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하는 청소년이 연간 10만 명을 넘어서고 결혼하는 6쌍의 부부 중 1쌍이 이혼으로 갈라서고 있다.
경제 성장을 통한 부는 얻었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가정의 소중함이 퇴색되면서 가정은 총체적 위기 상황으로 빠지게 됐고 그 결과 이혼과 청소년문제, 노인문제 등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 95년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1백90쌍이 이혼하고 이 때문에 6만3천여 명의 미성년자가 결손가정 자녀로 전락할 정도로 가정 파괴가 심각하다.
결국 하루 평균 1천1백21쌍의 결혼 중 약 17%에 해당하는 부부가 이혼으로 쪼개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이혼 등으로 인한 한 가정의 분열은 이혼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치명타를 가해, 가족 해체, 가정 파괴를 동반하고 곧 사회문제로 이전되기 마련이다.
시체 소각로까지 차려 놓고 닥치는 대로 사람을 해친 일명 「지존파」나 「막가파」의 출현도 근원적인 문제를 따지고 보면 가정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할 정도로 가정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칼릴 지브란은 그의 저서 「예언자」에서 부모는 자식을 쏘아 올리기 위한 활과 같다고 말했을 정도로 가정은 한 인간의 올바른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청소년문제 전문가들은 『자녀들은 줄이 달린 테니스공과 같다. 청소년들이 가정을 뛰쳐 나갔다가도 그를 기다리는 정상적인 가정이 있다면 그 청소년은 언젠가는 가정으로 되될아오게 마련』이라며 가정의 소중함을 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회적인 제반 요건들이 청소년들을 아무리 유혹해도 가정이라는 단단한 끈에 이끌린 청소년들은 가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언젠가는 가정으로 되돌아 오고 만다는 지적처럼 가정은 개인과 가족 구성원, 이 사회를 지탱하는 커다란 반석이 된다.
동시에 이 사회의 가치관 왜곡과 질서의식의 상실, 생명 존엄의 상실 등도 따지고 보면 문제 가정에서 기인하게 된다.
◆가정 위기의 원인
전통적 가부장 사회를 기초로 해 온 우리의 가정이 서구 사회의 핵가족화, 개인주의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가치관과 의식 구조가 전면적으로 뒤틀리게 된 것으로 가족문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최근의 각종 패륜 범죄와 가족 폭력과 이혼률 급증, 노인들의 비관 자살 등은 이제 단순한 가족문제에 국한시켜 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경계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지적한다. 그만큼 가정문제가 사회문제를 유발시키는 인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믿고 싶지 않은 통계지만 93년에 36명, 94년에 41명의 부모들이 자식들에 의해 시해 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급기야 대학 교수까지 가세, 이 사회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던져 주기도 했던 이러한 사건의 원인은 60년대 이후 30여 년에 걸쳐 추진되어 온 산업화, 공업화라는 사회 경제적 대변혁의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동서양의 윤리가 서로 만나 빚어지는 윤리의 혼재와 공생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가 풍요 속의 빈곤과 성장 속의 소외라는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가정 교육을 약화시키고 가정의 긴밀성을 저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동시에 가정을 더욱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데는 최근 불어 닥치고 있는 명예퇴직과 조기퇴직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실직의 영향으로 가정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남편에 대한 아내와 자녀들의 무시 등으로 가족 갈등을 겪게 되고 급기야 가정 파괴의 원인으로 발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가정만이 올바른 자녀를 길러 낸다
건강한 가정이야말로 사랑이라는 안정된 반석 위에서 인간화와 전인교육을 무리없이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적절한 장소라고 설명한다.
이때 일차적인 교육자인 부모가 자녀들에게 존경과 권위를 인정 받을 수 있을 때 좋은 교육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요즘 주위에선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자식 농사」라는 한탄이 일고 있을 정도로 자녀 교육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자녀를 올바르게 양육할 수 있는 반석으로서 가정이 제대로 서 있다면 자녀교육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일선 교육자들은 강조해 오고 있다.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적 단위이고 사회적 행위의 토대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각종 가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 사회 국가가 삼위일체가 되어 가정에 대한 새로운 정책 실현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선 개별 가정 차원에서 가정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 개인과 가정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도덕적으로 건강함을 의미한다.
