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남현욱 교수(요셉) 세종대 행정학과
교황청 「가톨릭교육위원회(Congreganzione Per I′ Educazione Cattolica·위원장 Pio Laghi 추기경)」는 2천년 성년과 21세기를 대비하여 로마 그레고리안대학교와 특별 준비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실천 중이다. 최근 통일 연구차 유럽과 로마를 방문한 남현욱(요셉·세종대 행정학) 교수는 이 특별 프로그램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그레고리안대학교 사무총장 넬라파티(Joseph Nelapaty) 신부와의 대답을 통해 그 내용을 요약하였다. 본지는 이 시대의 교회가 응답해야 할 소명의 징표로서 예감되는 이 프로그램들과의 구체적 내용을 소개한다. 본 대답은 학교 측의 요청으로 이탈리아어로 진행되었는데, 통역은 동 대학교 이재숙 교수가 맡았다.
남 교수:먼저 바쁘신 사무총장직 수행 시간을 쪼개어 대답할 기회를 주신 신부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 가톨릭교회는 2000년 성년을 앞두고 세계적으로 다양한 준비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어떤 것들은 지역적 또는 사목 영역상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 있고 어떤 것은 세계 교회의 전체 차원에서 보편성을 반영하는 것도 있다고 봅니다. 2000년을 대비하여 교황청과 그레고리안대학교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가톨릭교육위」와 함께 2월 17일 시작
넬라파티 신부: 현재 그레고리안대학교에는 주지하시다시피 1백30개국에서 온 약 3천7백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제 수도자 평신도 수가 20%씩 증가되고 있지요. 그레고리안대학교는 다방면에 걸쳐 지도자 양성을 추진하는 센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교황청 「가톨릭교육위원회」와 공동으로 수도 단체장을 맡고 있는 신부, 교구와 수도 단체에서 영성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사제들을 대상으로 「영성교육과 심리치료 교육」을 실시하는 것입니다. 우선 30명의 사제들에게 6개월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및 오후에 걸쳐 아주 강도 높은 집중교육을 실시합니다. 이 강의는 금년 2월 17일부터 시작됐는데 양성 장소 등 필요한 것의 80%를 그레고리안대학교가 담당하고 나머지 20%는 바티칸에서 담당하게 됩니다.
남 교수:그와 같은 교육 방향은 시대 상황의 변화와 깊이 관련된 것 같은데, 어떤 이유에서 교육의 중심 포인트를 영성 개발과 심리교육에 두게 되었습니까?
넬라파티 신부:영성과 심리면에서 현대인들이 겪는 갈등문제들이 날로 증대되어 가는 상황에서 이제는 교회가 이에 응답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사회문제들의 영향이 교회와 수도회에까지 미치고 있으며,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지키고 성숙한 크리스찬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교회는 이 같은 문제들의 해결 능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끌어가는 사람들 자신 안에서 심리치료와 영성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며 ,그래야만 타인을 도울 수 있게 됩니다.
남 교수:6개월이란 기간은 얼핏 짧다는 느낌도 듭니다만, 이 같은 방식의 교육 프로그램이 과거에도 있었는지요? 또 어떤 사제들이 우선적으로 교육을 받게 되는지요?
넬라파티 신부:앞으로 수련장, 피정 지도자, 교구에서 영성문제 조언자, 영성 지도자 양성 담당자 역할을 하게 될 사람들이 우선적인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상적으로는 그레고리안대학교 영성학부에서 적어도 4년 이상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바쁜 시대입니다. 문제는 급증하는데 인력은 부족합니다. 현재의 교회와 수도회는 문제 해결에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어느 정도 기반이 있는 수도 사제들을 중심으로 단기 집중 양성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방식의 특수교육 프로그램은 교회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교육 대상으로는 이미 이 방면에서 어느 정도 경험을 갖고 있는 사제들, 앞으로 심리 및 영성 지도를 집중적으로 하게 될 사제들, 그리고 주교가 추천한 사제들이 될 것입니다.
