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0주년 기념
90년대 중반을 넘기면서 2천년 대희년을 향해 로마 교황청과 한국 교회, 그리고 전 세계 교회의 준비가 한창이다. 본보는 지난 94년 교황청 2천년 대희년 준비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래 눈부신 활동을 펼치고 있는 로저에체가라이 추기경을 창간 70주년 특별 인터뷰에 초대, 대희년의 의미와 준비, 아시아와 북한 복음화에 있어 한국 교회 역할 등에 대해 폭넓게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로저 에체가라이 추기경은 89년 서울 세계성체대회에 교황특사로 내한한 바 있으며, 현재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우리가 다음의 천년기로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증인이 되는 세대라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 우리 인류는 이제 곧 제3천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구주강생 2천년인 대희년, 주님의 은총의 해 시작과 함께 열리는 새로운 천년기는 진정 희망의 시대가 되기를 우리 신자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구주강생 2천년은 인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오늘 우리 세상은, 우리 교회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합니까?
⊙ 우리는 제3천년기로 우리를 넘겨주는 성년의 문의 문턱에 거의 다가와 있습니다. 인류는 그리스도와 함께 한 2천년 순례의 길을 거쳐 여기에 와 있는 것입니다. 높은 데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데 만족해 하시지 않고 우리 가운데 내려오시어 인류 가운데 한 인간이 되셨으며 인간의 시간을 사셨고, 인간의 언어를 말하시고, 그 도정을 받쳐주는 희망을 인간과 함께 나누시는 그러한 그리스도와 함께 한 순례의 길 말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희망이 되어주시기 위해 그러한 감정에 생기 넘치는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오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의 희망은 바로 이렇게 엄청난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에 의해 그리고 그리스도 위에 세워진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는 우연히 여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바로 하나의 천년기가 다음의 천년기로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증인이 되는 특은을 입은 세대라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어떤 식으로든 온 인류를 대표하는 책임이 상징적으로 바로 우리에게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 세상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으셨지요? 그 대답은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우리 세상은 그리스도와 함께 멀리 갈 것입니다. 십자가의 희생으로 상속받은 그러한 무한한,「사랑의 무한」을 향하여 말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교회가 걸어가야 할 바로 그 길입니다. 교회는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자신의 길은 그리스도임을 깨달으면서, 매일매일 자신의 임무를 새로이 하면서, 그리하여 자신의 얼굴에서 구세주 그리스도의 얼굴이 드러나 보이도록 하기까지 자신의 전적인 투신을 성실하게 선포하고 생활하면서 교회는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 추기경님께서는 교황청에 본부를 둔 2천년 대희년 준비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한국을 비롯 각 나라별로 대희년을 맞기위한 준비가 한창이라고 생각되는 지금 2천년 대희년 준비 중앙위원회는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각 위원회 조직과 분야별 역할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 2천년 동안의 사전 준비 기간을 거치고 나서 그리고 본격적인 3개년 준비 기간의 첫해를 맞으면서, 이제 사무처가 조정한 조직적인 면은 이미 제 궤도에 올라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즉 준비의 핵심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즉 그것은「제3천년기」가 모든 의미에서 참으로 우리를 위해 길을 닦아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교황님의 교서는 희년 전체의「영성의 현장」일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간추려 담고 있는 위대한 문헌입니다. 그것은 귀중하고 완벽한「작업대」입니다. 이제 여기서 우리는 일을 시작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대희년 준비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처음 한 일이「제3천년기」를 읽는 데 도움이 될「해설집」을 세계 여론에 제시하고 소개한 것이었던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책을 소개하면서, 중앙위원회는 바로 희년이라는 신앙의 사건에 도움이 되는 것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린 것은 그때나 오늘이나 성년은 조직이라는 지평에 국한되지 않음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아직 진행 중에 있는 작업들에 평가를 내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조직적인 측면이 희년의 중요한 내용들을 투명하게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점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점점 더 방대한 양의 보고서들을 사무처에 보내오고 있습니다만, 이것들은 천년기 말의 사건이 각 지역 교회에서 진작시키고 있는 사업들과 활동들로 가득찬 방대한 순례의 첫번째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가장 최근에 열린 중앙위원회의 제3차 총회에서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8개 소위원회와 4개 위원회에서는 각각 현재 진행 중에 있는 활동을 점검하고 3개년 기간의 제2차 연도인 성령의 해의 계획을 이미 작성했습니다. 이 회의는 참으로 흥미 있고 성과 있는 회의였습니다. 의사 일정 중에는 작년 2월의 회의에 이어 각국 위원회의 위원장이 참여하는 제2차 중앙위원회를 소집하는 것도 들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모임입니다. 전 세계의 지역 교회들의 활동에 대한「보고」가 처음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바로 1996년 2월 회의에서였으니까요.
