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어떤 어머니는 자주 편지를 써서 잠자는 아들의 머리맡에 놓아 둔다고 한다. 특히 화를 많이 낸 날에는 자신을 반성하며, 더 정성들여 글을 쓴다고 한다. 아들이 이 편지들을 항상 가지고 다니며 자주 꺼내어 읽어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가슴이 뭉클했다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어린이에게 편지를 써 본 어른이라면, 누구나 어린이들은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편지를 귀하게 여기며 간수하는 것을 경험하였을 것이다. 더구나 부모님에게서 받는 편지는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확인시켜 주는 메시지이며 큰 선물이다.
유감스럽게도 아버지가 어린이나 청소년 자녀에게 편지를 쓴다는 이야기는 극히 드물게 듣는다. 과연 우리의 젊은 아버지들은 자녀에게 편지를 쓴 경험이 얼마나 있을가 생각을 해 본다.
아버지에게서 사랑 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사춘기를 어렵게 보냈던 어느 젊은 아버지는 자신도 딸에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린 딸이 크면 자기를 이해해 줄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한다. 어린이에게 사랑은 구체적이어야 하며 즉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되지 않을까.
이 젊은 아버지에게 딸을 위해 먼저 편지를 써 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하자, 그는 무슨 말을 써야 될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난감해 한다.
자녀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을 쑥쓰러운 것이나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하는 아버지는 그만큼 자신의 정서가 경직되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자전거의 앞쪽에 어린 자녀를 태우고 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사랑이 담긴 가정를 그려볼 수 있다.
자녀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아버지로서 누릴 수 있는 복이며 동화를 쓰는 작가가 되게 하고 자신을 어린 시절로 여행하게 하는 기회가 된다.
학교에서도 어린이에게만 편지를 쓰게 할 것이 아니라 부모들이 자녀에게 쓴 편지를 가져 오도록 과제를 내 보는 것은 어떨까.
자녀에게 편지를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아버지라면, 한 번 책상 앞에 종이를 두고 앉아 보도록 권유하고 싶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더라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녀를 위해,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내서 글을 쓸 준비를 한다는 것이 바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랑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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