남 교수: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이 같은 영역에서의 문제 해결의 필요성이 절박하게 떠오르고 있는 현실에서 뒤늦은 감이 있지만 참으로 적절한 대응이라는 확신이 듭니다.그러나 문제 범위의 크기와 문제 상황의 중대성으로 보아 피 교육자 수 30명은 너무 적다고 여겨지는데요.
◆2000년 이후도 계속
넬라파티 신부:영성과 심리 교육은 내용면에서 볼 때 개인적 접근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이 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앞으로 영성 지도자들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피 교육자 수도 점차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우선은 수도회 사제로 국한해서 시작하지만 다음 학기부터는 널리 지역 교회의 사제들과 남녀 수도자들 그리고 평신도들에게 교육 기회를 확대해 갈 예정입니다.
남 교수:2000년까지만 지속하게 됩니까?
넬레파니 신부:2000년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남 교수: 이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경위와 배경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시지요?
◆추상적 학문적 접근보다 개인 현장에 들어가야
넬라파티 신부:이미 현대 사회의 긴급한 문제로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에 교황청과 우리 대학에서 작년부터 준비했습니다. 사회병리 현상과 사회문제들을 심도 있게 분석한 후 교황청 가톨릭교육위원회 위원장인 비오 라기(Pio Laghi) 추기경이 제안했고, 그레고리안대학이 그것을 함께 수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지구상의 문제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아주 다른 배경에서 제기된 것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인간의 문제와 종교문제, 그리스도인의 신앙문제는 추상적, 학문적 접근보다 개개인의 현장에 들어가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이 상황에 올바로 대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교육 프로그램들을 통해 자신과 남을 돕는 것을 가능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남 교수:오늘날 사회와 교회 및 신자들에게서 드러나고 있는 어려운 문제들의 원인 구조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영성 개발과 심리 치유를 실행하는 교육과 함께 앞으로 구체적인 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준비된 교육 프로그램이 있으신지요?
◆매스컴 선용능력 배양 성서 적극적 접근 활용
넬라파티 신부:문제들의 원인 구조는 다양하게 파악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레고리안대학은 특히 두 가지 방향으로 교육 내용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오늘날 매스컴의 영향력은 특히 부정적 측면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에는 이에 대한 충분한 전문 지식과 문제해결 능력을 가진 전문가가 부족하며, 더욱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그리스도교 신앙 전파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역량이 매우 불충분합니다. 그레고리안대학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학문 분야와 인적 자원을 이용하여 앞으로 이 문제를 실천할 예정입니다. 곧 매스컴의 역사와 관련 지식을 체계적으로 흡수하고 그 기술적 능력을 명확히 파악함으로써 TV 영화 연극 도서 신문 등 각종 매스미디어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의 구체적 해결 능력과 그 영향력을 배제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고자 합니다. 나아가 매스미디어를 신앙 전파의 활동 수단과 시회로 삼아 선교를 보다 활발하게 도모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고자 합니다. 또 하나는 성서의 적극적인 접근과 활용입니다. 그것은 신자들의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의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성서를 재조명 하는 것입니다. 이 어려운 사회 환경 속에서 성서를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용이하게 풀어 나가고, 그래서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그리고 크리스찬으로서의 삶에서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데 있어 성서가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입니다.
