구대교구는 남성 새터민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했으며, 수원교구는 청년들을 위한 통일교육을 지원, 원주교구는 충북지역에서 처음으로 새터민 가정체험 행사 등도 열었다.
노인사목 분야에서도 각 교구별로 신자 노인뿐 아니라 비신자 노인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센터 등을 확충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교구가 진행 중인 서울형데이케어센터 설치는 사회안전망 구축과 복지 향상에 우수한 모범이 되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교회는 사형제도폐지운동에도 꾸준히 힘을 실어 올해 9월에는 사형집행중단 5000일 기념식을 열고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 통과를 위한 결의도 다졌다. 또 생명존중 의식의 확산을 위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도 제공, 국내외에서 사형제도폐지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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