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가 끝나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준비해온 약을 나누어 줍니다. “아픈 사람들 약 받아가세요” 하니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아프다고 난립니다. 누구는 배가 아프고, 누구는 말라리아고, 누구는 피부병이고, 누구는 상처가 났다고 하는데 가져간 약을 다 내주고서야 끝이 났습니다.
점심시간입니다. 교리교사가 저희를 식사가 준비된 방으로 안내합니다. 창문이 없는 어두운 방으로 허리를 숙여 들어갑니다. 흙바닥에 음식이 놓여 있습니다. 저희를 위해 특별히 양고기를 준비했네요. 제가 좋아하는 양고기입니다. 일단 손을 씻고 그릇에 추인(밥)과 양고기를 먹을 만큼 던 다음 기도를 하고 식사를 시작합니다. 아, 맛있습니다. 손으로 추인을 떼어 고기국물에 적셔 먹고 두 손으로 고기를 들고 열심히 뜯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덜 씻긴 그릇, 숟가락은 없고, 바닥에서 흙먼지가 올라오기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맛있으니까요.
식사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마을 원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먼저 마을의 이장이 저희에게 환영의 인사를 건넵니다. 이어서 마을의 문제와 도움을 얻고자 하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합니다.
첫 이야기는 아주 황당한 내용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꿈을 꿨는데 일주일 안에 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죽게 될 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온 마을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 사람들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것을 믿는구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점을 보러 다니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생각하니 하나도 다를 것이 없음을 느꼈습니다. 이 문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니 아무 문제없다고.
그 다음 이야기들은 마을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먼저, 우물을 파달라는 것, 학교가 없으니 교사라도 한 명 보내달라는 것, 병원도 약국도 없고 약을 구하려면 하루 종일 걸어 아강그리알이나 쉐벳에 나가야 하니 정기적으로 약을 보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큰 예산이 필요한 내용이었습니다. 막막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들의 이야기에 화가 났습니다. ‘우리를 무엇으로 알고 이러는 것인가? 이런 요청은 선교사가 아니라 정부에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곧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 살고 있고 아무도 자신들을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오랜만에 찾아온 외국인 선교사의 발목이라도 잡아보려는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됐습니다.
공소 방문을 마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그동안 아강그리알을 도시와 떨어진, 살기 어려운 마을이라고 생각했는데 빤아비에이의 사정을 보고 오니 아강그리알은 축복받은 마을이었습니다. 아강그리알에는 병원도 있고 학교도 있습니다. 우물도 많습니다. 그리고 신부들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소 마을에는 없습니다.
8개월을 지내며 이제 이곳에 대해 알 만큼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도움을 청합니다. 저희를 보내신 주님께.
※남수단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움주실 분 031-244-5002 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교구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 위원회
http://cafe.daum.net/casuwonsu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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