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성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 - 혼인성사
우리는 결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상식적인 말로 표현하면 각기 다른 가정에 속해 있던 성장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자신이 속한 가정을 떠나 결합하여 부부로서 새로운 가정을 갖기 시작하는 것을 결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말 그대로 상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언제나 의미를 추구하고 그래서 의미를 발견하는 가운데 좀 더 성숙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 인간으로서는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상식 이상의 것 즉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이왕 결혼생활을 하면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이들과 앞으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룰 젊은이들 모두가 더욱 성숙한 인간으로서 삶의 자리를 굳건하게 다질 수 있으리라 여긴다.
결혼의 역사는 길다. 인간의 역사와 다를 바 없다. 문명과 문화가 다르고 생활 습성이나 언어가 다르며 생김새나 모양 그리고 색깔이 다르다 해도 인간이 있었던 곳에는 결혼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한 마디로 결혼은 인간 사회의 한 제도이자 삶의 본질적 요소이다.
남자와 여자가 결합한다는 것은 즉시 자녀의 출산을 생각하게 만들며 자녀의 출산은 곧『종족 보존』이라는『자연법적 순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원초적인 결혼의 의미가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결혼의 총체적인 의미는 아니다. 왜냐하면 결혼의 역사 안에는 인간이 의도적으로 의미를 부여했던 내용들도 다분히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씨족이나 부족의 결속을 두드러지게 강조했던 옛 시대에는『부모에 대한 책임과 권한』그리고『공동체 안에서의 새로운 위치 확립』나아가『성숙한 사람으로서의 표지』를 결혼이라는 것 안에서 찾고자 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은『자아 발전의 전화점』이라는 의도적인 내용을 결혼의 의미로 부각시키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사회의 제도이자 인간 삶의 본질적인 요소인 결혼의 의미는 원초적인 것이든 인위적인 것이든 모두가 다 우리 삶 속에서 정리되어 재고되고 또 부각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야 할 이유는 첫째, 심각하다고 여길 정도의 현대 젊은이들의 결혼관 즉 의미보다는 필요를 우선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그러한 결혼관을 교정해 볼 필요가 있고 둘째, 젊은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인답게 결혼이라는 단 한 번(혹은 그 이상)의 기회이면서도 전 인생에 걸친 정점체험적인 성사가 갖는 의미를 알아야 세상 안에서 생활하는 성사로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위해서 일단 성서의 결혼관을 살펴 보고, 이어서 교회 전통 안에서의 결혼관을 그리고 현대 교회의 결혼에 관한 가르침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우리가 살펴본 내용들을 토대로 혼인성사에 대해 이해하고자 할 때 기본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의미를 요약해 보도록 하겠다.
▲1.결혼에 대한 성서의 의식
애초부터 결혼은 종교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서약 혹은 맹세라는 과정을 거치는 이른바『의식』을 통해서 결혼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 준다. 결혼이 종교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또한 결혼을 신성시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인륜지대사』라는 우리네 동양적인 표현도 따지고 보면 결혼의 신성성을 대변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결혼이 종교적 특성을 지니고 있고 또 신성시된다는 점으로 인해서 성서적 차원에서 결혼관을 살펴볼 필요를 느낀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모든 의미와 가치의 확인을 위한 원천인 성서는 과연 무슨 말로 결혼의 종교적이면서도 신성시되는 면을 그리고 그 의미와 가치를 말해 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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