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갑자(六十甲子)를 살아오면서 그 중에 주님을 영접하고 그분 품안에서 살아온 삶은 기껏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세월이지만, 제 삶에 있어 많은 감회와 감동,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던 고귀한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마음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30여 년 전 불자(佛者)이신 먼 친척 할머니의 중매로 결혼을 하고, 절에 열심히 다니시던 장모님을 따라 제법 불교의식을 익혔던 아내의 변절(?)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ME주말을 다녀오게 하였습니다. 그때까지는 아무런 꾐도 없었던 친구 신자들의 보챔은 결국 저를 성당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고 우리 다섯 명 전 가족이 세례를 받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제 안에 영접하고 주님의 뜻에 맞갖은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일을 지키지 않으면 대죄에 해당하여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는 압력(?)에 어쩔 수 없이 매주 성당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지만, 교우들의 인도로 레지오에 입단하고, 전례 봉사 등 본당 내에서 하나씩 일을 맡으며 보람과 함께 ‘신앙’이라는 옷이 제법 제 몸에 어울려 간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은 평온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적으로는 교리의 지식이나 신심이 따르지 못하고, 육적으로도 신앙생활이 몸에 배지 못한 상태에서,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무게로 제 어깨 위에 내려지는 봉사의 직책은 저를 비틀거리게도 좌절하게도 하였지만, 제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께서는 그 정도의 십자가는 능히 감당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내려주셨으리라 생각하며, 순명하는 자세로 총회장이라는 직에까지 부름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의 능력이 아니라 주님께서 제게 부족한 모든 것을 채워주신다는 신념을 굳게 믿으며, 어려운 상황들 속에서도 주님과 함께하려는 조그마한 의지가 저에게 평온을 주셨다는 확신으로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고 하신 주님 앞에 여러분들을 환희에 찬 마음으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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