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금의 세계 상황 속에서, 지식에 대한 끝없는 추구는 항상 옳은 일일까 하는 의문을 다시금 제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알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가? 자유로운 발상과 무한 성장의 분위기 속에서 개인이나 제도가 지식의 한계를 진지하게 제기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러한 질문에 내포된 도덕적 측면을 파악하고 존중할 능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세계 역사는 자연과 인간의 비밀에 대한 호기심에 의해 발전해 왔다. 특히 근대 이후 사상의 주류는 지식과 그 표현의 문제에 관한 어떤 종류의 한계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작금의 세계 상황 속에서, 그리고 세계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주의 깊은 숙고 속에서 지식에 대한 끝없는 추구는 항상 옳은 일일까 하는 의문을 다시금 제기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미 오래 전부터 인류는 금기, 비학, 신성, 형용불가 등의 용어를 사용해 인간의 지식과 탐구에 한계를 지어왔다. 하지만 오늘날 무제한적인 지식의 탐구가 던져주는 미래의 위험성은 구체적으로 인류의 파멸까지도 예단하게 해 주기에 이에 대한 심사숙고는 더욱 절실하다.
미국의 문화비평가 로저 샤툭(Roger Shattuk)이 쓴「금지된 지식-프로메테우스에서 포르노그라피까지」(전 2권, 금호 간)는 바로 인간의 지식과 탐구의 자유와 그 한계 사이의 길항 관계를 서양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보여 준다.
최근 영국과 미국에서의 양과 원숭이 복제 성공은 유전자 조직으로 인간 복제 역시 가능함을 보여 줌으로써 깊숙한 생명의 신비 영역에까지 뻗친「과학의 전능한 손길」에 대한 찬탄보다는 오히려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위대한 정신의 산물로서의 지식보다는 지식의「야만성」을 드러낸다. 샤툭은『우리들 중 많은 사람들은 급속히 발전하는 문화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20세기 후기에 쏟아지는 경이로운 소식들은 재앙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후진성이나 무지가 아니라 지식의 향상과 그 활용에 의해 초래된 것이다』
샤툭은 이 책 제1권에서 금지된 지식과 그 변종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살피는 한편, 세계 문학사에 획을 그은 문학작품들을 통해 금지된 지식의 문제를 다룬다. 서양문화에 있어서 두 개의 커다란 줄기를 이루어온 그리스 신화와 구약성서로부터 출발된 금지된 지식의 이야기는 멜빌과 카뮈의 소설에 이르러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는 인간의 지적 호기심의 원천을「인간의 욕망」에서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간 자신과 세계의 비밀을 알려는 욕망은 모든 위대한 작가들이 찬미했던 고귀한 갈망이자 동시에 분수없는 저열한 욕망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불의 비밀을 알려주지 말라는 제우스의 명을 어긴 프로메테우스, 금지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악을 만연시킨 에피메테우스는 금기로서의 지식과 호기심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프로테스탄트의 형성과 인쇄술의 발전으로 인한 이단의 확산은 금서 목록을 제정하게 하고 당시의 지성 몽테뉴와 파스칼도 인간의 호기심과 오만이 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서양 문학사에 대한 풍요로운 서술을 거쳐 제2권에서는 저자가 제가하고 나선「금지된 지식」의 문제가 단지 추상적 이론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의 한 부분을 구성함을 볼 수 있다. 저자는 2권에서 현대가 당면한 두 문제를 다룬다. 한 가지는 과학의 도전이고 또 한 가지는 성, 포르노그라피의 문제이다.
특히 과학적 발견과 그 활용에 있어서는 최근 인간복제 가능성이 문제시 되는 시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저작이 될 것이다. 그는 특히 잘못된 실험 과학의 문제를 역사적으로 다룸으로써 그것이 가져올지도 모르는 무서운 결과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인간이 지적 탐구, 문명의 진보와 첨단 문명의 편의성에 대해 교회는 무조건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하느님의 선물로서 인간이 이를 선용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지식에 대한 추구를 자제하는 것이 인간의 행복을 가져오는 것이라 할 지라도 인류 스스로가 탐구를 자제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앎을 위해, 진보를 위해 부단히 달려온 오늘날 인류에게 뒤돌아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알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는 샤툭의 시도는 상당한 설득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보스턴대학 명예교수인 저자는 미국 문학비평가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하버드대 학술원 회원으로 하버드, 오스틴주립대, 버지니아대 등에서 불문학과 비교문학을 가르쳤다. 1987년 미국 한림원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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