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봉사를 말씀보다 행동으로 가르쳐주셨어요.”
최근 아내의 뒤를 이어 자신의 시신까지 내어놓은 황영건(디모테오)씨의 이야기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황씨는 새해 첫날인 1일 뇌경색으로 선종했다. 황씨의 자녀들은, 부모님이 봉사를 몸소 행동으로 가르쳐주신 분들이라고 말한다. 평생 군무원으로 일했던 황씨와 그 가족은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일이라면 무조건 발 벗고 나섰다.
20여 년 전, 황씨는 서울대교구 서초동본당에서 빈첸시오회를 설립하는데 일조하는 한편, 초대회장을 지냈다. 황씨는 빈첸시오회 활동을 하며 지역 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찾아 나눔과 봉사의 삶을 살았다. 황씨와 함께 빈첸시오회에서 활동했던 최경출(아우구스티노)씨는 “디모테오 형제는 어려운 이웃을 보면 그냥 넘기지 않았다”며 “살갑게 상황을 물어보고, 요셉의원으로 데려가 치료, 목욕, 이발 등 꼭 도움을 줬다”고 황 씨를 회고했다. 황씨는 요셉의원에서 고(故) 선우경식 전임 원장과 함께 행려인들을 돌보는 일에 앞장서왔다. 요셉의원에서 마련한 알코올 치료소에서도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치료를 도왔다.
황씨 부부는 마지막까지 나눔의 길을 택했다. 지난해 5월 급성폐렴으로 선종한 부인을 따라 황씨도 가톨릭의대에 시신을 기증했다. 막내 딸은 “생전에 힘들게 사셨는데 시신마저 제대로 모실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컸지만 좋은 일임을 알기에 부모님의 뜻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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