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은 한국의 신앙인들에게 하나의 교과서적 역할을 해 왔다고 봅니다』
1913년 7월 29일생으로 올해 만 84세에 들어선 샬트르 성 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소속 박정희 엘리사벳 수녀의 말이다.
13년 전인 1984년 만 70세 때 마산 성지여고 교장직을 끝으로 일생동안 몸담아 왔던 교육계를 떠나 은퇴했던 박 수녀는 『가돌릭신문은 역사도 긴 만큼 한국 교회에서 많은 역할을 해 왔다』며 자신의 인생역정 만큼이나 역사가 긴 가톨릭신문이 일제시대부터 오늘까지 70개 성상 동안 교회 소식을 전해주고 교회의 정통 가르침을 알려주고 있는 것에 대해 먼저 감사를 표했다.
박 수녀는 당시 지역 명문이었던 경북여고를 거쳐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공립보통학교에서 의무 복무 기간인 2년여 교직생활을 거친 후 가톨릭신문이 창간되기 3년 전인 1924년 설립된 효성국민학교로 옮겨왔다.1934년부터 17년 동안 효성국민학교 교사, 교장을 역임했던 박 수녀는 51년 전주 성심여중고, 김천 성의여중고, 서울 계성여중고, 부산 데레사여고, 서울 계성여중고, 경주 근화여중고 등 여러 학교에서 교감 및 교장직을 맡아왔으며 73년부터 은퇴할 때까지 마산 성지여중고 교장으로 일해오는 등 전국 가톨릭계 여중고교에서 여성 인재 양성에 평생을 헌신해 왔다.
『일제시대 때인 효성국민학교 재직 시절 당시 각 학교에서 학생을 선발해 무조건 보내라는 지시에 따라 여자 정신대로 보냈던 기억이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이라고 들려주는 박 수녀는 다행히 그 여학생이 떠난지 얼마되지 않아서 일본에 있던 공장이 연합군 폭격으로 파괴돼 휴가차 귀국해 있는 동안 종전되는 바람에 무사했었다며 시대의 증인으로서 아픈 역사를 들려주었다.
은퇴 후 현재 대구 남산동 본원 은퇴수녀 숙소인 데레사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 수녀는 『데레사관의 16명 수녀는 가톨릭신문이 배달되면 서로 읽어보려고 합니다. 교회 내 모든 소식과 성서 말씀, 신부님들의 강론 말씀 등 은퇴생활의 양식으로 삼고 있다』고 들려준다.
특히 『다른 일간지들은 대충대충 보지만 가톨릭신문은 꼼꼼하게 모두 읽는 편』이라는 박 수녀는 한때는 신부님들 강론 말씀과 필요한 내용을 일일이 스크랩 해두는 등 열성을 보였으나 지금은 연로한 몸으로 신문을 읽는 자체가 큰 일거리가 되어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지금도 추기경님의 말씀이나 교황님의 근황에 관한 보도를 가장 관심 깊게 읽는 편』이라는 박 수녀는 『저희 은퇴수녀들은 가톨릭신문 보도를 보고 고위 성직자들의 건강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다』며 은퇴수녀들 모두가 「기도부대」라고 소개한다.
『해외선교 수녀들이나 갖가지 사정으로 어려움에 처한 평신도들로부터 기도 부탁을 많이 받고 있다』는 박 수녀는 『한국 근세사와 함께 해온 가톨릭신문도 초창기 타블로이드판에서부터 매주 칼라판을 제작하고 있는 현재까지 크게 발전해 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며 가톨릭 매스컴 사도직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은퇴하기 전부터 가톨릭신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많이 애써 온 박 수녀는 『10년 동안 몸 담았던 마산 성지여중고 재직 시절 가톨릭신문을 각 학급마다 게시하고 교도소에도 보내주는 등 가톨릭신문 보급 활동에도 앞장섰다』고.
자신의 특기인 편물짜기를 하며 기도하고 동료 은퇴수녀들과 번갈아가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수녀원 수위로서 문지기 역할까지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박 수녀는 『은퇴 후에도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다』고 한다.
연초부터 한보비리 등 대형 부정사건이 터지는 와중에 정치권의 이전투구 현상을 보며 『나라의 평안』을 소망하는 박 수녀는 『이번에는 신자 대통령이 나와서 정치를 잘 해주면 좋겠다』는 소박한 시국 견해(?)를 밝히기도. 특히 신자 정치인들부터 정직하게 살아 줄 것을 당부하는 박 수녀는 『가톨릭 신자이면서 나쁜 짓하는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소개될 때 가장 마음 아프다』며 우리나라의 참 발전을 위해서도 더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창간 70주년을 맞아 전국 독자들에게 인사해 줄 것을 부탁하자 『가톨릭신문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독자들이 전화 제보나 투고를 통해서도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박 수녀는 『매주 가톨릭신문이 배달되기만을 기다린다』고 말할 정도로 본보를 즐겨 읽는 애독자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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