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마지막에 소개되는 순교자는 평신도 윤봉문(요셉)이다. 그는 1888년 순교한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1852년 경상도 경주 인근에서 출생,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실천한 윤봉문은 1866년 병인박해로 재산을 몰수당한 뒤 양산으로 이주했다가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위해 거제도로 건너가 진목정(현 통영시 이운면)에 정착했다. 윤봉문의 아버지 윤사우(스타니슬라오)는 이전부터 비밀리에 천주교신앙을 전하러 다녔고, 거제도로 이주한 후에도 복음을 전하며 여러 사람들을 입교시켰다.
1887년 겨울, 경상도 담임 로베르 신부가 신자들에게 성사를 주기 위해 거제도를 방문했을 때 윤봉문은 로베르 신부를 안내하고 교리교육과 공소예절을 도와주었다. 이때 거제도에서만 15명의 성인이 세례를 받고 천주교에 입교했다고 한다.
로베르 신부가 거제도를 떠난 지 몇 개월이 되지 않은 이듬해 봄, 박해가 일어났다. 통영 포졸들이 천주교 신자들을 체포함으로써 개인적인 탐욕을 채우려고 일부러 일으킨 박해였다. 당시 윤봉문은 다른 교우 2명과 함께 체포됐는데, 홀로 통영으로 압송돼 문초와 형벌을 받게 됐다.
모진 형벌에도 불구하고 그는 관장이 강요하는 배교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큰 지역인 진주로 이송됐으며, 그곳에서 다시 문초와 형벌을 견뎌야했다. 당시 그는 십계명을 외우면서 신앙을 굳게 증거했다고 전해진다.
1888년 4월 1일, 윤봉문은 교수형을 선고받고 36세의 나이로 순교했다. 그가 순교한 뒤 로베르 신부가 교구장에게 보고한 내용은 윤봉문이 교회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투신했는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저는 운 좋게도 이 거룩한 순교자를 친밀하게 알았습니다. 그가 열심한 교우였으며, 비신자들의 회개를 위한 열성이 가득했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중략) 하느님께서 그를 저에게서 빼앗아 가셨지만, 그것은 당신의 충실한 벗들에게만 주시는 영광을 그에게 주시려 하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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