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맺음말
회개는 단 한 번으로 그치고 말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기풍이다. 그리스도인은 그 기풍을 간직하고 살아가면서 점차 인격적인 성숙을 이룩해 나간다. 왜냐하면 참다운 인간으로서의 삶, 공동체적인 삶을 살면서도 세상 안에서 다른 이들과 더불어 성장하며 발전하기를 바라는 삶을 현실 안에서 살고, 궁극적으로도 그러한 삶을 추구해 나갈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자신만의 회개를 위해서 힘쓰지 않는다. 그는 세상 안에서 비그리스도인들이 회개할 수 있도록 본보기를 보여 주어야 할 사람이기도 하다. 회개의 실현은 자그마한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회개는 해버릇해야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고해(회개와 화해)성사는 일상적인 회개의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는 구체적인 방식이다. 그리고 이 회개의 삶이야말로 성체성사로 생명력을 얻어 누리게 하는 가장 적극적인 삶인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고해성사의 성사성을 확인한다.
※고해성사의 상징 체계에 대한 이해
고해성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상징 체계는 하느님 그리고 교회와의 화해를 위한 유일하고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정상적인 방법인 개별적 완전고백과 개별적 사죄이다(고백성사 예식서 31항).
통상적으로 해오던 개별적 완전 고백의 절차 하나하나가 고유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그 모두는 결국 사죄행위라는 상징 체계가 드러내는 의미 안에서 비로소 제 몫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사죄행위라는 상징 체계에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
고백자가 고백을 한 후 기도를 한 다음 사제는 두 손을, 적어도 바른 손을 고백자 위에 펴들고 다음과 같은 사죄경을 외운다.『인자하신 천주 성부께서 당신 성자의 죽음과 부활로 세상을 당신과 화해시켜 주시고 죄를 사하시기 위하여 성령을 보내 주셨으니, 교회의 직무 수행으로 몸소 이 교우에게 용서와 평화를 주소서. 나도 성부와+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 교우의 죄를 사하나이다』
사죄경에서 본질적인 말 마디는 『나도 성부와+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 교우의 죄를 사하나이다』이다.
사제는 바로 이 마지막 말 마디를 외울 때 고백자에게 십자가 표시를 하며 축복한다. 이렇게 안수하며 십자가 표시로 축복하며 행하는 사죄경이야말로 고백자의 화해가 성부의 자비로우심에 기인된다는 사실을 알리고 죄인의 화해와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의 연관성을 드러내며, 사죄를 위한 성령의 임무를 강조하고, 마침내 고해성사의 교회적 측면을 밝히고 있으니, 교회의 봉사를 통하여 하느님과의 화해가 기원되고 주어진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상징인 것이다(고백성사 예식서 19항 참조).
※고해의 비밀에 대한 이해
고해성사 중에 고백을 통해서 들은 내용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해 사제의 본질적 의무이다. 고해의 비밀을 간직하는 것은 이 세상의 어느 누구로부터도 불가침의 것으로서 봉인되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고해사제는 말로나 다른 어떠한 방식으로도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도 고해자의 신원과 고백의 내용을 비롯해서(교회법 983조 1항 참조) 고백 중에 얻은 지식을 발설해서는 안 된다(교회법 984조 1항 참조).
만일 직접적으로 누설하면 사도좌에 유보된 자동 처벌의 파문 제재를 받고 간접적으로 누설해도 범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된다(교회법 1388조 1항 참조).
아울러 사제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은 비록 신도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신도들이 고해성사 중에 고백한 내용이라는 것을 추정해 낼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을 예로 들면서 이야기하는 행위는 사제의 품위와 정체성에 대한 불신을 충분히 야기시킨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신도들도 자신들이 고해성사 중에 고백한 내용을 자랑스럽게 혹은 자기 변명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른 이들에게 발설하는 것도 현명한 행위는 아니다. 공적 고백이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을 때 별다른 문제가 없겠으나 사적 고백이 보편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현실에서는 그러한 행위가 자칫 사제의 고해 비밀 누설 여부 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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