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수도권 매립지는 2천만 서울 시민과 경기도, 인천광역시 등 수도권 일대의 쓰레기들이 매립되는 곳이다.
이곳 주민대책위원회는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9개 구, 군의 생활쓰레기 반입을 금지시켰다. 지난 3월 25일부터 사흘간은 무려 22개 시군구에 대한 전체 생활쓰레기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수도권 55개 기초 자치단체의 40%에 달한다.
이 같은 반입 규제 조처는 주민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1월 1일부터 젖은 음식물 쓰레기는 받지 않겠다고 결의한 데 이어 각 기초 자치단체의 청소 차량이 젖은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지에 들여오다가 적발된 건수가 한 달간 전체 수송 차량의 35% 이상일 경우 생활쓰레기 반입을 사흘간 금지한다는 규정에 의한 것이다.
가히 「쓰레기 전쟁」이다. 지금은 그래도 조금 긴장이 완화되긴 했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는 통첩이 효력을 발한 지난해 11월 1일 완장을 찬 주민대책위원들과 녹색 트럭과의 싸움은 말 그대로 전쟁이었다.
쏟아부어진 쓰레기 더미 속을 헤집고 다니던 감시원들은 팽팽한 긴장 속에서 제대로 수분 제거가 되지 않고 비닐 봉투에 담긴 음식물 쓰레기를 찾아내고 이어 약간의 실랑이 끝에 트럭 기사에게 다가가 「카드」를 빼았는다. 카드가 없으면 며칠 동안 매립지에 들어올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99년부터 쓰레기 매립이 시작될 예정인 수도권 매립지 제3공구에서는 모근 음식물 쓰레기 매립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이때부터는 쓰레기의 수분 함유 여부와는 상관없이 음식물 쓰레기 자체가 일체 금지된다.
수도권 쓰레기에 관한한 수도권 매립지 주민대책위원회의 힘은 막강하다.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는 반입 금지 조처에 대해서도 일부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강경한 엄포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음식물 쓰레기 대책을 세우는 계기가 됐고 매립지에 들어오는 쓰레기량 자체가 크게 줄어드는 성과를 얻은 점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생활쓰레기 배출량 하루 평균 4만7천74t 중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31.6%인 1만5천75t에 달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7조 원 규모이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의 비중은 지난 85년 19.9%에서 90년부터 95년까지 27.4%, 28.5%, 29%, 31.4%, 31.6%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배출원별 발생량은 음식점 등 식품 접객업소가 42%로 가장 많고 일반 가정이 41%, 시장 등 대형 유통업소가 13%, 집단 급식소가 4% 순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오염도가 매우 높은 쓰레기이다., 가장 높은 오염도를 가진 것은 주류. 위스키의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은 30만5천ppm, 소주는 24만3천ppm이다. 이어 샐러드 찌꺼기, 식용유, 간장, 우유, 요구르트, 커피, 맥주, 된장찌개, 김치찌개, 짬뽕 국물 등의 순으로 높은 오염도를 보인다.
이들 쓰레기를 하수구로 버렸을 때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BOD 5ppm)로 정화하려면 위스키 한 잔은 같은 위스키 잔으로 무려 6만 잔의 물이 필요하다. 소주는 4만8천 잔, 맥주 1잔은 1만4천 컵, 요구르트는 1만8천여 개, 우유는 2만 잔의 물을 다시 부어야 한다. 라면 국물 한 그릇은 2천 그릇, 된장찌개와 짬뽕 국물은 각각 라면 그릇으로 5천 그릇과 3천 그릇의 물이 있어야 정화가 된다.
이처럼 높은 오염도를 지닌 음식물 쓰레기는 매립지에서 침출수와 악취 발생의 원인이 된다. 음식 쓰레기의 수분 함량이 40%에 달해 엄청난 침출수가 발생하고 이는 제대로 처리가 안 될 경우 지하수와 인근 농경지나 하천으로 흘러들어 심각하게 환경을 오염시킨다.
침출수 처리에 처음부터 크게 신경을 쓴 수도권 매립지에서도 약품 값만 한 달에 6억 원 이상을 들여 하루 4천여t을 처리하지만 용량을 넘어서 밀려드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의 반입을 금지하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해결책은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뿐이다. 별 뾰족한 대안이 현재로서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모든 국민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쓰레기 종량제의 실시 이후 쓰레기량은 현격하게 줄었다. 이어 최근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2월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쓰레기 봉투에 세대주 이름을 적은 스티커를 붙여 버리게 하는 「쓰레기 실명제」를 실시, 배출량을 무려 80%나 크게 줄였다. 4개 동 6백76가구 2천5백여 명의 영도구 봉래동 미광 마린타워는 사흘 기준으로 수거 차량 2.5t 박스 4개 분량이 채 한 개가 안 될 정도로 쓰레기가 줄었다.
서울 강서구는 4월부터 관내 음식점 4천5백여 개소에 음식물 쓰레기 실명제를 실시했다. 양천구는 5월 2일 구민 7백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실천 결의대회를 가졌고 환경부는 5월 한 달을 「음식물 쓰레기 반으로 줄이기」집중 캠페인 기간으로 정했다.
음식물 쓰레기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올해 초 공보처가 전국 성인 남녀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9.6%가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한국개발연구원 부설 국민경제교육연구소가 올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49.4%가 가장 낭비가 심한 자원으로 음식물을 꼽기도 했다.
쓰레기 문제는 매립과 소각 위주의 정책에서 감량, 재활용을 중심으로 하는 종합관리 대책으로 전면 수정되어야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배출 과정에서 원천적으로 줄여 나가는 생활의 지혜가 필요하다.
최선의 방법은 줄이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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