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는 순간, 앙상하게 말라 보이는 정지윤(카타리나)씨의 작은 몸집이 눈에 들어왔다.
정씨는 체내 한 부분에서 체액이 새면서 복수가 차오르고 있다. 팔다리는 근육 한 점 없이 말라있어도 배는 볼록하게 올라와 있다. 병원을 옮겨 다니며, 똑같은 검사를 수없이 해봤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제발 원인만이라도 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매달릴 곳은 이제 주님밖에는 없는데…. 어떤 날은 너무 고통스러워 하느님께 큰 죄를 짓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저 죽고만 싶었어요.”
설상가상으로 골다공증도 정씨의 몸을 갉아먹고 있다. 정씨의 뼈는 햇빛에 딱딱해진 식빵처럼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질 지경이다. 이가 빠져서 음식도 제대로 씹을 수 없다. 밥을 먹을 때면 셋방 주인집에서 믹서를 빌려다가 밥이 풀이 될 만큼 갈아서 먹을 수밖에 없다.
몸 상태가 나빠질수록 온갖 질병이 정씨를 괴롭혔다. 정씨는 이미 산부인과 질병 소견까지 받은 상태다. 매일 먹는 약봉지도 과일 상자 2상자 정도로 수북이 쌓여 있다.
“언젠가부터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잠들어도 겨우 두 세 시간뿐이지만요.”
몸 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정씨는 검사비, 약값, 입원비를 충당할 경제력이 없어 매번 간단한 치료나 약밖에 받지 못했다. 병원에서 검사를 권유해도 당장 수중에 가진 돈이 없으니 검사도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주변의 추천으로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입원하기로 했지만, 가진 돈은 단돈 3만 원이 전부였다. 지금 정씨는 지쳐가는 몸을 이끌고 고속버스를 통해 천안 집에서 서울로 옮겨 다니고 있다.
정씨는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부모님께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정씨의 부모님 역시 건강이 악화돼 시골 남동생 집에서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부모님이 자신의 상태를 알고 충격을 받으실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씨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맞벌이 하며 아이를 키우는 남동생에게는 손을 벌릴 수 없었다. 혼자 살고 있다는 여동생이 가끔 병원비나 약값을 보내주긴 하지만 자기 하나 건사하기 힘든 여동생에게 돈을 빌려 쓰자니, 염치를 모르는 것 같아 속상할 따름이다.
“‘나보다 더 심각한 사람들도 있을 텐데…’하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래요. 맨몸으로 꽃동네 같은 치료소나 요양원에 찾아가 좀 받아달라고 무작정 찾아가볼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지금 살고 있는 방 기름보일러 비용도 내기로 했는데, 계속 밀려 있는데다 보증금도 거의 남지 않았고, 주인집 할머니에게도 더 이상 돈을 빌려 쓸 순 없으니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정씨는 또다시 눈물을 보였다. 지금 정씨가 몸을 누이고, 쉴 곳은 사람 하나 누울 크기의 전기장판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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