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제품을 받은 수도회 형제의 첫 미사가 있어 울산에 간 적이 있습니다. 첫 미사를 따라간 것은 제가 성소담당 소임을 맡고 있을 때 처음 만나 깊은 면담을 한 후 그가 수도회에 입회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인연으로 그 형제가 사제 서품을 받는 날까지 마음으로 걱정하며 살았기에 첫 미사를 참석하여 앞으로 좋은 수도자로서, 또 착한 목자로서 살기를 기도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한 제 마음을 아는지, 그 형제 역시 저에게 자신의 첫 미사 강론을 부탁했고 그것이 제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란 생각으로 강론을 준비한 후 내려갔습니다.
첫 미사를 봉헌하는 날, 수도원에서도 여러 형제들이 축하를 해주러 왔고, 그 본당 출신 교구 신부님들도 몇 분이 오셔서 성대하고 장엄한 미사가 되었습니다. 본당 주임 신부님 표현으로는 당신이 그 본당 주임으로 계시면서 가장 많은 신자들이 참석한 미사라고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새 사제의 첫 미사가 봉헌되었고, 떨리는 마음으로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미사를 봉헌하는 그 형제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미사 끝자락에는 간단한 축하식이 있었고, 새 사제의 소감 한마디를 청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형제는 짧은 소감 한마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목이 메었는지, 계속 ‘음, 음’ 하며 울먹였습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이 눈물을 훔치면서, 떨며 긴장한 새 신부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사 시작때부터 제대 앞 두 번째 줄에 앉으신 할머니 한 분에게 유난히 눈길이 갔습니다. 연세는 거의 90세에 가까워 보였고, 얼굴빛은 오랫동안 농사를 지으셨는지 아니면 힘든 고생을 하셨는지 거무스름했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무척 단정하게 옷을 입고 미사에 참석하신 할머니였습니다.
그분은 정갈하게 미사포를 쓰시고 첫 미사에 참례하셨는데, 양손으로 미사포를 꼭 잡고 계시던 할머니는 첫 미사 시작 때부터 눈물을 흘리신 듯했습니다. 그리고 새 사제가 소감 한마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목이 메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는 당신 미사포로 눈물을 연신 닦으시고 새 신부에게 눈을 떼지 않고 눈물진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선한 눈매, 목을 빼고 새 사제만 바라보시던 할머니의 모습. 사제석에 앉은 저는 조금 멀리서 할머니를 바라볼 수 있었는데, 할머니의 순수하고 맑은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할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그 모습이 무척 낯익은 모습이었습니다. 할머니의 해맑게 우시는 그 모습은 어디에선가 꼭 본 듯한 얼굴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서 꼭 뵌 분 같은데, 누구신가? 저 할머니, 내가 아는 분인가? 그런데 내가 저 할머니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이상하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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