남 교수: 지금까지 말씀하신 계획들을 들어보니 오늘날 교회의 신자들뿐 아니라 교회 밖의 일반인들 그리고 많은 정신적 방황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참으로 기쁜 소식을 주는 2000년을 맞게 하는데 핵심적 역할이 여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신부님, 동·서양의 세계 여러 나라들은 상이한 역사적 배경과 사회·문화적 조건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 같은 교육들이 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제된 조건들의 차이를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동양권의 심성 계발로 신앙의 토착화 실현
넬라파티 신부:좋으신 지적입니다. 사실 교육은 이론만으로 안 되고 동양권이 지니고 있는 심성에 호소해야 한다고 봅니다. 심성을 감정적으로 계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계발하는 것이며 조직적으로 개발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심성과 이성을 같이 개발함으로써 신앙의 토착화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가톨릭교회 신학은 서양의 희랍 철학에 기반을 두고 설정되었으며 동양인들에게 가슴에 와 닿지 않는 것이 적지 않다고 봅니다. 이 점은 인도인이나 한국인이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제는 동양의 영성을 새로이 조직화할 수 있는 동양의 토마스 아퀴나스가 필요하다고 할까요. 동양 교회는 이런 관점과 전망을 가지고 신앙의 토착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가톨릭은 보편적인 세계 교회이므로 서양 교회는 관점만으로 신앙을 국한시키지 말고 동양적 관점을 수용해야 합니다. 그리스도교는 사람들에게 생소한 교회가 되어선 안 됩니다. 지금 세계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식민지에서 벗어났고, 경제·문화적 식민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서양은 이 같은 독립적인 자치 정신의 확대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세계적인 보편 교회입니다. 동양 신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서양 신학의 다소 경직된 측면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서양 교회는 동양적 사고 구조를 이해하고 동양적 요소들을 수용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동양인이셨고, 동양적 언행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하셨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례만의 쇄신이 아니고, 동양적인 사고 구조에 맞는 그리고 그 심성에 맞는 언어로서 신학을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남 교수:지금까지 말씀해 주신 것을 요약한다면 2000년 성년과 21세기를 대비해서 개인적·사회적·신앙적 차원에서 여러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특히 영성 개발과 심리 치유, 매스미디어의 폐해 배제와 선교 활용을 위한 역량 배양, 일상의 문제 해결과 하느님 말씀대로 살아가기에 적합한 성서의 적극적인 활용, 끝으로 신앙의 토착화를 통해 가톨릭교회가 더욱 풍요한 결실을 얻게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하겠군요. 한국은 아시는 바와 같이 남북 분단 등 특수 상황으로 어려움이 많은데, 신흥종교 등 미신의 해악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신부님께서 영성 전문가를 양성하실 때 이러한 한국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인의 종교적 심성은 깊고 관용적
넬라파티 신부: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견해로써 말씀드립니다. 가톨릭 신자들 중에 미신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미신 행위의 해악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통해 예수님을 올바로 보게 해야 합니다. 인도에도 가톨릭 신자 수는 적고 힌두교와 이슬람교 신자 수는 많습니다. 한국은 경제와 종교가 발전하고 있고 성소도 늘어나고 있으며,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의 활동도 활발합니다. 내 자신의 경험에 의하면 한국의 사제 교수 학생들을 만나볼 때, 종교적 심성이 깊고 관용적입니다. 이 같은 영혼적 특성은 영성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믿어집니다.
남 교수:끝으로 그 폭과 다양성과 심도 면에서 어느 세기보다도 변화가 클 것으로 예견되는 21세기를 앞두고 그레고리안대학은 어떤 대응책들을 마련하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넬라파티 신부:먼저 교육 내용과 방식 면에서는 학생들이 여러 나라에서 왔기 때문에 그들 문화의 풍부성과 영성의 풍요로움을 살리도록 학문을 심화시키는 것입니다. 매년 6백 개의 석사 논문과 2백 개의 박사 논문이 나가는데 논문 주제들을 서양적 문화나 신학을 위주로 하지 않고 독특한 자기 문화권에서 그리스도 교회와 관련된 주제를 선택할 때 교회가 풍요로워지고 보편화됩니다. 또한 이것은 서양 교회가 다른 문화권을 보다 잘 이해하도록 도와 줍니다. 2백 개의 박사 논문들이 참신한 주제로 신학을 심화시킬 때 세계 교회가 더욱 개방적이 되고, 타 문화와 영성을 수용하면서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또한 모든 분야와 학부에서 선택 과목을 다양화시킵니다. 매년 또는 2년마다 선택 과목의 주제(Subject)들을 바꿉니다. 그레고리안대학은 전 세계적인 학문의 전당으로서 세계적 시야를 갖도록 교육하기 때문에 매년 1/2 이상의 선택 과목이 바뀌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고 다양한 코스들을 개설합니다.
남 교수:신부님, 장시간 동안 대담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이 사무청장직의 바쁜 스케줄을 미루시면서 좋은 말씀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오늘의 좋은 말씀들이 한국 사회와 교회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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