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에 가면 우리나라 노인문제의 현 주소가 보인다」.
하루 평균 1천5백여 명의 노인들이 찾는다는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 장기와 바둑을 두는 몇몇 노인들을 제외하곤 그 많은 노인들 대부분이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하루를 지내다 지는 해와 함께 각자 뿔뿔이 흩어진다.
경제 성장과 함께 찾아온 과학의 발달이 생명의 연장을 가능하게 했고 따라서 급속하게 증가한 노인 인구는 최근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동시에 산업화와 함께 찾아온 핵가족화 및 노인에 대한 경로효친 사상의 저하는 노인문제의 근본을 뒤흔드는 심각한 상태로 끌고 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8%이지만 2015년경에는 인구 10명 당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본격적인 고령 사회가 예측됨으로써 노인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전체 인구 중 10%에 달하는 노인 인구의 개념은 부양 능력이 없는 청소년층 이하를 제외시킬 경우 사회 구성원의 절반 정도가 노인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부닥치게 된다는 지적이다.
▲노인문제의 사중고
따라서 이렇게 늘어난 노인들은 크게 경제력의 상실과 건강 악화, 고독감, 역할 상실이라는 사중고에 예외없이 직면하게 돼 있다.
퇴직 등의 이유로 정기적인 수입원이 단절됨으로써 자녀의 보조나 퇴직금 저축 등을 통해 생활비를 조달해야 하는 노인들로서는 빈곤층으로 스스로 전락해야 한다. 실제로 65세 이상 노인들의 월 평균 수입액이 20만 원을 약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통계 결과가 말해 주듯 우리나라 노인의 약 10분의 1이 절대 빈곤층이라 할 수 있는 생활보호 대상자에 해당된다.
또한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89%가 관절염, 만성요통, 소화기계질환, 고혈압, 호흡기계질환, 백내장 등을 3개월 이상 앓고 있을 정도로 거의 모든 노인들이 질환에 시달리고 있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시에 노인들에 있어서는 빈곤과 질병 못지 않게 심리적으로 고립되고 소외되는 고통이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7월,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이 배우자도 없이 혼자 사는 노인 단독 가구가 49만2천 가구로 지난 90년에 비해 무려 77.8%가 늘어났다.
아울러 노인들은 노동력의 경쟁력 상실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밀려남으로써 이에 부수되는 사회적 역할까지 동시에 상실, 가족과 사회 내에서 역할을 잃어버리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지게 마련이다.
▲노인문제는 우리 자신의 문제
따라서 이러한 노인문제의 사중고를 덜기 위해 크게 노인들을 위한 재가복지 서비스의 증대와 시설복지의 확충을 통해 노인문제의 해결에 초첨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인복지 시설의 경우 전반적으로 유료와 실비, 무료로 구분돼 거택에서 생활하기에 여러 가지로 어려운 노인들을 입소시켜 그들의 일상생활을 보살펴 주고 있다.
입소 대상자들이 처해 있는 신체적, 정신적, 상황에 따라 또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이러한 복지 시설의 경우 전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95년 말 현재 1백46개 양로원이나 요양원에 수용되어 있는 노인의 수는 불과 8천3백여 명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노인 전체 인구가 2백64만 명이라고 할 때 거의 대부분의 노인들은 재가 노인에 해당하는 셈이다.
따라서 노인문제 관계자들은 심신이 허약한 노인들은 시설에 수용하지 않고 필요한 서비스를 가정에 직접 제공하거나 지역사회 복지시설을 이용하여 이들이 계속 가정에 머물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재가 복지 서비스의 확충을 역설한다.
노인문제를 전공한 한 수도자도『시설 보호는 요보호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개인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 제공이 어렵고 독립적인 삶의 능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킬 수 없어 재가 복지에 대한 서비스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하고『재가 복지 서비스의 개발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인문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노인 복지가 생활보호 대상자와 부유층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는 데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설명한다.
노인복지 시설에 입소를 희망하거나 기타 복지 시설을 이용하려고 할 때 연고자가 없거나 소득이 거의 없는 노인들은 우선권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노인들은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반면에 아주 부유층의 노인들은 시설 입소 때 상당량의 성금 등을 지불하고 입소하고 있어 일반 노인들의 경우 어느 곳에도 들지 못한 채 또 다시 소외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노인문제를 극복하고 곧 닥쳐올 각자의 노후를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노인문제 전문가들은 노인 주간 보호시설이나, 각종 노인 프로그램을 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노인 복지시설, 교회의 노인대학과 같은 곳이 현재의 유치원 수 만큼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정부와 학교, 교회, 시민단체가 연대해서 경로프로그램을 운영, 이 시대에 희박해지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경로효친 사상을 북돋우는 일에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심 노인의 집「치매 노인 주간 보호소」
치매 극복 의지 심는데 노력
치매 증상 있는 50세 이상 누구나 이용 가능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요법 적용, 물리치료 병행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성심 노인의 집(원장=박상화 수녀)에는 인근지역의 치매 노인들이 찾아와 노인 치매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수녀들의 보살핌을 받다가 오후 늦게 귀가한다.
물론 점심식사까지 제공하고 간단한 건강체크, 음악과 미술, 원예요법을 통한 치매치료, 건강체조, 공예 등을 통해 치매 노인들의 증상 완화와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곳은 성심 노인의 집이 운영하는「치매 노인 주간 보호소」.
치매 노인 주간 보호소는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한다는 예수성심전교수녀회의 정신에 따라 요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문제, 특히 치매 노인들을 위해 지난해 12월 6일 문을 열었다.
노인문제라는 현시대의 도전에 응답하기 위해 노인의 집과 함께 문을 연 치매 노인 주간 보호소는 치매증상이 있는 50세 이상의 노인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사회복지사 및 간호사 자격을 갖춘 수녀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노인을 돌보고 있다.
『아직 홍보가 부족, 많은 치매노인들이 찾아오진 않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인문제의 단면을 보듯 치매 노인 주간 보호소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아주 드문 형태로 출발, 치매 노인과 그 가족들로부터 크게 환영을 받고 있는 치매 노인 주간 보호소는 오전 10시 입소, 먼저 대화와 간단한 건강체크를 시작으로 치매 노인들과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요일별로 정해진 치매 치료 프로그램에 따라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요법들이 노인들의 증상에 맞춰 적용되고 아울러 작업 치료와 물리치료도 병행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노인과 가족들의 의식문제가 관건이라고 노인 치매 주간 보호소 박상화 원장수녀는 고백한다.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치매를 줄이거나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족들이 함께 갖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간 보호소에서는 이러한 의지를 길러 주는 노력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청소년과 함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