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지을 때 쌀밥과 찰밥에 넣는 물의 양은 다르지요? 사진촬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피사체로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노출계를 잘 조정해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톨릭영시니어아카데미 사진촬영두레 졸업생으로 이뤄진 ‘사진연구회’ 이론수업시간. 지도를 맡고 있는 문수영(토마스)씨가 노출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문씨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는 학생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질문이 쏟아지고, 필기를 하는 손길도 바쁘게 움직인다.
50~70대 어르신들로 이뤄진 ‘사진연구회’는 가톨릭영시니어아카데미 사진촬영두레 졸업생들이 사진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자 스스로 만든 연구모임이다. 현재는 2007~2010년 졸업생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매주 만나 이론수업과 출사(出寫)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강원도 평창 대관령을 찾아 멋진 설경 사진을 찍었다.
“작은 컴팩트 카메라를 다루는 데도 주저했던 내가 이렇게 사진 찍기에 푹 빠질 줄은 몰랐어요. 사진을 배우는 것은 보람차고도 정말 생동감 넘치는 일이에요.”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소박한 관심이 이들을 한자리로 불러 모았다. 관심은 애정을 넘어 열정으로 이어졌다. 나이는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다.
‘사진연구회’의 큰언니 임성희(바울라·71·서울 수유동본당)씨는 “사진 찍은 것을 펼치고 감상하다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며 “칠순 때는 집에서 나만의 사진전도 열었다”고 전했다.
배움이 더할수록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사진기에 대한 지식을 비롯해 그 결과물 역시 여느 전문가 못지않다. 유상란(헬레나·66·서울 풍납동본당)씨는 “학교 다닐 때 잠시 배우기는 했지만 정작 실제로는 어떻게 찍어야할지 어렵기만 했는데 ‘사진연구회’와 함께한 이후로는 혼자서도 찍을 수 있는 사진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서로의 결실을 모아 연 1회 전시회도 연다. 올해 11월 즈음 제3회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이들의 열정은 나눔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본당에서의 사진 봉사를 펼치는 이들을 비롯해 남다른 의미를 지닌 봉사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임성희씨는 “이곳에서 배운 사진을 통해 봉사활동에 나서고 싶다”며 “좀 더 실력을 쌓은 후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영정 사진 촬영을 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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