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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정의 시작인 결혼을 통해 남편과 아내가 독립적인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배려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바로 어버이(아버지와 어머니)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여야 한다. 자식(子息)을 낳고 키운다는 것은 또 다른 가정을 만들어 가기 위한 준비이며 미래를 향한 희망이요, 창조주의 축복이 역사 안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창세1,26)라고 당신 모습대로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 아버지처럼 우리도 우리를 닮은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모상을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달하는 숭고한 사명을 실천하는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이 땅의 모든 아버지의 시작은 하느님 아버지이시며, 우리 안에 하느님의 모습이 들어 있듯이 우리 안에 들어 있는 하느님의 모습을 자녀에게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이 땅의 아버지들은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처럼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심을 자녀들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진정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닮는 아버지는 자신에게서 자녀들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헌신하는 아버지여야 하는 것이다.
본당에서 전입 교우 면담을 하다 보면 가족 모두가 신앙생활을 잘하는 가정들을 만나기란 참으로 쉽지가 않다. 4명 기준의 가족이라면 평균 2명 이상이 냉담을 하고 있고, 이들 중에 절반은 중·고등학생 자녀들이며, 유아세례를 시켜놓고 첫영성체도 받지 않은 가정도 갈수록 많아 지고 있다. 또한 냉담 중에 혼인성사도 받지 못하고 사회 결혼만하여 조당 상태로 교적을 정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냉담가정들을 분석해 보면, 우선 부부가 처음부터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여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신앙교육을 시키지 못한 결과이고, 학력중시의 사회 안에서 공부를 핑계로 무너지는 가치관 속에 어머니 혼자만 겨우 주일을 지키는 가정의 대표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반대로 가장(家長)인 아버지가 세례를 받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집안에서는, 자녀들이 모두 성당에 잘 다니고 있고 성당에서 축복된 혼인성사를 받으며 신앙의 가정을 이어간다. 이런 가정에서는 냉담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고 가족들 모두가 신앙의 선수들이다.
결국 구약성경에서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등 가장인 아버지의 안수를 통하여 자손들에게 신앙의 축복을 이어갔듯이, 무수한 순교자들의 피로 이룩된 이 땅의 신앙유산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그 맥(脈)을 이어가게 하려면 무엇보다 가장인 아버지의 신앙이 중요하다. 아버지가 신앙의 주역으로서 가족들을 이끌 때 신앙 안에서 가족들이 일치하며 성가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며 하느님의 이름으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기도하고 신앙 안에서 모든 것을 풀어갈 때 자녀들의 신앙이 성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