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잡기」는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아련한 추억 중의 하나이다.
끄트머리가 복실복실한 강아지풀의 열매 끝 부분이나 피 이삭의 끝부분으로 개구리를 낚시질 하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어른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들어 「개구리 잡기」가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의 개구리 잡기는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말 그대로 「박멸」을 위한 소탕작전이다.
◆환경부도「퇴치」나서
환경부는 우리 토착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외래종 황소개구리를 잡기 위해 「황소개구리 퇴치를 위한 홍보 포스터」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했다.
저수지나 늪, 연못 주변에서 기분 나쁜 낮은 목소리로 마치 황소 같은 울음을 울어대는 이 낯선 개구리는 우리가 추억 속에서 간직하는 개구리들과는 다르다. 큰 놈은 몸 길이가 20cm, 다리를 쭉 폈을 때는 무려 40cm에 달하는 우악스런 놈들이다.
황소개구리는 물과 먹이가 풍부하고 기온이 적당한 곳이면 어느 곳에서나 살아갈 수 있다. 한낱 개구리에 불과한 황소개구리가 문제시 되는 것은 우선 작은 곤충이나 물고기들은 물론이고 뱀까지 잡아 먹는 왕성한 식욕 때문이다. 이놈들은 우리나라 토착종인 참개구리와 두꺼비는 물론 자기 새끼들, 심지어 살모사까지도 잡아 먹는다.
또 황소개구리는 수명이 16년이나 되고 다른 개구리들이 8백50개에서 1천4백 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배해 무려 1만 개에서 2만5천 개까지 알을 낳는 등 엄청난 번식력을 갖고 있다.
왕성한 식욕과 번식력으로 인해 황소개구리는 국내 자연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교란시키고 희귀 및 한국 토착 동물의 밀도를 감소시키고 있다.
◆75년 방사…식용화 실패
황소개구리는 원래 1802년 미국 남 캐롤라이나주에서 발견되어 신종으로 기재됐다. 원산지인 미국에서 식용 및 연구 실험용으로 수요가 늘어나자 세계 각국에서 이를 도입해 확산됐다. 일본에서 1917년 도입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59년 진해 수산 시험장에서 40마리를 일본에서 들여와 사육했지만 실패했고 그 후 1971년 다시 일본에서 5쌍을 들여와 사육에 성공했다. 1975년 진해 수산 시험장에서 2천5백 마리의 어린 황소개구리를 창원, 포항, 진해시 등에 방사해 자연 상태에서의 증식을 꾀했고 새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농가에 분양 사육했다.
하지만 황소개구리의 사육으로 원래 의도했던 유휴 내수면의 이용과 식용화를 위한 목적은 성공하지 못한 채 사육 중이던 황소개구리가 사육장을 탈출하거나 사육장의 배수로를 통해 올챙이와 알이 유출되거나 또는 사육자가 사육을 포기하면서 방치된 황소개구리가 야생화해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에 확산…피해 심각
주로 중부 이남에 분포하던 황소개구리는 급속도로 전국으로 확산돼 현재에 중부 이북에도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황소개구리의 서식 밀도는 ha당 평균 58마리, 전남이 86.6마리로 가장 많고 경남(60.1) 충북(56.1), 강원(25.1), 제주(23.3)의 순이다.
외래종이나 유입종들은 어느 나라에서든 토종 생태계에 큰 혼란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개구리는 양서류 가운데 가장 번창한 동물이다. 우리나라에는 12종뿐이지만 전 세계에 무려 3천8백여 종이 분포하고 있다. 해마다 멸종하는 것도 많지만 신종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라는 것이 있다. 미국은 임신진단시약 개발을 목적으로 이 개구리를 다량 수입했지만 그 쓸모가 없어지자 도랑 같은 곳에 마구 버렸다. 그 결과 토종 개구리들은 이 신종 개구리에 안방을 내주게 됐다.
◆불루길과 배스도 대상
현재 우리나라에 도입된 외래종 동물로는 황소개구리 외에도 밍크, 은여우, 뱀, 악어, 도마뱀, 이스라엘 잉어(향어), 불루길(월남붕어), 배스(큰입우럭) 등이 있다. 이러한 도입 동물은 소득을 증대시켜 주는 경제적인 측면도 있지만 우리 고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깨는 심각한 영향도 불러오고 있다. 특히 불루길과 배스는 한강의 토착 물고기들을 마구 잡아 먹어 황소개구리와 함께 퇴치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알 올챙이도 잡아 없애야
황소개구리의 서식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주로 5월에서 9월 사이에 하천과 저수지, 수로 등지의 수초에 산란한 개구리의 알과 부화된 올챙이 그리고 어미를 직접 잡아 없애야 한다. 어미는 장소 등에 따라 활이나 작살, 미끼를 사용한 낚싯대, 그물 등을 이용해야 한다. 아울러 지속적인 밀도 변동 조사, 백로, 뱀, 까치, 부엉이, 수달, 오소리, 족제비 등 천적을 보호해야 한다.
환경부는 4월 중순 황소개구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박멸에 나섰다. 이제 더 이상 황소개구리의 확산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아예 박멸이 필요한 생물로 지정, 전국 행정 기관과 지방환경청에서 황소개구리의 서식지 신고를 받아 본격적인 포획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국내 청개구리의 10배, 참개구리의 2배나 되는 이 폭군과의 싸움은 그 왕성한 번식력에 비추어 볼 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인해 우리의 생태계가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에 외래종 개구리까지 거기에 한 몫을 거들게 해서야 되겠는가.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