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을 잘 지키는 것이 곧 나라를 잘 지키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올 5월부터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군종교구 명월본당(주임=김성수 신부)에서 군사목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은희(리드비나.성 도미니코 선교수녀회) 수녀는 언제인가부터 이런 생각으로 병사들을 대하게 된다.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화천은 해방 직후엔 북한에 속했었고 6.25때는 격렬한 격전지였던 만큼 한낮거리에도 간간이 군인들만 보일 뿐 인적마저 드문 곳. 인근의 이기자본당(주임=이상일 신부)에서 활동 중인 백현옥(수산나) 수녀와 함께 군종 사상 처음으로 최전방부대에 파견된 이수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가장 북녘땅과 가까운 곳에서 생의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처음엔 그 얼굴이 그 얼굴 같았는데 지금은 병사 한명한명의 얼굴이 예쁘기만 합니다』
올초 국방부 훈령을 통해 최전방부대에서 민간인 수도자의 군 선교활동이 허용되면서 최초로 파견된 이수녀는 지난 몇 달간 신병교육대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한 교리 교육은 물론 사병들의 세례 준비, 부대 위문, 군인가족 영적 지도, 신앙상담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런 이수녀의 존재는 영적 갈증을 느끼던 군인신자들에게 희소식 그 이상의 의미가 되고 있다. 성당을 찾는 이등병의 수가 이수녀가 오기 전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 달라진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GOP 군종병인 박세호(야고보.22) 상병은 『그 어느 때보다 편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는 말로 이수녀에 대한 인사를 대신한다.
이러다 보니 본당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진 것도 부수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성호 긋는 법이나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는 세세한 일부터 간식 준비, 쉬는 신자병사들을 찾는 일은 물론 신앙을 접해 보지 못했던 병사들에게 가능한 한 쉽게 하느님을 전하는 일 등 병사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게 바로 이수녀의 일이다. 한 명이건 두 명이건 병사들이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겠다는 게 이수녀의 활동원칙이기도 하다. 이런 그의 활동에 따라 명월본당은 그 어느 때보다 군사목에서 활기가 느껴진다.
『처음 올 땐 하느님께서 어떻게 쓰실까 싶었는데 늘 새로운 몫을 깨닫게 해주셔 감사할 따름입니다』
병사들과 함께 호흡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눈이 열림을 느낀다는 이수녀는 오늘도 빌린 오토바이를 타고, 군용지프에 몸을 실어 전방 어딘가를 누비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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