▲ 냉전의 시대는 지났지만 이제 인류는 민족간 종교간 분쟁으로 새로운 냉전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민족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엄청난 살상과 폭력이 지구 곳곳에서 난무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갈구하는 평화와 희망은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으며 극복의 기미는 희미해 보이기만 합니다. 무엇으로 이 같은 갈등과 미움 폭력과 살상을 없앨 수 있습니까?
⊙ 아직도 세계 도처에서 창궐하고 있는 빈곤과 불의의 참상이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특히 제 마음과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언급해 주신 비극들은 대부분 제가 가까이에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볼 기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황 성하께서 저를 마르세이유에서 불러내어 당신 곁에서 일하도록 하신 이래 저는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전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습니다. 이런 여행은 끝을 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악의 뿌리는 뽑아 버리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모든 면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악은 얼굴이 많습니다. 너무나 많습니다. 인종 불평등, 경제의 격차, 불의, 무절제한 권력욕 등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이 참으로 가공할 결과를 빚어냅니다. 전쟁, 빈곤, 난민 등 말입니다. 이는 염려스런 광경이요 세상을 거쳐가며 지평선을 검게 물들이는 반 증거입니다.
그렇습니다. 때로는 비극이 너무나 엄청나서 의기가 꺾이는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이는 다시금 희망에 의지하게 됩니다. 그 뿌리가 단단할 뿐만 아니라 없앨 수 없기에 결코 실망을 안겨주지 않을 그런 희망에 의지하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도 희년은 은총의 사건입니다. 나자렛의 예수님과 함께 제2천년기에서 제3천년기로의 위대한 여행을 경축하는 것은 인간적 의미를 벗어나 각자가 그리스도와 함께 시작하는, 그리고 세대를 거쳐가며 더욱 새로워지는 역사 속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 교황 성하께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과 아시아 복음화에 있어 한국 교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흔히 다가올 시대는 아시아의 시대라고도 얘기합니다만 추기경님께서는 아시아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 교회가 아시아의 복음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겠습니까?
⊙ 아시아는 방대한 대륙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아는 이들이 다른 대륙들보다 가장 적은 대륙입니다. 그러므로 온 교회는 이 방대한 지역에 새로운 복음화를 이룩해야 할 임무를 떠맡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가오는 시대는 아시아의 시대입니다. 아시아는 복음이 아직도 그 페이지들을 펼쳐야 할 땅입니다. 방대한 숫자의 땅, 하지만 무엇보다도 거대한 지평의 땅입니다. 한국 교회는 다른 어느 교회보다도 그러한 지평이 다가오는 제3천년기에는 그리스도의 지평이 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바로 일년 전 교황 성하께서는 사도좌 정기 방문 중인 한국 교회 주교님들을 접견하신 자리에서 다시 한 번 한국 교회의 특별한 역할을 강조하시고 한국 교회가 오래 전부터 아시아 대륙에서 수행하고 있는 고귀한 선교사업을 격려하신 바 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가톨릭 신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예비 신자들과 신영세자들이 교육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교회 공동체의 실정을 잘 알고 계십니다. 사제직과 봉헌생활에 대한 성소가 증가함과 동시에 사도직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평신도들의 모습 등 한국 교회의 실정을 말입니다.
