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쌍 1쌍 꼴로 이혼
태풍처럼 몰아치는 이혼 열풍에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
통계청이 금년 초 발표한「1996 국의 사회 지표」에 따르면 1994년 한 이혼 건수는 총 6만5천8백38건으로 결혼에 대한 이혼율이 17.3%를 차지, 결혼 6쌍 중 1쌍 꼴로 이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이혼 증가 추세는 미국과 영국 등에 비해 급속히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70년도에 우리나라에서 이혼한 부부는 모두 1만1천6백15쌍이었다. 당시 결혼한 부부가 29만5천1백37쌍이었으니까 26쌍 중 1쌍이 이혼한 셈이다. 그러던 것이 불과 20여 년이 조금 지난 사이에 부부 6쌍 중 1쌍 꼴로 이혼하는 사태로 확산됐다. 이 수치는 1970년도와 비교, 이혼율이 무려 6배나 많아졌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이혼율은 인구 1천 명 당 1.3쌍으로 미국의 4.73쌍, 영국의 2.88쌍보다는 낮지만 1.37쌍의 일본과는 비슷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혼 증가는 가정에 대한 가치관의 전도와 직결돼 있다.「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 살겠다」는 수사는 이제 케케묵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또「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기로 약속한다」는 혼인 서약은 언제든지 내팽개칠 수 있는「통과 의례」에 불과한 것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교도권은 가정을『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부부생활과 부부애로 깊이 맺어진 공동체로서 설립되었기에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가 될 사명이 있으며, 창조되고 구원된 모든 것이 그러하듯, 하느님의 나라 안에서 완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요한 바오로 2세, 가정 공동체 17항 참조).
또 교회는『가정은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사회의 기본 세포이고 국가나 기타 다른 공동체보다 우선하는 권리와 의무의 주체이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전통적「가정관」이 허물어지고 있다.
▲왜 이혼을 하나
197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이혼의 증가 추세는 완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녀문제, 이혼자에 대한 사회의 냉대, 출가외인이라는 유교적 관념 등이 사회의 지배적 가치로 자리잡고 있어 이혼이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이러한 가치들은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 이혼율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들어 이혼율은 매년 10% 안팎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혼의 추세는 배우자의 부정으로 인한 경우는 줄어드는 반면 배우자 서로간의 강한 주장을 앞세우다 갈라서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배우자의 부정으로 인한 이혼 사례는 93년 41.6%, 94년 38.6%, 95년 48.8%로 급증했다.
이혼자들의 동거 기간을 보면 결혼생활 5~10년 사이의 부부 이혼이 28.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10~20년 사이가 23.7%로 집계됐다.
또 아내의 폭행이나 구박을 호소, 이혼을 요구한「매 맞는 남편」도 94년 27.4%에서 95년 32.3%로 늘어 새로운 이혼관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혼 사유도 연령층별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나눠 보면 신세대 부부의「참을성 없는 이혼」과 고부간의「갈등 이혼」, 노년의「황혼기 이혼」이 최근 우리 사회 이혼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혼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관대해진 사회 조류」「참을성 없는 자기 중심주의」「여성의 경제력 향상」「재산분할 청구제도」등이 이혼율을 높이는 주요한 원인으로 꼽혔다.
▲TV 프로와 책들이 이혼을 부추긴다.
방송과 책들이 이혼을 부추기고 있다. 이혼을 소재로 방영 중인 프로는 GTV의「TV 이혼 법정」과 동아TV의「즐거운 이혼」이 있다. 매주 월요일 낮 11시 40분에 본방송을, 수요일 아침 7시에 재방송을 하는「TV 이혼 법정」과 월요일 오후 3시, 화요일 오후 7시, 일요일 오후 1시 40분 등 매주 3차례나 같은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는「즐거운 이혼」은 이혼시 재산 분배나 자녀 양육, 위자료 등 이혼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줄 법률 상식들을 상세하게 안내해 주고 있다.
