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모님이 싸우실 때면 너무 두렵고 힘들었다… 부모님이 그때 왜 그렇게 싸우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다가 나중에 그게 터져서 더 큰 싸움이 되는 것 같았다….”(오유진·15·서울 성산동본당)
“3년 전 우리 엄마, 아빠는 툭하면 싸워서 저희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또 아빠는 주일이면 야구하러 나가시고 저와 동생은 엄마를 따라 성당을 가거나 종일 집에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런 아빠가 못마땅하신 엄마는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당신은 총각이 아니고, 나는 집안일하는 가정부가 아니야’하시며 화를 내십니다….”(정다은·13·개봉동본당)
매리지엔카운터 서울협의회(대표팀 양영환·황경희 부부·유종만 신부)가 발행하는 ME 홍보소식지 ‘길동무’ 40호 ‘엄마·아빠가 달라졌어요’ 코너에 실린 기고문의 일부 내용이다. ME 주말 참가자 부부의 자녀들은 한결같이 부모가 주말에 참가한 이후 싸우는 횟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자녀들이 가정 안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감정은 부부 싸움 또는 부부간 분노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올바른 부부관계가 올바른 부모-자녀 관계의 디딤돌이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부부 사이의 싸움과 화해, 성장의 과정을 바르게 겪어내지 못하면 가정생활 자체가 파탄에 이르는 것도 시간 문제다. 하지만 많은 부부들은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는 물론 가정생활 전반에서, 자기 자신 혹은 부부 사이의 화를 자제하거나 달래기보다는 자녀들의 화나 충동을 조절하는 방법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그릇된 행동을 보인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이미 화가 나 있는 상황에서는 참으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러한 상황은 부부에게도 마찬가지다. 가정문제 상담전문가들은 “둘 사이의 감정적인 문제를 누구나 겪는 사소한 문제 또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문제해결을 막는 큰 걸림돌”이라며 “특히 자녀들 앞에서 다툼이 생기게 되면,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라 서로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다고 솔직하게 설명하는 게 좋다”고 전한다. 또한 전문가들은 “관심을 받기 위해 때로는 화를 내야 한다는 것도 잘못된 사고 중 하나”라며 “싸움 도중 상대방을 통제하려 들면 화는 커지기만 할 뿐 아니라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를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강조한다. 덧붙여 그리스도인들의 경우 싸움 도중 자신의 극단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으로 성경구절 등을 인용하는 것은 잘못된 습관이라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해 ME 부부들도 “대화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아닌 자신과 배우자에 대해 보다 깊이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역설한다.
가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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