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잔치의 유래는 옛날에는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고 절기마다 현저한 기온의 변화로 인하여 유아의 사망률이 매우 높고 질병이 많았기 때문에, 아기가 돌을 맞이한다고 하는 것은 성장의 초기과정에서 완전히 한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는 계기가 되므로 이를 축하하게 된 것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풍습화된 것으로 보여진다. 한 집안에 자녀가 태어나면 너무도 큰 경사이면서도 갑자기 죽는 아이들이 많은 관계로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금기사항들이 많았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금(禁)줄은 아기가 출산하면 아기와 산모의 건강을 위해 병균이 못 들어오게 하는 위생적인 목적과 귀신이 샘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왼새끼에 고추나 숯을 달아매는 줄을 쳤으며 삼칠일(三七日)이라고 해서 아이가 태어나면 외출도 삼가며 가족외에는 출입을 금하고 행동을 조심하는 것을 말한다. 자손이 귀하면 귀신이 샘을 부릴까 이름도 막짓고 옷도 일부러 보기 싫게 입히기도 하고 이렇게 조심하여 백일이 지나면 아기의 장수를 위하여 백설기를 해서 백명에게 먹였다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돌잔치 때는 신성하고 백색무구(白色無垢)한 의미에서 백설기를 했고 붉은 팥고물을 묻힌 차수수 경단을 만들어 액(厄)을 물리친다는 토속적인 믿음에서 비롯한 풍습이 있었다. 이런 풍습 때문인지 나도 어린시절 어머니께서 10살까지 수수팥떡을 해 주시던 것이 기억난다.
돌날에는 백설기·수수팥떡·경단·대추·과일·쌀·국수·책·붓·먹 ·벼루·무명실·활(여아는 자) 등으로 상을 차리고 돌쟁이 어린애를 상 앞에 앉히는데, 아이는 상 주위를 돌다가 제 마음대로 붓도 집고 책도 집는다. 어떤 아이는 쌀을 맨 먼저 집기도 하는데 맨 먼저 집는 물건의 뜻을 좋게 해석해서 큰 부자가 되겠다는 등 축복하는 풍습이 있다. 쌀·돈은 부유하게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고, 국수·무명실은 장수하기를, 대추는 자손이 번창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책은 글을 잘하여 학문에 통달하기 위함이고, 붓먹은 문필로서 유명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을 돌잡이라고 부른다.
몇 년전 어떤 자매님이 미신적 풍습으로 내려오는 돌잡이를 신앙적으로 의미부여를 해서 현대식으로 기도하는 잔치로 바꿔달라는 청을 들은 적이 있었다. 물론 하느님을 믿는 신앙인의 입장에서 보면 미신적인 요소가 들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유아사망이 많았던 과거에 자녀들의 장수를 기원하며 축하해온 미풍양속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구태의연한 과거의 모습보다는 풍습의 의미를 더 잘 이해하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 신앙적인 방법을 가미한다면 더 좋은 생명의 잔치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요즘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신세대 엄마들은 돌상에 청진기(의사), 마이크(연예인), 판사봉(법조인), 돈(금융업), 분필(교수), 골프공, 축구공, 야구공(운동선수) 등을 놓는다고 하는데 신앙의 부모들은 묵주나, 십자고상, 성경 등을 놓고 성소(聖召)를 기원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아무튼 돌잔치에 아이의 미래를 점쳐 보는 놀이도 좋지만 “아기를 위한 기도”를 바치고 오신 모든 손님들의 안수를 받고 덕담을 듣는 것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주님, 당신께서 주신 이 생명을 보소서./ 당신의 사랑을 가르쳐주는 귀한 선물/ 살아계신 당신을 느끼게 해 주는/ 우리 아기를 주신 당신께 감사드립니다./해맑은 아기의 눈동자를 바라볼 때마다/ 이 생명에게 바라시는 당신의 뜻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당신의 크신뜻을/ 모두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저에게 맡겨주신 이 사랑스런 아기에게/ 주님, 당신의 사랑을 베풀수 있는 힘을 주소서/ 그래서 우리 아기가 자라면서 점점 당신을 닮아가고/ 당신사랑을 알게 하소서./아멘” -성 바오로<매일 드리는 기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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