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광주에서 버스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함평본당(주임=정병옥 신부) 문장공소(회장-정준효 요한).
마당에 들어서자 낯선 사람을 보고 짖는 개소리가 정겨운 문장공소의 풍광은 1977년 2월 12일 새벽 화재로 전소되었던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아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넓은 마당에 단층이지만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의 공소 건물과 넓게 펼쳐진 잔디밭, 대문 정면으로 보이는 한옥의 넓은 대청마루가 산사를 연상시키는 듯했다.
이 문장공소는 지난 1970년 고 현 하롤드 대주교의 특별 배려로 당시 돈 3백50만 원을 들여 준공된 40여 평 짜리 건물이었으나 7년 만인 77년 2월 12일 누전으로 전소되고 말았다(77년 3월 20일자 본지 보도).
당시 가톨릭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화재로 성전을 잃어버린 신자들이 성전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모두가 재건에 발벗고 나섰으나 2백여 명 신자 모두가 영세한 농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어 가진 것이라고는 의욕과 맨주먹뿐이라며 전국 각지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공소 회장집 마루 위에 임시 제단을 설치하고 마루에 걸터앉고 마당에 서서 미사와 공소예절을 봉헌하며 재건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눈물겨운 사연이 가톨릭신문 지상을 통해 소개되자 전국에서 문장공소 재건을 돕기 위한 신자들의 정성이 답지하기 시작했다.
24년 만에 신자가 20명 밖에 남지 않아 본당을 재건하려 애쓰며 전국 각지의 도움을 호소하던 완도본당의 성금을 필두로 김천 지좌본당, 천안본당, 부산 메리놀병원 등에서 성금이 답지했다.
문장공소의 재건을 도우려는 전국 각지의 도움을 후속 보도한 77년 5월 8일자 가톨릭신문에 따르면 「쏟아진 교구벽 넘은 지원대열」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공동체 의식은 아직도 건재하고 있었다며 부산의 한 주부가 지병인 신경통 약을 사러 나섰다. 기사를 읽고 약값 5만 원을 기탁하기도 했으며 서울의 초등학생이 용돈을 모아 보내기도 했다는 등의 갖가지 사연을 소개했다.
가톨릭신문 보도 후 한 달이 지난 77년 4월 29일 현재 접수된 성금이 2백2만 원, 자체 모금이 45만 원이라는 돈은 당시 공소 재건 기록에 따르면 막걸리 한 말이 6백 원(현재 1만여 원)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다.
문장공소 신자들은 이 돈으로 77년 5월 10일 공소 재건의 삽질을 시작, 여자들은 밥하고 남자들은 막노동을 하는 등 전 신자들이 노력 봉사에 나서 그해 9월 11일 감격적인 준공식을 가졌다.
현재 문장공소의 교적상 신자 수는 2백38명으로 이곳도 역시 극심한 이농현상을 겪어 화재 당시의 신자들은 5~6명에 불과한 실정. 그러나 화재시 엄청난 단결력을 보인 문장공소는 이런 저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선교사업을 벌여 공소에서는 드물게 상·하반기로 항상 예비자 교리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반모임 활동을 통해 불우 이웃들을 돌보고 있다.
특히 젊은 공소 회장을 선두로 젊은 사람들이 모든 일에 앞장서 공소에 활력이 넘치고 있고 항상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 웃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활기찬 분위기 속의 문장공소 신자들은 작년에 공소 재건 비용 5백여만 원의 세 배에 달하는 1천5백여만 원을 들여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했으며 도움 받은 만큼 되돌려 준다는 의미에서 사회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월 2회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문장공소는 준본당으로 승격돼, 은퇴 신부라도 모시고 매주일 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작고 소박한 꿈을 가지고 이 계획을 연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작은 시골 공소이지만 나눔 만큼은 도시 어느 큰 본당보다도 크다』는 정준효 공소 회장의 말이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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