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복음’(Evangelium Vitae) 제3장 ‘살인하지 못한다’에서 또 한 가지 주의 깊게 들여다볼 가르침이 바로 ‘안락사’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그 폐해이다. 올바른 도덕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먼저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락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고통을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그 자체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죽음을 야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특히 ‘과도한 의학적 치료’를 그만두는 것과는 반드시 구별돼야 한다.
생명의 복음은 “오늘날 의학 발달의 결과로 또한 초월성에 대해 닫혀있는 문화적 상황 속에서 죽음의 체험은 새로운 양상을 보인다”고 밝힌다. 구체적으로, 삶의 가치를 오로지 쾌락과 안락을 가져다주는 한도 내에서 평가하는 문제점을 꼽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통은 참을 수 없는 좌절처럼 보이며,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벗어나야만 할 것처럼 보인다. 즉 죽음은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생명의 복음은 “이때에는 삶이 고통으로 찬 것이 되고, 앞으로 더 큰 고통을 당하기 때문에 삶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여기게 되면 죽음은 당연한 해방이 된다”고 그릇된 사고를 지적한다. 게다가 하느님과의 근본적인 관계를 부정하거나 무시할 때, 인간은 ‘자신이 자기의 규칙이고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생명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보장하도록 사회에 요구하기까지 한다. 이를테면 안락사를 제도적으로 용인하는 것 등이 잘못된 행위의 하나다. 이들은 ‘안락사란 죽음을 조절해 자신이나 타인의 생명을 편안하게 끝맺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안락사와 같은 ‘죽음의 문화’는 선진국 국민들에게 더욱 자주 나타난다. 고도로 발달된 의·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들이 죽음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고를 가지기 때문이다. 또한 효율성에 지나치게 매달리게 돼, 노인과 장애인들이 늘어나는 것을 참을 수 없고 짐스러운 일로 여긴다. 가족과 사회는 생산성이라는 기준 위에 조직, 이 기준에 따르면 희망이 없을 정도로 손상을 입은 생명은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안락사를 잘 살펴보면 얼마나 무의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인지 알 수 있다. 생명의 복음은 무엇보다 예상되는 결과가 부적절하거나, 또한 환자나 가족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의학적 치료를 하지 않고 생명을 인위적으로 멈추게 하는 것은 자살이나 살인에 해당하는 악의가 포함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생명살림 윤리백신 (10) 생명의 복음 (10)
안락사는 무의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
발행일2012-01-08 [제2778호,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