건강한 가정이란 외부의 환경 변화에 적응력이 강하고 동시에 외부의 자극이나 변화에 긍정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게 된다.
건강한 가정에서 살아가는 개개인들은 외부 사회에서 억압 당하거나 소외되는 일이 있어도 가정 내에서 인정 받고 사랑 받고 용서 받고 용기가 북돋워져서 심리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가정은 건강한 인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건강한 가정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가족들의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로 존경하고 가족원간에 바람직한 의사소통의 시간을 갖는 노력, 아울러 가족에 대한 유대감과 책임감을 가지며 위기에 대해 긍정적 태도로 서로 협조하는 노력이 앞서야 할 것이다.
▲교회로서의 가정
교회는 가정을 하나의 교회로 보고 가정의 소중함을 수없이 강조해 오고 있다.
특히 결혼과 가정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교회는 「사회와 교회의 안녕이 바로 건전한 가정과 밀접하게 직결돼 있다」며 결혼과 가정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하고 있다.
따라서 교회는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를 중심으로 가정에 대한 관심과 정성을 진지하게 펼쳐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각 교구 차원에서 가정 관련 부서를 확충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주고 있다.
서울 평협과 ME에서도 지난해 부부의 날을 선포한 데 이어 금년 5월 25일을 부부의 날로 지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각 본당에 보내는 등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평협은 각계 사회단체와 연계, 가정의 원천을 이루는 부부의 날이 정식으로 제정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에 강력히 요청 중에 있다.
교회 내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교회와 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가정이 부부간의 갈등으로 가정 파탄과 이혼으로 쪼개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개탄하고 『모든 사회문제의 근원을 낳는 가정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가족 구성원 스스로는 물론 교회와 사회, 국가가 함께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의장 정진석 주교의 「성가정을 이루는 비결」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 성모님을 본받읍시다"
"어머니는 「가정의 쓰레기통」돼야"
성가정을 이루는 해법을 주교회의 의장 정진석 주교가 명쾌하게 제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이 성모 마리아를 본받을 때 가장 모범적인 성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정진석 주교의 지론이다.
가정을 화목하고 원만하고 성스럽게 꾸미는 데는 어머니의 역할, 주부의 역할 여성의 몫이 크다.
따라서 주부가 성모 마리아의 삶을 닮으며 성가정을 갖추는 첫재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라고 정 주교는 강조한다.
정 주교는 『신앙인이라면 5월 성모성월에 가정의 달을 보내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청소년 주일, 생명의 날, 장애인 주일 등을 왜 지내는지 심도 깊게 묵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성모성월과 가정의 달이 연관된 것은 바로 성가정의 원형인 「나자렛 성가정」의 삶을 모든 가정에서 본받고 구현하라는 데 근본적인 의미가 있다.
정진석 주교는 『이 땅의 어머니들에게 모든 여성의 이상형인 성모님을 닮을 것』을 권고했다.
여성은 본성상 모든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도록 창조되었다고 한다.
정 주교는 그래서 『어머니들이 남편의 모든 성화, 자녀들의 모든 투정, 가정의 모든 우환들을 스스로 포용할 것』을 당부했다.
정 주교는 『처녀로서 어머니가 된 마리아처럼, 모든 멸시와 지탄을 한꺼번에 받으면서도 하느님의 뜻에 순종했던 성모님처럼 오늘의 어머니들이 성가정을 꾸미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담고 받아들이는 가정의 「쓰레기통」이 되어줄 것을 부탁했다.
정 주교는 그리고 『가슴 속에 하나하나씩 쌓이는 속상함들을 성당에 와서 하느님께, 성모님께 풀 것』을 권장했다.
『여성의 모든 속사정을 가장 잘 아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며, 성모님』이라고 말한 정진석 주교는 『가정 안에서 하느님의 뜻대로 그 가정을 관리하고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데 가장 역할과 몫이 어머니들에게 부여된 만큼 성모님의 삶을 본받는 데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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