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을 맞아「가정을 살리자, 청소년을 살리자」는 기획을 마련「가출 청소년」「버려지는 노인들」「갈라서는 부부」「쪼개지는 가정」등 우리 가정의 실상을 보도, 건강한 가정 건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그리스도인 가정의 역할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연 10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집을 나와 거리에 나서고 있다.
경찰청에서 현재 파악하고 있는 가출 청소년은 연간 1만 명 선. 그러나 아동상담소와 청소년 쉼터 등에 종사하고 있는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신고되지 않은 가출 청소년들을 포함해 연간 10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가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가출 청소년들이 늘면서 자연히 청소년 범죄 발생률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해서도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적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가출 청소년=청소년 범죄」라는 등식은 관념적이고 고답적인 평가 잣대이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는 청소년 범죄율을 감안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심각한 문제가 가출 청소년 문제이다.
문화체육부가 발표한 1996년도「청소년 백서」를 보면 청소년 범죄가 91년도에 비해 95년도에 21.2%가 증가했고, 이 수치는 전체 범죄 증가율 17.1%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가출이 늘어난 만큼 가출 이유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가정문제를 이유로 집을 나온 10대 가출이 대부분이었으나 현재에는 기성 세대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들면서 집을 뛰쳐 나오고 있어 어른들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S여상 2학년 장민선양은『돈을 벌어서 내 멋대로 살고 싶어 가출했다』고 하는가 하면, 안양 S여중 3학년 김지영양은『유방암 수술을 한 어머니가 잔소리가 너무 심해 가출했다』고 한다.
또 서울 K여상 1학년인 이지연양은『유명 메이커 바지를 사 입기 위해 가출했다』면서『요즘 힙합바지를 입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데도 부모들은 이런 사정도 알지 못하고 혼내기만 해 집을 나왔다』고 가출 이유를 털어놓았다.
서울 YMCA「청소년 쉼터」가 지난해 말 가출 경험이 있는 학생 3백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대화와 애정없는 가정 환경」(34.8%)「입시교육 위주의 학교 환경」(19.3%)「향락 퇴폐적인 사회 환경」(16.4%) 등이 주된 가출 요인으로 드러났다.
또 일반 학생 2천1백23명에게「어떤 때 가출하고 싶은가」하는 질문에「부모들이 무작정 야단칠 때」(34.9%)「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할 때」(20.7%)「집에서 나를 무시할 때」(14%)「지나친 보호와 간섭을 당할 때」(10%) 순으로 응답이 나와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가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출 청소년들이 가장 손쉽게 빠져드는 곳은 유흥업소이다. 유흥가는 가출 10대들의 천국이다. 속칭「벌집」이라 부르는 쪽방에 친구끼리, 이성끼리 혼성 생활을 하면서 남자들은 유흥업소「삐끼」나 종업원으로, 여자애들은 단란주점 등에서 접대부로 일한다.
또 일부 10대들은「철가방」과 주유소「총잡이」「신문 배달」로 돈을 벌거나 학교와 동네 주변에서 학생들의 돈을 빼앗는「삥뜯기」를 하기도 한다.
청소년 가출문제가 급증하는 원인 중 어른들의 몫도 크다. 그 중 집 나온 10대들을 위한 적절한 보호시설이나 사회적 대책이 부족해 가출 청소년들의 재가출과 상습 가출을 방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가출 청소년 보호시설은 지방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아동상담소」가 고작이다. 이외에「청소년의 햇살」「까르딘」등 교회 시설과 YMCA「청소년 쉼터」등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시설이 있으나 역부족인 실정이다.
그나마 이들 가출 청소년 쉼터의 경우 수용자 대분분이 남학생들이어서 10대 여학생들의 쉼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태이다.
현재 전국에서 단 한 군데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10대 가출 여학생들의 쉼터인 서울 화양동「착한 목자의 집」만 해도 수용 정원이 7명에 불과해 가출 여학생을 선도하기엔 역부족인 상태이다.
착한목자수녀회가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가출 여학생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며 도와 주고 있는 쉼터이다.