이 외에도 TV 드라마는 거의 모두가「불륜」과「파탄」등 비정상적인 가족 관계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경쟁하듯 방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토크쇼와 뉴스의 경우도 유명인들의 이혼과 가정 파탄을 화젯거리로 장식하고 있다. 서적들로는「왜 이혼 못하는가」「남편은 적인가 동지인가」「오늘도 나는 이혼을 꿈꾼다」「남자의 결혼, 여자의 이혼」「이렇게 궂은 날에」「이혼 이야기, 결혼과 사랑의 새로운 의미」등이 있다.
이들 TV 프로나 서적들은 이혼 예방법 등 긍정적인 순기능도 있지만 주로 여성의 입장과 시각에서만 이혼을 조명하고 있어 여성들에게 인내나 지혜로운 대안 모색보다는 이혼으로 치닫도록 자극을 주고 있다는 부정적인 비판도 받고 있다.
▲원만한 가정을 꾸미는 지혜
가정문제 상담원들과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의 가정도「사랑의 장」이기보다는「갈등의 장」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과 가정에 대한 가치관이 깨어진 현실을 직시할 때 안온한 가정을 꾸려 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족 구성원들간의 이해와 사랑, 타협과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목자들은『가정은 가정으로서 존재하고 발전할 권리가 있다』며『이혼은 결혼과 가정의 제도 그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은 물론 사회와 국가는 최우선적으로 가정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피력했다.
가정문제 전문가들은『현대 가정에 있어 가장 요구되는 조건은 핵가족의 권리와 가족 개인의 인격적 존엄성이 존중되는 것』이라고 제시하고『이것이 원만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첫째 조건이며 지혜』라고 설명했다.
◆“내 자식도 싫다” 고아 아닌 고아들이 늘고 있다
“자녀는 걸림돌…” 포기 급증, 부모 이혼으로 보호시설 수용 순수 고아 수보다 많아 ”충격” 사회마저 외면할 땐 증오심만
얼마 전 가정법원에서 협의이혼 절차를 밟던 한 부부가 두 살 난 아들을 서로 맡지 않으려 입씨름을 벌이다 보다 못한 담당 판사가 이혼 전에 자녀 양육문제부터 결정하라며 부부를 돌려 보낸 사실이「가십」으로 신문 지상에 게재된 바 있다.
이처럼 부모의 이혼이나 가정 파탄으로 버림 받은 아이들이 고아 아닌 고아로 아동복지 시설과 보육원에 수용되는 기현상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이혼 가정이 늘면서 가장 큰 피해자로 고통 받는 당사자는 바로 자녀들이다. 최근 한 조사 보고에 따르면 일시 보호시설인 시립아동상담소를 찾는 아이들이 한 해 평균 4백여 명 내외인데 이 중 70% 가량이 부모의 이혼 때문에 부랑아로 전락, 수용된 아이라고 한다.
고아 아닌 고아들이 순수 고아의 수를 앞지르고 있는 것은 전국 2백70여 개의 아동복지 시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가정법원 판사들은『요즘 협의이혼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아이를 맡겠다는 젊은 부부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면서『최근 들어 이혼 부부들이 자녀들을 걸림돌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사회복지 시설로 보내진 아이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갑작스런 환경 변화로 인한「정신적인 충격」으로 알려졌다.
보육원에 수용된 아이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아이들의 이러한 반응은 주변에 대한 강한 적개심 때문이라고 한다.
공격적이고 폐쇄적인 심리 상태가 어느 정도 풀리려면 적어도 서너 달은 지나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들면 또다시 부모와 자신의 처지에 대한 적개심으로 심한 갈등에 휩싸이게 되고 성격이 거칠어진다고 전문의들은 분석한다.
부모의 이혼은 이처럼 자녀들에게 평생 아물지 않을 상처를 준다.
시립아동상담소의 한 수녀는『아이들이 자라면서 내가 누구인가란 문제를 진지하게 되돌아 볼 나이가 되면 자신의 처지에 환멸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아진다』며『자신의 책임과는 무관하게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은 평생 불행 속에 산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동문제 전문가들은『이제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아동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양육의 책임은 사회의 몫으로 떠넘겨졌다』면서『사회마저 이들을 외면한다면 아이들은 부모는 물론 사회에 대해서도 증오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사회의 책임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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