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반려자를 찾고 있음. 30세, 가톨릭 신자, 문학가. 오늘에 충실하고 있으나 불행히도 관절염을 앓고 있는 불구자입니다. 시련을 극복하고 보람있는 삶을 살려는 신념의 인간에게 「지팡이」가 되어주실 고운 마음씨의 아가씨는 서신 주십시오.』
72년 9월 24일자 가톨릭신문 지면을 통해 전국의 독자들에게 공개 구혼장을 띄웠었던 박광호(모세, 55세, 서울 신정동본당)씨.
『돌 때부터 화농성 관절염을 앓았습니다. 환부에 고름이 생기는 관절염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인생의 전부를 보냈지만 지금의 아내를 가톨릭신문을 통해 만나면서 인생에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됐습니다.』
박광호씨는 영세 후 3년 만에 본당 신부인 골롬반회 천 노엘 신부로부터 레지오 마리애 입단을 권유 받으면서 성모님의 특은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레지오 마리애 입단 전에는 그저 기도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레지오 활동을 통해 참다운 신앙의 본질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하늘에 공로를 쌓으며 살아가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관절염이 악화돼 아홉 곳의 환부에서 고름이 생기고 뼈를 깎는 고통이 계속되는 상태에서도 박광호씨는 오직 성모님께 매달린 채로 교리 교사와 냉담자 가정 방문, 소년 pr 지도, 목포 가톨릭매스컴위원회에서 섬 주민을 위해 방송하는 방송활동 등에 혼신을 다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활동에 나섬으로써 관절염은 더욱 악화되었지만 박광호씨는 그럴수록 『어차피 하느님의 손에 달린 목숨, 당신 뜻에 목숨을 내맡기자』며 기도와 활동을 열심히 했다.
박씨는 지금까지 매일 15단씩 바치고 있는 묵주기도도 레지오 입단 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오고 있다.
더 이상 쓸 약이 없어 방치된 상태였지만 그는 『기도를 통해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고 욕심이 생긴 탓인지 『그럼 어떻게 하면 나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기도를 대신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박광호씨는 『결혼을 하라』는 충격적인 응답을 들을 수 있었지만 『언제 죽을지 모를 목숨인데 어떻게 결혼할 수 있느냐』며 수많은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고민을 목포 가톨릭문화관을 맡고 있던 모안당 신부를 찾아가 상의했다.
모안당 신부는 가톨릭신문에 광고를 한 번 내자는 제안을 했고 박광호씨도 하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자는 심정으로 신문 광고에 응했다.
반려자를 찾고 있다는 광고가 실린 후 1주일 만에 3명의 숙녀로부터 편지를 받은 박광호씨는 재산이 얼마냐, 건강이 어떠냐 등 질문이 많은 편지를 보고 많은 실망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 편지를 든 순간, 박광호씨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빠졌었다고 한다.
편지 서두를 『 † 순교자의 정신으로 그이에게 가겠습니다』로 시작해 장문의 편지를 보낸 숙녀가 바로 지금 박광호씨 부인이 된 송춘란(안젤라)씨.
송춘란씨는 가족 중 유일하게 세례를 받고 수도자가 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입회 수도회마다 찾아다니며 수도회 입회를 막아온 아버지의 영향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수도자 대신 박광호씨를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로 다짐한 것이다.
편지를 교환한지 한 달 만에 두 사람은 양가의 극심한 반대를 극복하고 목포 경동성당에서 김종남 신부 주례로 결혼했고 결혼과 동시에 박광호씨는 별다른 약을 쓰지 않았는데도 점차 건강이 회복되어 갔다.
그 후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웠고 지금은 사제가 되기 위해 가톨릭대학에 다니고 있는 차남을 비롯 2남매를 두고 있을 정도로 다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열심한 기도 덕분으로 그토록 심했던 환부가 아물어지면서 결혼 이듬해 7월에는 모든 관절염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참으로 기이한 기적을 박광호씨는 자신에게서 체험하게 됐다.
특히 박광호씨는 몸이 아픈 가운데서도 어릴 때부터 글 쓰는 솜씨를 인정받아 69년에 시집 「금단의 늪」을 발표하는 한편 시 동인 「흑조시인회」를 창립, 활발한 시작활동을 계속했다.
박광호씨는 천부적으로 타고난 소질인 시와 소설가로서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 「이조왕비열전」 「단군조선」 「사랑의 끝」 「애리」 「궁」등 소설을 집필했다. 특히 「사랑의 끝」은 박광호씨의 투병과 인생역정을 그린 소설.
현재 한국 세나뚜스 협의회가 발행하는 월간 「레지오 마리애」편집장을 맡고 있는 박광호씨는 지나온 삶의 전부를 『성모님이 주신 특은』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25년 전 자신을 찾아와 희망으로 살아 준 아내에게 감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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