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대교구장 하이메 신 추기경
“가난해도 신앙은 선진국”
“아시아 복음화 노력은 다양한 문화, 토속적 전통을 적극 수용하면서 여기에 가톨릭 신앙 근본 메시지를” 접목시키는 작업이어야
필리핀 가톨릭교회 대표적 장상이자 마르코스 독재정권 종식에 불을 당겼던 필리핀 민주화운동의 상징 마닐라대교구장 하이메 신 추기경.
최근 그는 후배 사제단들이 마련한 주교 서품 30주년 행사를 가졌다.
54년 26세의 젊은 나이로 사제품을 받고 13년 만인 67년 3월 18일 주교직을 맡았던 신 추기경은 『교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했고 특별히 사제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하려고 힘을 쏟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후배 사제단들이 준비해 준 기념행사가 『매우 기뻤고 영광스러웠다』는 말과 함께.
『인쇄 매체를 통한 복음화에 참여하고 있는 가톨릭신문 종사자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빕니다. 가톨릭신문 창간 7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8년생으로 올해 69세인 신 추기경은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인터뷰 서두에 가톨릭신문 창간 70주년에 대한 축하 메시지를 친필로 써서 건넸다.
『84년 1백3위 시성식, 89년 성체대회 참가를 비롯 95년 여러 행사로 한국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그 초기 역사가 보여주듯 평신도들의 역량이 매우 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국 평신도들이 교회 발전 차원에서 노력하고 봉사하는 모습은 세계 교회 안에서도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필리핀 평신도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배워야 할 것으로 봅니다』
신 추기경은 「한국 교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초기 역사가 평신도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라면서 『1백3위 성인 중 대다수가 평신도 신분이라고 들었는데 그들은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그리스도를 믿고 증거했다』며 『그 같은 평신도들의 순교로 한국 교회는 더욱 특별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평신도문제로 인터뷰 질문이 옮겨가면서 신 추기경은 『필리핀 안에서도 제3차 필리핀지역공의회 후 평신도들의 역할과 교회 내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3천년기를 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 준비를 위한 필리핀 가톨릭교회의 총체적 점검과 전망을 제시한 계기로 평가된 제2차 필리핀지역 공의회의 배경과 의의를 묻자 신 추기경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후 필리핀 교회가 공의회 정신에 얼마나 부응해 왔는가를 살피고 또한 3천년기 교회 모습을 내다보고 준비를 갖추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공의회 개최 동기를 밝혔다.
『제2차 필리핀 지역공의회 후 각 교구는 별도의 공의회를 열고 지역공의회의 정신을 지역 교구 안에 내재화시키는 작업에 나섰습니다. 마닐라대교구 경우 96년 교구 공의회를 전체 구성원 대표들이 모여 향후 교구가 모색해야 할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이 때 평신도들과 함께 하는 교회 모습이 강하게 부각됐다」고 들려준 신 추기경은 『평신도들이 가지고 있는 개별 특성을 살려주고 그 특성들이 교회 안에 녹아들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 교회 당국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며 『평신도들과 성직자들이 고유 역할을 상호 조화시켜 갈 때 교회의 모습을 더욱 견실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98년 로마에서는 2천년 대희년을 앞두고 대륙별 시노드가 개최된다. 아시아 주교 시노드는 그 주제를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아시아에 있어서의 사랑과 봉사의 사명」으로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2천년대 아시아 복음화 차원에서 아시아 교회들간 연대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자 『아시아는 인구도 많고 다양한 인종 문화 종교로 구성된 독특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이런 면에서 아시아 복음화 노력은 각국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문화와 토속적 전통을 적극 수용하면서 여기에 가톨릭 신앙의 근본적 메시지를 접목시키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아시아 선교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는 필리핀 교회의 역량에 대해 신 추기경은『필리핀은 돈은 없지만 신앙적으로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고 『한 예로 예전에 아일랜드인들이 해외 노동자로 북미 대륙으로 진출, 근로자 생활을 통해 간접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경우가 많았듯이 최근 들어 세계 각국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들은 잠재적인 선교사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 진출해 있고 그만큼 신앙을 나누면서 필리핀 교회가 가진 영성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필리핀 주교회의는 새 교리서를 타갈로그어로 번역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것은 영어를 모르는 이들과 젊은이들을 목표으로 한 것이다. 영어를 모르는 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이들이 많고 젊은이들은 한편 고유 언어인 타갈로그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사와 필리핀 고유의 심성을 접합시킨다는 견지에서 젊은이들이 타갈로그어로 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신 추기경.『가난한 이들을 위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영어를 모르는 빈민층 신자들에게 타갈로그어 교리서를 보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국 사회 특유의 폐쇄성이 연대 큰 걸림돌
마닐라 한인본당의 선교센터 건립 추진 환영
양국 장점 배울 수 있는 교류 활성화 절실
80년대 한국 교회의 급속한 성장은 전 세계 교회 수도회들의 관심을 한국으로 모으는 하나의 동기로 작용했다. 이 시기를 전후로 한 각 수도회들의 활발한 진출은 같은 동양권 출신의 필리핀 성직자 수도자들의 파견을 증가시켰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90년대 들어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도 필리핀 출신 사제 수도자들의 진출 흐름을 빠르게 했다.
