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아버님의 말씀에 따라 꽤 오래 전부터 매달 셋째 주 일요일 저녁에 형제와 그 자녀들이 모두 모여 가족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만 김재환옹(바오로)은 그저 훌륭하게 자라준 자식들이 고맙다. 그는 9남매라는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을 거느리고 그들이 오직 사랑과 믿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그 중에는 현 동성고등학교 교장인 둘째 아들 김운회 신부와 수녀인 셋째딸 선회가 있다.
가족 모임의 순서는 기도로 시작해 그 주일의 복음을 읽고 아버지의 말씀을 듣는다. 그리고 각 가정의 한 달 동안의 생활에 대해 돌아가며 보고하고 집안의 대소사를 의논한 다음, 또 다시 아버지의 강론을 듣고 기도와 성가를 부르고 순서를 마친다.
『요즘 들어 아버님이 연세 탓인지 하신 말씀을 또 하시곤 하셔서 우리를 안타깝게 합니다.』
큰 아들 김승회(토마)씨는 책 속의 「아버님에 대한 회상」이라는 글에서 아버지의 깊은 사랑과 신앙에 대해 적고 있다. 그는 『아버님은 한 마디로 일생을 교회와 가정 안에서 성직자처럼 살아오신 분』이라고 말한다.
김재환옹은 신앙에 대해 대화하기를 즐겨 초면인 사람과도 열변을 토하며 신앙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신자라면 무조건 믿고 가까이 해서 간혹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김옹의 슬하에서 큰 자식은 모두 9남내. 이들은 각각 특색 있는 재주들을 갖고 자신들의 포부를 이루어가고 있다. 공부원, 간호사, 화가, 성악가, 건축가, 신부, 수녀 등 다양한 직업들을 갖고 있는 데다 아버지의 직업도 유별나 장의사이다.
이 다양한 모습의 가족들에게 한 가지 똑 부러지게 공통적인 것은 바로 5대 이상 이어져 내려온 천주교의 독실한 신앙이다.
김옹의 증조부인 김기호 공은 안동 김씨 집안인 이 김씨 문중에서 처음으로 입교한 인물. 그는 극심한 박해기에 청년기를 보내고 그 혹독한 박해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전교에 힘을 기울였다.
황해도에서 전교회장과 전국 평신도 총회장으로 한국의 바오로 사도라고까지 불리웠다.
김옹의 84회 생신을 맞아 9남매가 의견을 모아 엮어 펴낸 「가지 많은 나무에」는 지난 79년에 김옹이 직접 펴낸 「신앙인의 유산」의 후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네 부분으로 나눠진다. 맨 앞에는 김재환옹이 각종 모임이나 단체, 행사에서 행한 강론들과 언론에 발표한 글들, 특히 가톨릭신문에 게재했던 글들이 소개됐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평소에 김옹이 가족들에게 강조한 가르침들과 자손들의 편지, 글 모음이다. 여기서는 특히 스위스, 프랑스, 미국 등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보내는 절절한 효심의 글들이 눈길을 끈다. 세 번째는 매스컴에 비친 가족의 모습, 마지막으로는 「우리 가문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믿음의 조상인 김기호에 대한 연구의 글들이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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