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하지 못한다’는 계명은 무고한 사람들, 약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욱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다.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 또한 생명과 관련된 윤리적 요구 앞에서 우리는 모두 절대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한다.
고의적 낙태는 생명에 대해 저질러질 수 있는 모든 범죄 가운데 특히 심각하고 통탄스러운 성격을 지닌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유아 살해와 함께 낙태를 ‘가증할 죄악’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양심 속에서는 이에 대한 감지 능력이 흐려지고 있다. 생명의 복음은 “대중들의 마음과 행동 안에서, 심지어 법 안에서조차 낙태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도덕적 판단력이 지극히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말해주는 징표”라고 역설한다. 생명의 기본권에 관한 문제에 당면해서도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이란 말이다.
낙태와 관련해서는 아기의 어머니 외에도 책임 있는 이들이 많다.
먼저 여자에게 낙태를 하도록 압박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여자 혼자서 임신문제를 처리하도록 내버려둠으로써 낙태의 결과를 가져오게 한 아기 아버지들에 대한 책임을 지적할 수 있다. 낙태 시술과 관련된 의사와 간호사뿐 아니라 낙태법을 조정하고 승인한 입법자들, 낙태 입법과 확산을 위해 캠페인까지 펼치는 각종 국제기구와 재단, 단체 등도 공동의 책임자들이다.
잉태 날수에 따라 태아를 인격적인 인간 생명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낙태를 정당화하려는 이들도 많다. 생명의 복음은 이에 대해 “난자가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 아버지의 생명도 어머니의 생명도 아닌 한 생명이 시작된 것”이라며 “그 생명이 인간이 아니라면 결코 인간으로 자라날 수도 없을 것이며, 이는 현대 유전학 또한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교회는 초기부터 낙태를 죄악으로 지적했으며, 낙태한 이들을 파문한 때도 있었다.
낙태의 윤리성에 대한 평가는 인간배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특히 인간 배아를 실험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 질병 치료나 이식을 위해 배아나 태아를 생산하는 것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범죄다. 아울러 생명의 복음에서는 “태아 진단 기술들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기형을 초기에 진단하는 기술은 낙태를 조장할 뿐 아니라 유아 살해와 안락사까지도 정당화하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생명살림 윤리백신 (9) 생명의 복음 (9)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 ‘낙태’
발행일2012-01-01 [제2777호, 2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