또한 중국 북한 등 공산권 선교 준비를 위한 전초 기지로서도 한국 교회는 필리핀 교회 선교사들에게 널리 부상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리핀 선교사들의 숫자는 성직ㆍ수도자 평신도를 포함 30여 명 정도이다.
이들은 연 4회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나누고 있다.
수도회별 고유 카리스마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 복지시설 본당 선교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필리핀 출신 선교사들은 『교회 역사는 필리핀과 비교할 때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아시아 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거의 비슷하다고 할 만큼 역량을 지니고 있다』면서 『이러한 한국 교회의 파워는 필리핀 교회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모으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언어, 문화 사고방식 차이로 인해 필리핀 출신 선교사들의 경우 현재 한국에 남아 있는 선교사들보다 본국으로 되돌아간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국서 8년 동안 생활한 신언회 유진 신부는 『쉽게 습득하기 어려운 언어문제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특수한 페쇄성, 외국인 동남아인들에 대한 편견 등도 필리핀 선교사들의 한국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필리핀 교회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나누고 배우고자 하는 한국 교회 차원의 투자나 노력도 더욱 배가되어야 한다는 게 관심 있는 이들의 의견이다.
세계적 수준의 교회 교육 기관이나 다양한 연수 과정 선교 공동체 등이 개설돼 있는 등 쉽게 필리핀 교회의 역량과 노하우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수도회와 교구가 파견하고 있는 인적 자원은 그 활동 영역이 아직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재필리핀 거주 한국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선교사 모임 「꽃밭」회에 등록된 인원은 총 88명이다. 서울 안동 전주 마산 부산 등 5개 교구와 33개의 수도회 성직 수도자 평신도 선교사들이 등록돼 있다.
이들 대다수는 학업을 목적으로 필리핀에 체류하고 있다.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는 10여 명 정도다.
꽃밭회가 조직 운영된 것은 2년 전부터. 이들은 매월 모임을 갖고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꽃밭회 초대 남자 간사 전주희 수사 (예수회)는 『 한국 기업 진출 활성화로 인해 한국인들의 필리핀 진출이 늘어나는 이유도 있고 또한 교육적인 면에서 필리핀이 갖는 이점 때문에 필리핀에 관심을 갖는 수도회 교구 성직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 라고 말했다.
전 수사는 『 그러나 교회를 포함,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외국에 대한 폐쇄성은 앞으로 아시아 세계 교회와 연대하는 면에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시아 사람들의 경우 심성 자체가 서양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토착화」부분에서 아시아 교회와 경험을 나누고 실례를 배우는 작업은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면서 필리핀 교회에 대한 한국 교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고무적인 것은 필리핀 마닐라 한인본당인 성 김대건본당(주임-이명재 신부)이 현재 자체 성전 건립 추진과 함께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당 관계자들은 『필리핀과 한국 교회 모두 경제적 측면으로만 서로를 인식하고 있다』며『아시아권이면서 영어권에 속해 있는 필리핀 교회는 한국 교회가 영어를 통해 그리스도교 문화권을 접하고 다양한 복음화 사례를 비교 연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필리핀 주교회의 선교위원회 한 관계자는 『아시아 복음화를 향한 양국 교회의 보다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연대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서로의 장점을 배우고 터득할 수 있도록 교류가 더욱 활성화 되어야 할 것』이라고 표명하고 『예를 들어 필리핀의 경우 기초 공동체 운동과 그 성공 사례들을, 한국은 한국의 본당 평신도운동의 조직 활동 등에 대해 정보들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욱 효과적이고 확실하게 필리핀과 한국 교회의 연대를 공고히 다지는 방안은 「주교회의간의 공동 프로그램 계발」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그러한 채널을 통해 필리핀과 한국에 공동 선교센터를 설립, 양국 선교사들이 선교에 앞서 필리핀과 한국의 교회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모색해 볼만 하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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