바로 그러한 고무적인 실정을 염두에 두셨기에 성하께서는 주교님들에게『우리 구세주의 탄생 2천년을 경축하려는 희년을 온 교회를 위한 섭리적 기회』로 여기도록 권고하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커다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또 하나의 징표는 바로「제3천년기」에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고대 지역 문화와 고대 종교들과 만나는 문제가 절박한 현안이 되어 있는 아시아를 위해 대륙 차원의 주교 대의원 회의를 개최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교황님께서는 이것은『복음화에 대한 커다란 도전』이라고 말씀하시고『「보라, 세상의 구세주께서 우리에게 탄생하셨도다」라는 진리의 선포가 2천년에 새로운 힘으로 다시 울려 퍼져야 할』필요성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 분단된 조국에 살고 있는 저희 한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남북 통일입니다. 물론 그 통일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통해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할 것입니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 우선되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통일을 위해 우리 한국 교회 그리고 우리 신자들이 맡아야 할 몫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 한국의 통일은 남북 양쪽이 모두 최선의 모든 힘과 자원을 동원하여 추구해야 할 거대한 목표임에 틀림없습니다. 분단된 조국의 통일이 선의의 모든 사람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잘 압니다. 그것은 정녕 아시아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대륙에서도 신뢰와 희망을 갖고 바라보아야 할 목표입니다.
희년에 대한 서울대교구의 공식 문헌에서도 통일에 대해 분명히 언급하고 있는 것은 매우 위안이 되는 일입니다. 이 문서는 북한 형제들과의 나눔에 대한 희망을 피력하면서, 희년이 어떻게『전반적인 용서와 나눔의 분위기 속에 민족화해 과정에서의 새로운 발전이 촉진되는 데 도움이 되는지』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길은 참으로 올바른 길입니다. 용서와 나눔의 분위기야말로 아직도 미묘하지만 엄청난 전망으로 가득찬 도정을 촉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입니다. 그러한 분위기야말로 2천년 대희년의 진정하고 참된 정신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와 신자 여러분들은 여러분이 선택한 그 길을 곧바로 걸어가도록 권고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여러분들의 고귀한 몫이라 생각합니다.
▲ 인터뷰에 기꺼이 응해 주시고 또 귀한 말씀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창간 70주년을 맞는 가톨릭신문 독자들에게 꼭 주시고 싶은 말씀 한 가지 요청드립니다. 아울러 우리 한국 교회 신자들에게 당부하고자 하시는 말씀도 간청드립니다.
⊙ 이 인터뷰를 마치면서 가톨릭신문의 독자들과 여러 직책으로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참으로 정중한 인사를 기쁜 마음으로 전합니다. 사회 홍보 수단으로서 70년의 연륜을 쌓은 것은 커다란 선망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올바르고 유익한 업적을 이룩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자기 소개장」이기도 합니다.
한편 대구대교구의 경계를 넘어 전국적으로 그리고 국제적으로 독자 층을 갖고 있는 이 중요한 신문의 족적을 보면 한국 교회의 기원과 일맥이 상통하는 매우 의미 있는 특징이 있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즉 그것은 그 옛날 1927년 4월 1일 가톨릭신문을 창간한 것은 바로 온 교회와 함께『기쁨과 희망, 슬픔과 번뇌』를 나눔에 있어서 당대의 선구자들이었던「젊은 평신도」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중요한 홍보매체를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3천년기의 문턱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이끌어온 충성심의 특징입니다. 아무쪼록 가톨릭신문이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계속 걸어나가 매스미디어가 인류의 발전과 이해에 이바지할 수 있는 그 엄청난 풍요를 더욱 깊이 표현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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