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가 10년에 걸친 중장기 사업의 하나로 진행 중인 ‘역사총서’의 첫 결실이 맺어졌다.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준비위원회-기획·홍보분과위원회 특별위원회 산하 50년사 편찬위원회(위원장 정종득 신부, 이하 편찬위)는 최근 역사총서 1, 2, 4권을 동시에 발행했다. 역사총서 편찬은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을 기념하며, 신앙선조들의 말과 행동을 표양으로 신심을 쇄신하고 복음적 가치를 구현하는 교회활동을 강화하는 노력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편찬위 위원장 정종득 신부의 설명을 통해 역사총서의 전반적인 의미와 가치, 새로 발행된 각 총서의 내용 등에 대해 알아본다.
“흔히 성경을 신앙의 근간으로서 ‘생명의 책’이라고 말하지요. 교구가 발간 중인 역사총서는 이 신앙을 살찌우는 영혼의 책, 즉 ‘신앙의 책’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편찬위 위원장 정종득 신부(수원교회사연구소 소장)는 역사총서 편찬은 과거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비추고 미래의 지향점을 밝혀주는 역사상(歷史像)을 창출하기 위한 밑거름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이를 통해 한국교회사에서 차지하는 수원교구의 위상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설정하는 나침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앞으로의 역사를 새롭게 다져나가기 위해서는 이전의 역사를 오롯이 정리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교구 관할지역에 살았던 신앙 선조들의 말과 행동, 영성과 교훈이 서려있는 자료들을 발굴, 정리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후세에 전해줄 유산을 만드는 작업으로서 역사총서는 매우 큰 가치를 지닙니다.”
특히 교회사는 하느님 구원사에 동참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이다. 이를 모범으로 각자의 구원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신앙인으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 땅 자체가 성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 사람 때문에, 그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이 땅이 거룩하게 된 것입니다.”
정 신부는 “신앙선조들의 믿음의 삶과 역사를 알게 되면, 그 의미와 거룩함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며 각 총서 내용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정 신부는 각 총서들은 교회사적 지식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한 자료들의 종합이 아니라, 일종의 인터뷰 내용과 같다고 전한다.
“그분들이 살아 계시다면 일종의 인터뷰가 되겠군요. 굳이 표현하자면 신앙선조들의 변호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생생한 증언과 목격담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신앙 이야기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각자의 신앙 척도, 현재 신앙생활의 점수를 매겨볼 수도 있지요.”
이때문에 각 총서를 읽으면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신앙인으로서 나아가야할 길은 무엇인지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새로 발간되는 역사총서들을 살펴보면 교회사와 관련한 이야기와 지식들을 풍성하게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교구사는 교구본사는 물론 부록으로 교구장 사목활동 자료집과 교구 일지, 교세통계표, 사진집 등 총8권으로 구성된다. 특히 신앙선조 약전과 시복재판록, 치명사적 등은 지역 순교자들의 신앙생활과 신심을 여실히 들여다보게 한다. 또 조선대목구장 서한집과 선교사 서한은 당시 선교 지역의 상황과 각 선교사들의 활약상까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어서 중요성을 더한다. 아울러 각 권마다 다양한 각주와 설명 등을 담고 있어 소공동체 모임 및 신자 재교육 교재, 영적 독서 자료 등으로도 활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총서 발행을 위해 수원교회사연구소 전문 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편찬위원회는 수년간 기초자료를 다졌을 뿐 아니라 외국어 번역과 감수, 교정 등을 위한 외부 전문가도 적극 영입해 보다 체계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정 신부는 “수원교구는 한국교회의 태생지이자 전국적으로 복음을 전파한 신앙의 못자리, 순교신심의 못자리이기도 하다”며 “역사총서의 내용들은 우리 교구의 역사만이 아니라 한국교회 신자들의 순교신심을 고양하는데 도움이 될 중요한 영신 서적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신앙선조-수원교구 지역 순교자(역사총서 1)
수원교구 관할 지역에서 순교한 이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활동했거나 순교한 것과 관련한 내용을 총체적으로 실은 약전이다. 한국교회 창설 주역과 순교성인들, 하느님의 종에 대한 삶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반면 그 외 순교자들의 삶에 대해서는 정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교구는 역사총서의 하나로 발행하는 ‘순교자증언록’을 통해 보다 많은 순교자들의 삶에 대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돕는다. 첫 권으로 발행한 이 책에는 총 319명의 약전을 담았다.
앵베르 주교 서한(역사총서 2)
제2대 조선대목구장으로 사목한 앵베르 주교의 서한들을 판독, 역주한 책이다. 앵베르 주교는 한국교회 교구장으로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그의 마지막 은신처이자 체포지, 박해·순교 보고서 작성지가 수원 상괴 지역이었다는 점에서도 교구 차원 순교신심의 표양이 되는 인물이다.
특히 한국에서 50여 년간 사목한 최세구 신부(파리외방전교회)가 번역을 맡아 프랑스어의 현대적 재해석까지 올바르게 제시한 보기 드문 역작이다.
기해·병오 순교자 시복재판록(역사총서 4)
기해·병오박해 때 순교한 79위 성인의 삶과 행적에 대한 목격담이자 동시대 사람들의 증언기록이다. 1880년대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조선대목구와 교황청이 차례로 주관, 추진한 시복재판 기록물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해진 고어체와 한문 투의 문장들을 현대어로 풀어내 일반인들도 쉽게 읽고 신앙생활의 교훈서이자 지침서로 간직할 수 있도록 꾸몄다. 교회사에 관심 있거나 체계적으로 연구하려는 이들에게도 유용한 입문서이자 안내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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