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착한 목자이다. 착한 목자는 자기 양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 목자가 아닌 삯꾼은 양들이 자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리가 가까이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도망쳐 버린다. 그러면 이리는 양들을 물어가고 양떼는 뿔뿔이 흩어져 버린다. 그는 삯꾼이어서 양들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내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목숨을 바치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신다. 누가 나에게서 목숨을 빼앗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바치는 것이다.··· 』(요한 10, 11~18 참조).
『요셉 신부님!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습니다.··· 』제가 이곳에 부임한 지 벌써 육 개월이 지났습니다.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 15 )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뜨거운 가슴에 안고 마지막 보좌 신부로서의 벅찬 희망을 앞세우며 첫 본당신부로 부임한 후 동창 신부나 주교님께 아직 말씀드리지 못한 사목생활의 고충을 요셉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보는 마음으로 말씀드리오니 선배님으로, 형님으로서의 조언을 해주십시오.
첫 본당 신부로 부임한 후 제 나름대로 『나는 내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다』(요한 10, 15)고 하신 주님의 말씀대로 살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전 교우 대상으로 「본당 신부에게 바란다」는 내용을 주문한 후 그 내용을 요약하여 사제관 응접실 벽면에 큰 붓글씨로 써서 붙여놓고 하루에 적어도 3회 이상 가슴에 손을 얹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읽기로 하였슴니다.
(1) 모든 미사 30분 전에는 고해성사를 주시는 신부님. (2)고백소에서 큰 소리를 내지 않으시는 신부님 (3) 주일미사나 평일미사 때 성의있게 준비된 강론을 하시는 신부님 (4) 미사를 봉헌할 때 큰 소리로 천천히 정중하게 미사를 봉헌하시는 신부님 (5) 미사 후 성당 입구에서 교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시는 신부님 (6) 성당 안에서나 성모님상 앞에서 자주 기도하시는 신부님 (7) 특히 어린이미사 중에 야단치거나 화를 내지 않으시는 신부님 (8) 미사 전에 면도하시는 신부님 (9) 강론 내용이 중복되지 않게 성의 있게 준비를 하시는 신부님 (10) 예비자 교리를 직접 하시는 신부님이 되어 주십시오. 사제품을 받을 때 그 순수한 마음으로‥·
(11) 사목협의회나 구역장 회의 뿐만 아니라 모든 단체 회합 특히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에 참석하여 훈화와 강복을 주시는 신부님 (12)교우 장례 때 상가 방문을 빠짐없이 하시는 신부님 (13) 장례미사 후에 산소에서 하관예식을 정중하게 집전하시는 신부님(14)모든 단체에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신부님 (15)사제관이나 수녀원보다 성당 관리, 수선, 비품 하나하나마다 비중을 두고 훨씬 신경을 쓰는 신부님 (16) 성당 내에서나 외출할 때에는 늘 정복(로만칼라 착용)을 입으시는 신부님 (18)전화 상담이나 개인적인 면담에도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신부님 (19) 가급적 외출을 삼가하고 사제관이나 성당 내에서 자주 뵈을 수 있는 신부님 (20) 취미나 오락이 무엇인지 모르는 신부님이 되어 주십시오. 『내가 스스로 바치는 것이다』 (요한 10, 18)라고 하신 주님의 제자답게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려고 하시는 신부님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21) 포켓볼이나 볼링, 골프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 없는 문외한 신부님 (22) 휴일이나 휴가를 모르시는 신부님 (23) 불우 이웃을 자주 방문하시고 위로해 주며 자선사업에 관심이 많은 신부님 (24) 승용차에 여 교우를 합승시키지 않는 신부님 (25) 늘 성당 주위가 정리된 환경이 되도록 신경을 쓰는 신부님 (26) 성당 청소를 앞장서서 하시는 부지런한 신부님 (27) 사회 신문이나 TV 내용을 잘 모르는 신부님 (28) 개인적으로는 교우 집 방문을 하지 않는 신부님 (29) 누구에게나 반말을 하지 않고 존대말을 할 줄 아는 신부님 (30) 특히 어른(노인)들을 잘 모시는 신부님이 되어 주십시오..『노인을 공경하라』(레위 19, 32)고 하시며 『지극히 작은 일에 충실한 사람은 큰 일에도 충실하다』(루가 16, 10)고 하신 주님의 말씀 그대로 사시는 신부님을 보고 싶습니다.
요셉 신부님! 괜히 시작하지 않았는가? 하는 순간순간의 분심이 온몸을 누르는 듯한 마음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주님을 위하고 교우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 시간이 흐를수록 보람을 느끼지만 힘겨웁게도 느껴집니다. 요셉 신부님!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정말 힘이 듭니다….
예수께서 비유(예)를 들어 말씀하신 『목자와 양』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 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 중 목자들의 생활이 어떠하였겠습니까? 유목 민족이기에 들판에서 수많은 밤을 세워가며 때로는 더위와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양을 돌보았을 것입니다. (요즘처럼 일정한 곳에서 울타리를 쳐 놓고 방목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사람은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그대로 둔 채 그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지 않겠느냐?』(마태 18, 12)고 하신 말씀처럼 목자의 생활은 한 마디로 고달픈 생활, 늘 사슬(고삐)이 없는 자유분방한 양을 따라다니며 지키는 생활이었기에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우리에게 『목자와 삯꾼』비유를 가장 적절한 표현으로 말씀하시면서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내가 목숨을 바치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신다』(요한 10, 17)는 말씀까지 덧붙여 하셧습니다.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택하여 내세운 것이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구하는 것을 하느님 아버지께서 다 들어주실 것이다』(요한 15, 16)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에 확신과 희망을 두었던 사도 베드로와 순교자들, 특히 김 안드레아(대건) 신부님과 최 토마스(양업) 신부님을 본받아, 온전한 마음으로 최상 최고의 목자이신 예수님처럼 양들을 위하여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성소주일의 기도와 다짐을 재확인할 수 있는 은혜를 청하십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내가 목숨을 바치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신다. 그러나 결국 나는 다시 그 목숨을 얻게 될 것이다』(요한 10, 17) 하신 주님의 말씀에 온전히 희망을 두며,『주님을 위해서 하는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1고린 15, 58) 하셨으니 삼십 아니라 사십 가지라도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합시다.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필립 1, 12)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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