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생명의 날’이 ‘생명주일’로 승격되는 등 생명 문화 건설을 향한 한국교회의 행보가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진행됐으며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시복시성 운동 열기가 전 교구에 확산되면서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에 대한 관심이 전국 신자들에게 새로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대구대교구와 인천교구가 각각 교구 설정 100주년과 50주년을 맞아 새 복음화의 의지를 천명했으며 주교회의는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를 출범시킴으로써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한국교회 미래 비전을 논의할 토대를 준비했다.
다사다난했던 한국교회의 2011년 주요 행보를 정리해 본다.
■ 생명
올해 한국교회의 주요 화두 역시 ‘생명’이라 할 만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노력이 여러모로 진행됐다.
무엇보다 주교회의 춘계총회를 통해 그간 5월 마지막 주일에 시행되던 생명의 날이 첫째 주일로 옮겨지고, ‘생명주일’로 격상됐다.
또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운동본부와 서울 생명위원회가 공동 주관하는 ‘새 생명 프로젝트’가 2월 7일 선포식을 가진 데 이어 청주·인천교구가 그 시범교구로 선정됐다. 청주교구는 12월 9일 새생명지원센터를 개소하는 구체적 결실을 보였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본당에 이어 교구 지역 지구별 생명 수호담당자를 임명, 보다 체계적인 생명수호 운동의 발판 마련에 나섰다.
▲ 새 생명 프로젝트의 시범교구로 선정된 청주교구는 12월 9일 새생명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전문 직능별 프로라이프(Pro-Life) 단체가 연대한 ‘프로라이프 연합회’ 창립도 주목할 만하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10월 8일 제1회 명동생명문화축제를 개최했고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는 5월 19일 창립 20주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반생명문화의 현주소를 살피고 그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몫을 되새겼다.
▲ 전문 직능별 프로라이프(Pro-Life) 단체가 연대한 ‘프로라이프 연합회’ 회원들이 6월 창립대회에서 생명존중 실현에 앞장설 것을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시복시성 열기
올 한 해는 전 교회적인 시복시성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시기였다.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이하 한국평협)를 중심으로 전국 각 교구에서는 ‘하느님의 종’ 순교자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시성을 열망하는 평신도들의 의지가 충만했다.
9월 4일 한국평협이 솔뫼성지에서 주최한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운동 출범 도보 성지순례’로 분출된 평신도들의 기도운동은 연말까지 전국 각 교구의 다양한 순교자 현양 행사 및 기도운동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평신도들이 주축이 된 ‘아래로부터의 시복시성 청원’ 움직임이었다는 점에서, 또한 한국교회의 순교자 현양 운동에 다시 한 번 새롭게 불을 지폈다는 면에서 의미가 컸다.
특히 한국평협의 125위 시복시성 청원 기도운동 자료들은 12월 23일 교황청 시성성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기도와 역량이 교황청 및 세계교회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만들어 졌다.
■ 교구 설정 기념
대구대교구가 올해로 교구 설정 100주년, 인천교구가 50주년을 맞았다.
대구대교구는 5월 7~15일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 주제의 경축대회를 열고 100개 성상의 시간에 대한 감사와 함께 새로운 100년을 향한 ‘새 시대 새 복음화’의 결연한 뜻을 보였다.
인천교구는 6월 6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5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이 자리에서 교구민들은 ‘더’ 신앙실천 운동 결의문을 통해 내외적 복음화에 앞장 설 것을 다짐했다.
▲ 인천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감사미사가 6월 6일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와 주교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되고 있다.
■ 복음화율 10% 유지
주교회의가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2010년 교세 통계에서 한국의 가톨릭 인구는 총 인구대비 10%의 복음화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12월 31일 현재 한국 천주교회 신자수는 520만2,589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0.1%를 기록, 지난해 처음으로 10%를 돌파한 이후 계속 복음화율의 흐름을 유지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간 2%대를 보이던 신자증가율은 1.7%에 그쳤으며 영세자수는 10.4% 감소했다.
■ 질적 복음화를 향한 노력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특별히 냉담교우 문제 연구와 해결에 대한 전 교회의 관심이 뜨거웠다.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와 수원교구 등은 냉담교우 문제 해결을 위한 심포지엄과 세미나를 열어 냉담교우에 대한 전 교회의 관심과 대책을 환기시켰다.
서울대교구 선교전례사목부는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냉담교우 회두 방법 교육’을 실시했으며 수원교구 산본본당 등 전국 각 본당에서도 냉담교우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였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12월 2일 교구 내 각 본당을 통해 전 냉담교우들에게 서신을 발송, 냉담교우 문제 해결을 위한 교구장의 관심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 가두선교를 펼치고 있는 수원교구 안양대리구 산본본당 신자들의 모습. 해당 본당뿐만 아니라 전 교회가 냉담교우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주교단 변화
올해 한국교회는 두 명의 새 주교가 탄생하는 순간을 맞았다.
수원교구에서는 이성효(리노) 신부가 2월 7일 보좌주교로 임명됐으며, 이어서 5월 12일 광주대교구에서는 옥현진(시몬) 신부가 보좌주교로 임명됐다.
이성효 주교는 3월 25일 주교 서품 미사를 봉헌했으며, 옥현진 주교도 7월 6일 서품식을 가졌다. 이로써 한국교회의 총 주교 수는 34명이 됐다.
■ 기타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가 공식 출범한 것도 올해 한국교회 움직임에서 눈에 띄는 변화라 할 수 있다. 주교회의는 춘계총회를 통해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소장 임명과 함께 운영규정안을 승인했다. 소장에는 강우일주교(제주교구장 주교회의 의장)가 선임됐다.
이 같은 연구소 출범은 총 인구대비 복음화율이 10%를 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내적 질적 복음화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요청 속에서 한국교회 미래를 위한 전 교회적인 전문 사목 연구 시스템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주최로 6월 17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 ‘한반도 평화기원 미사’가 봉헌돼 한국사회 안에서 그리스도교적 평화의 시각으로 남북 문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자 하는 교회의 의지가 표명됐다.
▲ 전 교회적인 전문 사목 연구 시스템으로 올해 주교회의 춘계총회를 통해 공식 출범한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의 워크숍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