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전문가들은 선교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가운데 서로를 알고, 이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자 다양한 재능을 봉헌하는 가운데 각 현지인들의 이웃이 되어 살아가는 평신도들의 모습 또한 선교사목의 그 힘이 된다.
지난해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는 남수단 룸벡교구 아강그리알본당에 3명의 평신도 봉사자를 파견했다. 이들은 6개월 이상 장기 체류, 현지 공동사목 사제들과 협조하며 각자 역량에 따라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윤선혜(뻬르뻬뚜아·30)씨는 지난해 9월 간호사로서의 역량을 나누기 위해 봉사자로 나섰다. 현재 본당에서 운영하는 빤 아킴(Pan Akim, 딩카어로 진료소 등을 의미)에서의 활동을 비롯해 각 공소를 직접 찾아가는 의료봉사에 힘을 쏟고 있다.
“가르치고 돕고자 온 것이 아니라 배우러 온 것임을 시간이 갈수록 되새깁니다. 같은 신앙 안에서 이웃이 되어 함께 지낸다는 것 자체가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합니다.”
윤선혜씨는 평소 간호사로서 막연하게 봉사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키워왔다. 그러던 중 교구에서 평신도봉사자를 모집하는 안내문을 보고 해외 봉사에 동참하게 됐다.
윤 씨도 여느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모습의 삶을 살아야할지, 신앙인으로서의 삶은 어떠해야할지 깊은 고민을 이어왔다. 때문에 봉사활동을 자신의 내면과 그동안의 삶을 성찰하고 자신을 성장시킬 욕심도 컸다. 하지만 윤 씨는 “남수단에서 활동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받은 은총에 대해 무감했음을 깨달았다”며 “나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다 보니 정작 하느님께서 주신 행복을 누리지 못한 시간이었다”고 토로한다. 또한 나누는 삶이란 현지인들보다 더 나은 위치에서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삶이 아닌 서로 기대어 나누면서 하느님을 찾아가는 것임을 체험해 나가고 있다고 고백한다.
특히 윤 씨는 봉사활동을 통해 외면하던 하느님과 마주할 용기도 얻었다고. 권위적이고 강압적으로만 느껴졌던 교회에 대한 선입견을 씻고 한결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도 해외 봉사활동 덕분이다. 신앙의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많이 부끄러웠지만, 그 또한 남수단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기도하는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남수단에서의 의료봉사활동에서는 힘겨운 부분도 많다. 천막으로 얼기설기 지은 어두운 진료공간, 배낭 하나에 온갖 약을 넣고 오지를 찾아다녀야 하는 어려움과도 매일같이 맞닥뜨려야 한다. 게다가 후원받은 약품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열악한 현실이 당황스러울 때도 많다. 그래도 윤 씨의 파견 이후 그동안 의사·간호사 역할까지 해야 했던 사목자들은 성사생활 지원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다.
“봉사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나눔의 마음을 가졌다면 용기를 내어 일어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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