착한 목자의 집에서 가출 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는 한 수녀는『가출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의 편향된 시각과 무관심이 재가출과 상습 가출을 부추기고 있다』면서『무조건 학교와 집안에 가둬 두려 하는 부모들의 지나친 욕심이 10대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또『충동적이고 호기심 많은 10대들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교육들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입시위주의 교육 구조의 해결과 부모들의 눈높이 사랑만이 청소년의 가출을 예방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피력했다.
◆서신 상담지「햇살」과 상담센터「까르딘」
“청소년들의 벗 되렵니다”
햇살…서신상담ㆍ자료집 발행, 학부형 동참
열림터 역할로 학생끼리 해결 도모… 까르딘
현대인은 대부분 외로움을 탄다. 더군다나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은 더욱 그렇다. 누구엔가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게 그들의 심정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의 청소년들은 사실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도, 어른도 별로 없다. 그들에게는 오직 명문대학에 가야 한다는 어른(?)들의 매몰찬 명령만이 존재한다.
그렇다. 우리 시대의 청소년들, 이 사회와 교회를 짊어질 그들에겐 진정한 친구가 필요하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청소년들의 벗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 서신상담지「햇살」(대표=조재선, 지도=조재연 신부)과 상담센터「까르딘」(소장=구요비 신부)은 외로운 청소년들의 진정한 친구다.
성적 제일주의, 반 생명이 넘치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고민과 진로를 나누는 곳이 바로 이 곳.
서신을 통해 청소년과 전문가들이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해주는「햇살」은 청소년들과 함께 쪽지를 만드는 공동체, 청소년들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와 문화를 이루어가게 지지해 주는 공동체로 지난 95년 1월부터「햇살지」를 발행, 청소년들에게 찾아가고 있다.
편집 제작 청년팀과 주부 모니터, 학생 기자단 등으로 조직 운영되고 있는「햇살」은 서신 상담을 통해 청소년들의 깊은 이면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맞는 신앙심과 신심을 불어넣고 있다.
매스미디어 시대에 맞게 상징적 효과를 고려해 제작되는「햇살」지는 현재 9천 청소년들의 다정한 벗으로 정착되고 있다. 또「햇살」은 소속 청년팀에 의해 청소년을 주제로 보도된「신문 자료집」을 비롯 각종 청소년 사목과 관련된 자료집을 정기적으로 발행하고 있고, 청소년들과 학부형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 그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햇살」의 간사 남경애(데레사)씨는『청소년들에게 열려 있는 상담소가 그들의 고민 현장에 가깝게 있어야 된다』고 강조하면서『「햇살」은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서신을 통해 그들과 가까이 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노량진역 인근 학원가에 위치한「까르딘 상담소」는 상담 기능 외에도 입시 준비를 하고 있는 재수생들의 경우 진로문제뿐 아니라 공부 틈틈이 그냥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줄 대화 상대를 찾고자 상담소를 찾는 경우 등이 더 많다. 즉「까르딘 상담소」는 전문적 상담뿐 아니라 열림터의 기능을 하고 있다.
대학 진학이란 부모와 사회적 강요 아래 짓눌린 청소년들이 찾아와 쉴 수 있는 이곳에는 심심치 않게 가출 청소년들이 도움을 호소해 온다고 한다.
「까르딘 상담소」김은숙 수녀는『가출한 청소년들이 찾아와 쉴 곳을 찾곤 하는데 도움을 못 줘 안타깝다』며『가출뿐 아니라 청소년 문제에 교회가 먼저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있어 주는 것이 그리스도의 뜻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햇살」과「까르딘 상담소」는 열악하지만 청소년들의 진정한 이웃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의 달을 맞는 5월. 교회가 지역 사회의 현안문제와 더불어 함께 하기 위해 본당을 청소년들의 쉼터로, 상담소로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민원이 있을 때 쉽게 동사무소에 찾아갈 수 있듯이 청소년들의 고민의 현장에 늘 이와 같은 상담소가 가까이 있는 사회가 되도록 교회가 먼저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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