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아툴라스 산골 나지막한 언덕에 조화롭게 둥지를 튼 7명의 프랑스인 수도자들, 그들은 트라피스트 수도회 수도자들이다. 그들은 소속 수도회의 율법에 따라 한곳에 정착해 기도와 독서, 자급자족을 위한 노동을 실천하며 이슬람인 마을 주민들과 평화롭게 살아간다.
하지만 알제리 정부군과 이슬람근본주의자들 사이에서 일어난 정치적 소용돌이는 수도자들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지금까지 지켜왔던 수도자로서의 신념과 인간이기에 느끼게 되는 죽음에 대한 공포, 그 사이에 생긴 깊은 갈등 앞에서 7명의 수도자들은 동요한다.
이슬람이 지배하는 알제리 산골 한 수도원을 배경으로 정치적 사건에 의해 생과 사의 갈림길에 직면한 일곱 프랑스 수도자들이 겪는 깊은 고뇌와 갈등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영화 ‘신과 인간’이 오는 19일 개봉한다.
영화는 1996년 실제로 있었던 알제리 ‘프랑스인 수도자 살해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알제리 정부군과 무장이슬람단체(GIA)와의 내전이 최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무장이슬람단체는 자국의 모든 외국인들에게 떠날 것을 최후 통첩했다. 알제리 정부는 티브히린에서 수도생활을 하고 있던 프랑스인 수도자들에게도 이를 통보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거부한다. 영화는 죽음이 예견되는 극한의 위기 속에서 일곱 명의 수도자들이 왜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는지, 사건 이면에 숨겨진 인물들의 내면에 주목한다.
영화는 종교신념을 표현하기보다는 인간과 종교 그리고 그 사이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냈다. 영화 속 수도자들은 종교인으로서 추구되는 절대적인 이상을 대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도 인간이기에 나약하며, 그를 극복하고자 애쓰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신의 희생이 진정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인지 의심하고, 마치 겟세마니의 예수처럼 아무 답이 없는 신을 향해 소리치며 고통스러운 내면의 갈등을 토로하는 젊은 수도자 크리스토프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다.
‘위대한 침묵’ 이후 큰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사할 영화 ‘신과 인간’은 수도자들의 삶을 조망하는 빼어난 영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른 새벽 성당으로 향하는 수도자들의 모습부터 묵상과 독서, 봉사하는 그들의 하루를 묵묵히 따라가는 다큐적 연출을 통해 치밀하고 사실적으로 수도자들의 일상을 그려냈다. 자비에 보브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다큐를 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성가까지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2010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 그랑프리를 수상한 영화는 같은 영화제 에큐메니컬상, 2010 전미비평가협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2011 세자르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촬영상, 남우조연상, 2011 뤼미에르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최우수 남자배우상, 2011 런던비평가협회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2년에 걸쳐 총 10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개봉과 동시에 프랑스 내에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으며 해외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