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를 열며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교구민 모두와 교회 안팎에 짙은 사랑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이 주교는 세상 안에서 신앙인으로 기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구체적으로 나아갈 방향도 조언한다. ‘사람 냄새 나는 인간교육’을 통해, ‘기본을 지키는’ 생활태도를 통해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강조한다.
이 주교는 아울러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과 관련해서도 “50주년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교구민들이 하나 되어 영적으로 쇄신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정신적이고 영적으로 메마른 이 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전해주기 위해 신앙인들 각자가 ‘믿음의 빛이 행실에서 빛나도록’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지난 한 해 교구는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2011년을 돌아보시면서 소회를 간략하게 밝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수원교구는 규모로 볼 때 한국교회에서 두 번째로 손꼽힙니다. 사목적 손길도 매우 많이 필요하지요. 지난해에는 이성효 보좌 주교님을 맞이한 것이 교구의 가장 큰 은총이었습니다. 보좌 주교님 덕분에 교구 행정과 기획, 행사 및 교구 설정 50주년 준비를 더욱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해올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50주년 준비를 위해 힘써주시는 사제, 수도자, 신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교구장 주교님께서 미리 그려보신 2012년 새해의 여정은 어떤 모습입니까.
▲무엇보다 교구민 모두가 영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기본에 충실한’ 한 해가 되길 기대합니다. 우리 교구는 설정 5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따라서 온 교구민이 하나 되어 50주년 준비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올 한 해 우선 새로운 복음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공유해나갈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특별히 원하시는 수원교구민의 특성 즉 순교자 영성과 소공동체 영성을 강화하고 봉사와 선교에 앞장서는 신앙인의 모습을 구현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 교회 밖에서는 경제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마다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교구민들이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바가 무엇일까요.
▲경제적으로는 계속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말은 바로 사회와 교회 안팎에 어려운 이웃들이 더욱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때 물질적 나눔만이 아니라, 정신적·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 사랑을 나누는데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 새해를 보다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전 교구민이 되새기며 실천할 2012년 화두를 권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교회의 쇄신을 이룬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교구 설정 50주년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반성과 함께 새로운 전망으로 교구의 앞날을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자, 일어나 가자!”(요한 14,31) “일어나 비추어라”(이사 60,1)라는 두 말씀을 특별히 기억했으면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러 일어나 가기 위해서는 용기와 굳셈이 필요합니다. 또한 신자로서의 성숙한 모습을 먼저 갖추어야 세상의 빛이 될 수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도 올 한 해를 ‘신앙의 해’로 정하시고 현대사회가 겪는 병리현상에서 벗어날 신앙의 토대를 다질 것을 권하셨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 교구민들도 그리스도 신앙을 새롭게 맞이하고 특히 교구 차원의 새로운 복음화 사업으로 시작되는 전 신자 냉담교우 찾기 등에도 더욱 큰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 ‘신앙의 해’를 올바로 실천하는 노력은 세상 속의 교회의 모습을 올바로 세우는 데에도 큰 힘이 될 듯합니다.
▲세상 속 교회의 모습을 ‘신앙’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마저도 사회의 어려움을 외면하면 세상은 더 이상 교회에 희망을 걸지 않을 것이며, 교회의 존재 의미 또한 퇴색합니다. 세상과 호흡하며 세상을 바른 진리의 길로 이끄는 사명은 교회 복음화 사업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사회와 무관하게 갈 수 없습니다.
- 주교님께서는 가치관의 혼돈 시대, 신자들이 ‘세상 속의 교회’를 구현하는데 도움 되는 가르침을 폭넓게 확산해주셨습니다. 이러한 가르침은 비신자들이 교회에 관심을 갖는 촉매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삶과 신앙을 분리하는 모습들을 왕왕 마주합니다. 지금 이 시간, 교구민들이 교회 안팎에서 어떠한 노력을 더욱 실현해야 할까요.
▲우선 신자들은 들리는 소리에만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나가야 합니다. 하느님을 부르고 찾아가고, 하느님과 실랑이도 하며 치열하게 신앙이 무엇인지 깨닫고자 찾고 청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없는 미지근한 신앙은 스스로에게도 부담과 권태를 안겨주고 때론 고통스럽기까지 합니다. 기쁘지 않은 신앙은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신부님이 수녀님과 마음이 맞지 않아서, 이웃과 싸워서, 또는 바빠서,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서 등등의 이유로 성당에 나오지 않고 냉담한다는 것은 신앙생활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바로 하느님과 나의 관계입니다.
-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의식을 재고해야 하는 과제 앞에 늘 새롭게 서게 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노력해야 할 바를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기복적인 신앙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이른바 세상과의 거래 때문에 하느님을 밀어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교육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현재 각 본당과 대리구, 교구 차원 등의 재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가정에서 부모들이 어떠한 가치관을 심어주느냐가 중요합니다.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높은 연봉, 좋은 집에 사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먼저 ‘사람냄새 나는 인간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자녀들을 위해 양심과 윤리교육을 먼저 올바로 제공해야 합니다.
- 수원교구 교구장으로서만이 아니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서도 사회적 현안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 해오셨는데요. 현재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사회적 현안을 지적해주신다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활동을 하며 우리 사회의 체제와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많이 했습니다.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실제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 큽니다. 그들의 시선이 어디에 있느냐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정치인들을 우리의 대표로 내세우느냐는 바로 우리의 선택입니다. 우리가 비방하는 정치인들의 수준이 낮다면 그것 또한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올바른 상식과 양심, 윤리를 갖춘 사회지도자들을 선택한다면 올바른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더욱 쉽습니다. 교회가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지도자를 배출하는데 의식을 같이하고, 공동선이 적극 실현되도록 돕자는 것입니다.
- 교구는 설정 50주년 희년을 한 해 앞으로 두고 본격적인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희년을 준비하고 맞이할 자세에 대해 조언을 청합니다.
▲우선 뚜렷한 역사의식과 교구의식을 갖춰나가는데 힘써야 합니다. 또한 교구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냉철하게 반성해 어떤 부분을 소홀히 했는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잘 살펴야 합니다. 현재 교구는 교구민 모두의 헌신적인 봉사를 통해 큰 성장을 이뤘지만, 외적 모습이 커졌다는 것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순 없습니다. 아름다운 교구의 전통을 얼마나 이어왔는지, 나눔과 봉사정신, 사회 기여도 등을 잘 분석해야 합니다.
이제 다시금 교회의 사명을 되짚어보고 교구 특성에 맞는 설계도, 교회 안팎의 활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전망하는 미래지향적인 교구 설계도를 그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교구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합니다. 모든 이가 함께 역사의식을 갖고 교구의 희년행사에 참여하면서 고유한 우리 교구민의 정체성을 다져 나갑시다.
우리는 스스로의 소명과 정체성을 확인하고, 하느님의 계시를 올바로 식별하고, 성체성사를 통해 끊임없이 성화되는 가운데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는 삶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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