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이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르 16, 15)…『제자들은 사방으로 나가 이 복음을 전하였다. 그리고 주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셨으며 여러 가지 기적을 행하게 하심으로써 그들이 전한 말씀이 참되다는 것을 증명해 주셨다』(마르 16, 20).
아버지 신부님! 새 소임지에 온지 벌써 여섯 달이 지났습니다. 주님 안에 사랑과 평화의 일치를 빌며 조심스런 말씀으로 문안 인사의 글을 올립니다.
아버지 신부님의 추천을 받아 수녀원에 입회할 때 『무소식이 희소식이니 전화도 자주 하지 말고 주어진 일에 말없이 충실하도록』하시던 말씀을 곰곰히 생각하였지만 이렇게나마 편지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망설이던 끝에 용기를 냈습니다.
동정녀이신 성모 마리아님과 예수님께 온전한 믿음으로 종신서원을 한 (76년 수녀원 입회, 80년 첫 서원, 86년 종신서원) 후 지금의 이곳 아홉 번째 소임지에서도 첫 서원 때의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하며 주어진 성업에 충실하기 위해 무진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신부님! 소임지마다 저에게 주시는 십자가의 무게가 날이 갈수록 무거워짐을 피부로 느끼며 오늘 하루도 첫 서원할 때의 마음으로 제 개인적인 신심보다 본당 공동체의 신심을 따르기 위해 고난의 하루, 번민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첫번째 소임지에서…. 머리에 이상을 심어 주고, 그 이상이 희망으로, 그리고 이 망덕은 끊임없는 공부로써 성장함을 체험으로…마음에는 순종을 심어주고, 그 순종이 믿음으로, 그리고 이 신덕은 끊임없는 신심으로 성장함을 체험으로…의지에 사랑을 심어 주고, 그 애덕은 적극적인 활동으로써 성장함을 체험으로 가르치는 꾸르실료에 푹 빠진 신부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연세 많으신 본당 신부님의 사목 지침을 따라 처음에는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꾸르실료 신심과 활동을 배우며 살면(체험)서 2년 소임 생활을 어렵게 마쳤습니다.
본당 내의 여러 단체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꾸르실료 밖에 모른다는 신부님의 뜻을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따르며 성심성의껏 도와 드렸습니다.
두 번째 소임지에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초대에 성령의 권능과 은사에 대한 풍부한 체험을 감사하는 마음과 봉사하는 생활로 뜨겁게 살아 갑시다.
사랑이 충만하신 아버지 하느님! 새로운 성령 강림과도 같이 당신의 놀라운 일들로 오늘도 새롭게 하옵소서…. 본당 내의 피정이나 철야기도회로 늘 피곤하게 사시는 젊은 「성령 신부님」을 도와 드리며 수도자로서의 감사 생활과 뜨거운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본당 신부님과 교우들(성령 기도회원이 아닌) 사이에서 본의 아닌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주님은 아시겠지…하면서 젊은 신부님의 열성에 감복하며 정들었던 본당을 떠날 때에는 마음 속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세 번째 부임지에서….『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딸 수 있으며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딸 수 있겠느냐? 이와 같이 좋은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게 마련이다』. (마태 7, 16-17)
『개인의 구원과 일반 사회와 그리스도 사회 구원은 부부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의 행복한 상태에 직결되어 있다』(사목헌장 47장). 아버지 신부님! 분명 하느님의 뜻이라 믿습니다만 『가정은 하느님의 작은 교회!』『가정 성화는 교회 성화』 부임하자마자 이곳저곳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면서 이번에는 ME 신부님을 만났구나! 하면서 신천지를 발견한 콜럼부스처럼 또 새로운 소명을 따라 본당 신부님, ME 총회장님도 ME 물론 수도자도 ME(?)라는 방정식을 따라 본의 아닌 잠꼬대에서도 ME, ME… 주님의 뜻이겠지! 하며 ME 밖에 모르신다고 불평하는 교우들에게 「에미 신부님」이 아니라 「애비 신부님」(?) 이셔요… 때로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이해시키며 설득시키느라 진땀을 흘리며 제대 옆에 모셔 놓은 성가정 상 앞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네 번째 소임지에서…. 『내가 성체 앞에서 기도하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나와 함께 계심을 알게 되었다. 그분은 오랜 시간 나를 당신의 가슴에서 편히 쉬게 하셨고, 당신의 사랑과 성심의 신비를 깨닫게 하셨다』(말가리따 마리아 알라콕 성녀)고 하시며 성체조배회를 유난히도 강조하신 할아버지 신부님…
하느님의 신비는 참으로 오묘하심을 느끼며, 다섯 번째 소임지에서는 말 끝마다 전례의 중요성 성가단!… 여섯 번째 소임지에서는 성모회!… 일곱 번째 소임지에서는 미래 교회의 주인 주일학교!… 여덟 번째 소임지에서는 성모님! 성모님하면서 레지오 마리애!… 이곳 아홉 번째 성당에서는 M·B·W·(보다 나은 공동체)….
데레사 수녀님! 복음을 전하는 일에 동서남북이 어디 있겠습니까? 『너희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 15)고 하신 주님께서 언제 입맛에 따라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습니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고린 전 9, 23) 달게 참아 받으라는 주님께서 『복음을 전하는 일을 위해서 고난에 참여하시오』(디모 후 4, 5)라고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또 어제처럼, 내일도 또 어제처럼 복음 선포를 호소하고 계십니다.
『사방으로 나가 복음을 전하는 제자들과 함께 일하셨으며 여러 가지 기적을 행하게 하심으로써 그들이 전한 말씀이 참되다는 것을 증명해 주신』(마르 16, 20) 주님께서 당신 말씀을 선포하는 이들이 가는 길과 하는 일에 분명히 함께 하실 것이며 축복하시리라 믿습니다.
데레사 수녀님! 주님의 길 십자가의 길, 주님을 전하는 고난의 길에 또 한 번 힘내시고 용기 백배 하십시오. 또한 성무일도 중에 기도 드립시다. 복음을 전하는 일에 동서남북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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