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도 건드리지 마라!”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회장 윤정옥 수녀) 산하 민족화해분과위원회(위원장 소희숙 수녀) 수녀 20여 명이 10일 오전 11시 제주도 강정마을을 찾아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고 공사가 강행되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현장을 둘러봤다.
강정마을 코사마트 사거리에서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주례로 봉헌된 생명평화미사에는 서울, 전주, 제주교구와 예수회 소속 신부 11명, 제주교구 수녀 40여 명, 일반신자 등 130여 명이 함께했다.
강우일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수도원에서 조용히 기도하셔야 할 분들이 강정마을까지 오셔서 한편으로는 죄송하고 또 한편으로는 감사하다”고 말문을 연 뒤 “지난 100년 사이에 세계 제1차 대전, 한국전쟁 등 크고 작은 전쟁이 이 지구상에서 일어났는데 그때마다 가장 피해를 입은 건 선량한 국민뿐”이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이어 “우리의 기도로 이러한 불행을 막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일까 생각해 본다”고 덧붙였다.
민화위 위원장 소희숙 수녀는 “민화위 월례회에서 큰마음 먹고 강정마을을 방문하기로 결정해 위원회 차원에서 오게 됐다”며 “수녀는 골방에 앉아서 기도만 하는 수도자가 아니고 개인 생각으로는 강정마을에 공소를 설립해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근거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주교회의 의장 강 주교와 신년하례를 겸한 인사를 나눈 장상연합회 민화위 소속 수녀들은 오후 4시쯤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묵주기도와 153배 평화기도를 진행하던 중 19명의 수녀들이 공사차량의 출입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예수회 김성환 신부, 환경운동가 등과 서귀포경찰서에 강제연행 됐다가 다음날(11일) 새벽 3시에 풀려나는 고초를 겪었다.
이에 대해 장상연합회와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공동대표 고병수·박동호 신부)는 16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수도복을 입은 수녀가 경찰 호송버스에 태워져 경찰서로 연행된 일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라며 “더욱이 기도 중인 수도자들에 대한 물리적이고 강압적인 연행은 묵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장상연합회와 천주교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즉각 중단 ▲정부와 경찰의 사제, 수도자, 평화활동가에 대한 공개 사죄 ▲공권력과 용역 직원들의 폭력과 폭언 중단 등 3개 항을 요구했다.
또한 장상연합회와 천주교연대는 ‘수도자 19인 등 부당한 강제연행 규탄 제주 집중행동’에 들어가 16일 오후 1시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제주경찰청을 항의 방문했고 오후 4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 정문 앞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했다. 17일 오전 11시에도 같은 장소에서 미사가 봉헌됐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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